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을 과연 로비로 볼 수 있을까
PR을 과연 로비로 볼 수 있을까
  • 더피알 (jangyul.kim@colostate.edu)
  • 승인 2016.03.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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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공공합동윤리위 “정부 일 하려면 로비회사 등록하라”

[더피알=김장열] 요즘 미국에서는 정부와 민간기업, 단체, 언론, 협회 간에 파워게임을 하는 듯한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얼마 전 FBI는 테러 수사를 위해 테러범의 아이폰에 담긴 정보를 보게 해달라고 애플에 요청했다가 거부를 당했다. (결국 FBI는 애플의 협조 없이 아이폰 보안해체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도 미 법원이 내린 외국인 정보공개명령을 거부해 현재 항소중이다.

정부의 명령에 불복하는 미국 기업들의 논리는 바로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최근 미국 뉴욕주 공공합동윤리위원회(JCOPE)에서 PR회사가 정부 일을 하려면 로비회사로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PR회사가 정부관료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로비를 하지 않더라도 정부관료와 고객사 간의 미팅을 주선하는 경우에는 윤리위원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할 때에는 PR회사가 받는 금액과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명시하게 된다. 문제는 윤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내용 중에 언론관계(interaction with reporters)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 미국 뉴욕주 공공합동윤리위원회(jcope)는 pr회사가 정부 일을 하려면 로비회사로 등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홈페이지 화면

알다시피 미국은 로비의 나라다. 로비스트만 1만2000명에 달하고, 로비자금은 연 32억달러(한화 3조6500억원)라고 한다.

그동안 외국대행사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이 있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PR회사가 외국정부의 일을 했을 경우 법무부에 등록하고, 업무내용과 발생수입, 경비 일체를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PR을 로비활동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PR협회, 대형 PR회사, Arthur W. Paige Society(시니어 PR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협회)와 같은 단체들은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의 자유를 추구하는 미국의 수정헌법1조(First amendment)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PR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공공합동윤리위원회에서 법제정과 아무런 관련 없이 고객사를 위해 기자를 만나고(interact with reporters) 전략적 메시지를 개발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을 로비스트로 규정한 것은 정부에 대한 공중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윤리위원회의 사명에 어긋난다”며 “오히려 로비에 대해 보다 혼란을 주고 정부에 대해 불신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항의했다.

원문: “JCOPE’s new interpretation of what it considers to be lobbying will do nothing to further the public’s trust in government, is ambiguous, and could require a whole group of professionals who have no contact with lawmakers to register as lobbyists,” said Mark McClennan, 2016 PRSA National Chair. “Forcing communications professionals who interact with reporters and develop messaging strategies for their clients to register as lobbyists, does not support JCOPE’s mission to ‘restore public trust in government by ensuring compliance with the State's ethics and lobbying laws, regulations, and guidance.’ Instead, the poorly worded action will lead to more confusion as to what lobbying is, circumvention based on the ambiguous standards articulated, and less trust in government.”

물론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고 공공합동윤리위원회에서 의견(advisory opinion)을 낸 것이다. 따라서 법으로 제정될지, 업계의 반대의견을 수렴해 수정안이 나올지, 아니면 의견을 철회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아마 수차례의 공청회를 거치면서 수정된 결론을 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PR업계의 의견이 다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관심 있는 부분은 왜 공공합동윤리위원회에서 이런 의견을 내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결국 PR의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본다. PR영역이 확장되면서 광고, 마케팅과 부딪히는 것처럼 법과 로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법이란 사회현상에 대한 반응일 뿐이라 생각한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과거에도 PR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법원은 보도자료를 포함해 기업에서 발표한 모든 정보가 전체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진 않는지 진실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Courts may examine all information released by company (including PR material) to determine whether, taken as a whole, they create an “overall misleading” impression)는 모자익 독트린(Mosaic Doctrine)을 제정한 바 있다.

모자익 독트린이란 제품개발 단계에서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밝힌다든지, 인수합병시 부정적인 내용을 숨기고 발표하는 것과 같은 일로 공중이 오해를 하게 되면 해당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한 미국PR협회의 반응도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반박성명을 낼 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레터를 일일이 보내거나, 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협회 웹사이트(온라인 프레스룸)에 성명서를 올리는 것으로 갈음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기자들이 정보취득시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비율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즉,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보다 온라인 뉴스룸에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뉴스마켓사에서 조사한 리포트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룸을 잘 운영하는 것이 뉴스를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8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1. 기자들은 온라인 뉴스룸을 매일 체크한다 (Journalists view online newsrooms as an everyday resource)
2. 무료로 제공하는 뉴스도 유료로 제공하는 뉴스와 같은 가치를 가진다 (Free news resources are viewed on a par with paid services)
3. 기자들은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목마르다 (Journalists actively seek multimedia content)
4. 기자들이 콘텐츠에 쉽게 접근, 공유 및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Make content accessible, shareable and downloadable)
5. 이메일을 통해 온라인 뉴스룸을 알리면 보다 많은 기자들이 방문한다 (Online newsrooms with an email-based approach attract more users)
6. 기자들이 콘텐츠를 그들의 소셜미디어 채널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t is vital for press to be able to share your content on social channels)
7. 기자들은 모바일 기기로 뉴스룸에 접속하기를 원한다 (Journalists want to access newsrooms on the go)
8. 아직도 많은 온라인 뉴스룸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Many online newsrooms are not fit for purpose).

PR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이번 사례와 같은 일들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들이 플랫폼을 보유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기업들이 브랜드 저널리즘과 네이티브 광고에 희망을 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기업, 변화하는 언론사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것은 자명하다.

왜 PR이 문제냐고? 잘나가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보다 멀리 보는 시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PR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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