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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글쓰기도 ‘모바일 문법’ 따라야
모바일 시대, 글쓰기도 ‘모바일 문법’ 따라야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3.02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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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이와 읽는 이의 구분 사라져..특이점과 유의점은?

모바일 시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글쓰기’ 습관마저도 바꿨다. 많은 이들이 수첩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갖고 다니며 자신의 생각이나 중요한 메모를 펜이 아닌 작은 키패드로 써내려간다. 아직까지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바일 기기를 통한 글쓰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수단’만 바뀐 것은 아니다. 수많은 문학사조가 역사 속에서 일어나고 쇠퇴했듯, 모바일 시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글쓰기 트렌드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직업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SNS가 커뮤니케이션의 보편적 수단이 돼버린 지금은 일상 속, 그리고 성공적인 업무를 위해 끊임없이 타인과 소통하고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새로운 글쓰기 방식이 요구된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모바일 시대, 혹은 모바일 라이프는 더 이상 낯선 표현이 아니다. 데스크톱PC조차도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는 시대다. 모바일 시대의 근간이 되고 있는 스마트폰 보급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못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 ‘2011년~2014년 미디어보유와 이용행태 변화’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4%였던 스마트폰 보유율은 지난해 약 80%까지 증가했다. 2012년 11.5%에 머물렀던 LTE 스마트폰 보유자는 55.9%(LTE-A 포함)까지 치솟았다.

반면, 2011년 69.2%의 보유율을 보이던 데스크톱PC는 2014년 63.5%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인터넷과 정보를 향유하던 ‘PC 시대’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디지털 시대’라는 말조차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보통신환경은 기술의 진보를 타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특징은 사람들로 하여금 글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간단한 손동작과 음성인식만으로도 제어가 가능한 웨어러블 세상에서 아날로그적 정보전달방법인 글을 써야 한다니. 아이러니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메신저가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배상복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부국장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손에 지니고 다니는 모바일 시대에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나 글을 쓰는 시대로 바뀌었다. 전철에서도 화장실에서도 글을 쓰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글쓰기의 일반화, 일상화”라고 표현했다.

모바일 글쓰기에 최적화된 문자, 한글

이는 모바일 역사인 휴대폰의 발전 과정과도 궤를 같이 한다. 1세대 휴대폰은 음성통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2G 시대에 들어 휴대폰을 통한 문자메시지(SMS) 수발신이 가능해지면서 음성통화 못지않게 단문 텍스트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유행했다. 이모티콘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엄지족’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시기다. 그리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진 3G 시대가 도래하고, 이에 발맞춰 SNS가 일반화되면서 음성이 아닌 텍스트를 사용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은 더욱 커진 상태다.

게다가 한글은 모바일 글쓰기에 최적화된 언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체의 발음기관을 과학적으로 형상화한 한글은 불과 24개의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버튼이 작은 모바일 키패드로도 충분히 빠른 글쓰기가 가능하다.

상용한자만 해도 3000여개에 이르는 중국어의 관점에서 보면 간편하기 짝이 없는 수치다. 실제 ‘천지인’ 키패드 같은 방식을 쓰면 ‘·, ㅡ, ㅣ’ 세 개만으로도 다양한 모음을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문맹을 퇴치하려했던 세종대왕의 ‘혜안’이 500여년을 넘어 모바일 시대에 새롭게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 한글은 모바일 글쓰기에 있어서 최적화된 언어로 평가받는다.

아날로그 시대와 비교해 모바일 시대 글쓰기의 가장 큰 변화는 쓰는 이와 읽는 이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엔 자신이 쓴 글을 불특정 다수가 읽기 위해서는 출판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기자나 작가 등 한정된 직업군에서만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글쓰기 플랫폼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신문사나 출판사에 의지하지 않아도 자신의 글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마음만 먹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자신이 쓴 글을 전 세계 누구에게나 읽게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는 PC 위주의 디지털 시대부터 예견돼온 일이다. 배상복 부국장은 “컴퓨터가 등장하고 인터넷이 생기면서 누구나 글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전화나 편지 대신 이메일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일반인도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글쓰기의 필요성을 증가시킨 셈”이라고 언급했다.

공유와 개방은 ‘책임’을 수반한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2013년 발간된 저서 <디지털 시대의 읽기 쓰기>에서 “아날로그 시대에 독자의 역할은 텍스트를 읽는 데만 국한 되었기에 양자 사이의 구분은 명확했다”며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서는 두 가지 이유에서 그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컴퓨터 게임이나 일상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이용자처럼 이용자 모두가 글을 쓰는 저자이면서 동시에 읽는 독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가 빈 곳을 채워 넣어야 하는 구성적 하이퍼텍스트 소설에서 보듯, 독자가 텍스트의 생산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곧 개방성을 의미한다. 아울러 모바일 시대의 미디어 권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TV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아도 SNS 타임라인만으로 현재의 핫이슈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SNS 이용자들은 언론에 나오지 않는 이슈를 전달하는 ‘뉴스 생산자’의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 개인이 미디어가 되는 세상이다.

▲ ‘스낵컬처’는 모바일 시대의 콘텐츠 트렌드를 상징하는 말이다. 사진은 24시간 후 대화 콘텐츠가 사라지는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쨉(zap)’(사진제공:다음카카오)

모바일 시대 글쓰기의 중요한 환경 중 하나는 피드백과 공유성이다. SNS 친구를 다수 보유한 사람이라면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글에 ‘좋아요’ 표시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리트윗’과 ‘펌질’ 등의 과정을 거쳐서 널리 퍼져나간다. 새로운 파워 트위터리안, 파워 블로거가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SNS 전문가인 배운철 T1M파트너스 대표는 “(모바일 시대에서) 글을 소비하는 행태는 1차원적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읽는 사람이) 반응하는 기능이 ‘좋아요’나 ‘공유’ 버튼 등 무척 쉽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읽고 끝나는 차원을 넘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무한한 개방성과 공유성은 책임도 수반하게 된다.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는 “아날로그 시대의 개인 미디어는 일기장이고 노트였다. 이는 자신만 보지만 SNS와 모바일은 공유와 개방이 전제되기 때문에 자신의 글이 주목받게 된다. 그 사실을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배상복 부국장도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배 부국장은 “SNS에 올린 글은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신문’이라고 생각하고 진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소비가 즉흥적이고 빠르게 이뤄진다는 것도 모바일 시대의 특징이다. 마치 스낵을 먹듯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라는 의미의 ‘스낵 컬처(snack culture)’는 모바일 시대의 콘텐츠 트렌드를 상징하는말이다.

다음카카오가 최근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쨉(Zap)’은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는 좋은 예다. 10대와 20대의 커뮤니케이션 트렌드를 반영한 쨉은 기존의 메신저와는 달리 24시간 후 대화 콘텐츠가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모바일 시대에서는 종이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글을 읽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재현 교수는 책에서 “햅틱 읽기(haptic reading), 손의 촉각을 동반하는 읽기는 요즘 같은 스크린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읽기 관습”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햅틱 읽기’에 대해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구현된다는 점에서 우발성이 작용하며 따라서 텍스트에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며 “주의가 분산된 상태에서 텍스트 표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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