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카카오, 트위터 전철 밟지 않으려면
네이버-다음카카오, 트위터 전철 밟지 않으려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5.1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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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모바일 퍼스트 속도전…“질 높은 콘텐츠 우선해야”

[더피알=강미혜 기자] PC 기반의 웹 시대를 지나며 포털사이트들은 ‘공룡’으로 진화했다. 수많은 정보와 채널, 사용자를 한 데 끌어 모으며 십수년 간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시대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를 필두로 포털들은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도전에 맞서고, 모바일에 최적화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

▲ (왼쪽부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포스트 모바일 메인 화면.

포털들이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로의 변화에 가속을 더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모바일 강자 카카오 플랫폼을 융합해 시너지를 높이려 하고 있고, 네이버는 검색 엔진과 개인화 서비스의 결을 다듬는 데 부쩍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포털들이 변화가 정작 주력인 핵심 서비스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어 주목된다.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segama.co.kr) 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카카오의 카카오스토리, 네이버의 포스트에 대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랫폼의 쇠락 시점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 일침했다.

김 소장의 동의를 얻어 해당 글을 전제한다.

▲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장

카카오스토리가 SNS 플랫폼으로 지속되려면 사용자들이 친구들의 정보를 받아보는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카카오스토리는 서비스 UI/UX 상으로는 페이스북과 유사하지만, 사용자 간에 정보를 구독하는 방식은 트위터와 유사하다. 카카오스토리 사용자는 페이스북 사용자와 달리 친구가 올린 모든 글은 모두 받아봐야 한다.

참고로 페이스북은 일간 구독량에 제한을 두면서 평소 친밀한 교류를 나눴던 페친의 포스트, 평소 공감을 표현했던 페이지의 포스트,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을 표현한, 다시 말해 질이 검증된 포스트 위주로 걸러준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한 때 잘나갔던 트위터는 왜 시들해졌을까.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팔로잉이 작성한 모든 트윗이 단 하나도 여과되지 않고 고스란히 전달된 탓이 클 것이다.

어떤 SNS든지 시간이 지나면 팔로잉 수나 친구 수 같은 사용자 각각의 사회관계망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사용자가 하루 동안 구독하는 정보의 양에 제한이 없다면 어느 순간 친구들이 뿌려대는 정보의 양이 주는 스트레스가 수용한도를 넘어서게 된다. 역치를 넘어서는 순간 사용자 이탈은 정해진 수순일 테고.

카카오스토리가 트위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트위터는 일방적으로 구독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만큼 사회관계망 확대 속도가 빨라 그 시점이 빨리 찾아왔고, 카카오스토리는 상호간의 동의로 구독관계가 맺어지는 만큼 사회관계망 확대 속도가 느려 그 시점이 지연되고 있을 뿐일 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다음카카오의 영업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카카오스토리 채널을 개설하게 되면 그들이 뿌려대는 광고, 홍보성 글들로 인해 사용자들의 피로감은 더 가중될 것이고, 플랫폼의 쇠락 시점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다음이 SNS 마이피플(메신저 서비스)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카카오스토리가 마이피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다른 서비스들로 확장하기에 앞서, 건강하고 엄선된 정보들이 유통되는 공간으로 먼저 변신해야 한다.

요즘 들어 포스트를 밀고 있는 네이버 역시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신규 서비스를 론칭할 때마다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 콘텐츠의 검색 결과 반영과 상위 노출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는데, 네이버 검색 결과 순위 결정 알고리즘이 지금처럼 허술한 상태에선 그런 인센티브가 결국 서비스를 망치게 했다.

콘텐츠의 질 보다는 키워드 스터핑(keyword stuffing, 특정 키워드를 과도하게 넣어 검색결과 상위 노출을 노리는 행위)이나 댓글 알바 같은 꼼수가 더 통하는 상태에선 질 낮은 어뷰징(동일 기사·글 반복전송) 콘텐츠가 양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투데이가 그랬고, 네이버 블로그가 그랬고, 네이버 카페가 그랬고, 네이버 지식인이 그랬다.

네이버가 검색 사이트를 넘어 네이버포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아우르는 포털사이트로 자리 잡기 위해선 검색사이트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만 한다. 질 높은 콘텐츠가 우선으로 검색될 수 있는 검색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그 어떤 서비스도 어뷰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국내 디지털 생태계의 중심이다. 그리고 이들의 검색 알고리즘과 구독 알고리즘은 국내 디지털마케팅 활동의 수준과 디지털 콘텐츠의 질을 결정한다.

사용자를 위해서든, 자사를 위해서든, 디지털 생태계를 위해서든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핵심 서비스의 본질부터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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