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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의료서비스가 만났을 때[IT이슈] 질병 극복 희망 예고…과제는?
  • 최연진 한국일보 디지털콘텐츠국장
  • 승인 2017.03.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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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올해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최대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은 여러 산업과 접목해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높은 관심을 끄는 분야가 단연 의료 서비스다.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의료 서비스는 오래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사들의 판단에 의존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의사들의 오랜 경험을 수많은 데이터와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기계학습(머신 러닝)을 통해 단기간에 따라 잡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다. IBM의 역대 최고경영자(CEO) 중 하나였던 토마스 왓슨의 이름을 딴 이 슈퍼컴퓨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분석하고 학습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는 등 다른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들어 의료 분야에서 왓슨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왓슨이나 바둑으로 유명한 알파고 모두 사람을 압도하는 실력의 핵심은 머신러닝이다. 과거 기록들을 꾸준히 학습하고 분석해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왓슨은 무려 1500만 페이지에 이르는 의학정보를 학습하며 실력을 키웠다. 뿐만 아니라 최신 의학정보와 꾸준한 환자 진단을 통해 날로 실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왓슨은 200여명의 환자 질병을 실제로 진단해 화제가 됐다.

왓슨 맞은 길병원

왓슨은 국내에도 들어왔다. 인천의 가천대학교 길병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의료분야에 왓슨이 적용된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했다. 길병원은 왓슨을 주로 암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관건은 왓슨의 실력이다. 이는 기계를 믿고 진단을 맡길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널리 알려진 사례가 있다. 2015년 일본 도쿄의대에 60대 환자가 입원을 했다. 급성 빈혈 증세를 보인 이 노인 환자에 대해 의사들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에 맞춰 2주간 진료를 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이때 나선 것이 왓슨이다. 왓슨은 복잡다단한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뒤 2000만개의 백혈병 관련 논문과 비교해 10분 만에 급성 골수성이 아닌 다른 유형의 백혈병으로 봤다. 환자는 왓슨의 진단에 따른 처방을 받고 퇴원했다.

도쿄의대 사례 뿐 아니라 왓슨은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갖고 있다. 미국의 유명 암센터에서 실시한 1000명의 환자에 대한 기록을 분석한 뒤 의사들이 놓친 30% 환자들에 대해 진료 방법을 내놓았다.

길병원에 도입된 왓슨도 두 달간 100명의 암환자를 진단했다. 생사가 걸린 암 진료에 대해 환자들도 주저 없이 왓슨의 판단을 따랐다. 이는 곧 왓슨의 실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의료진들도 빠른 시간 내 진단을 내리는 왓슨에 대해 기계라고 무시할 수 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길병원은 올해 말까지 다양한 암 종류의 85%를 왓슨에게 진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길병원의 왓슨 도입은 국내 의료계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인공지능 의료영상 사업단을 지난 1월 발족했다. 아산병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공지능 원천기술 개발 및 의료영상저장전송 시스템(PACS) 연계 상용화 책임 연구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부와 민간 사업비 총 100억원을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아산병원 뿐 아니라 분당서울대병원, 한국과학기술원, 울산대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또 인공지능 기술업체인 뷰노코리아,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코어라인소프트, 메디컬 스탠다드 등이 함께 한다.

2020년까지 개발하기로 한 아산병원의 인공지능 기술은 각종 질환과 관련 있는 의료영상 분석, 음성인식 기술 등을 통해 실제 임상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 AI, 청출어람?

구글도 인공지능을 통한 의료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말 당뇨성 망막병증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발표했다. 이는 사람의 눈을 촬영한 의료 영상 사진을 분석해 당뇨성 망막병증을 진단하는 것이다. 임상실험 결과 실제 안과의들의 진단 못지않은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당뇨성 망막병증은 당뇨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당뇨를 앓은 지 30년 이상 된 환자의 90%에서 발병하며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심각한 질병이다. 지금까지 당뇨성 망막병증은 안과의들이 눈 안쪽(안저)을 영상 촬영해 망막 내 혈관의 이상 등을 판독해 발병 여부를 진단했다.

구글이 발표한 인공지능 기술 역시 머신러닝을 토대로 했다. 안과의들이 3회 이상 판독 후 진단한 무려 12만8000여건의 당뇨성 망막병증 관련 안저 영상을 학습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작업에는 미국의 안과 전문의 54명이 약 1년간 참여했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구글의 인공지능을 약 5000명의 안과 환자들에게 시험한 결과 안과의들의 판독 못지않은 정확성을 보여준 것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정확도는 9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환자에 대해서는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한 안과 전문의들보다 높은 판독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개발자 제프 딘이 “당뇨성 망막병증을 판독한 구글의 인공지능이 안과의들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고 밝힌 이유다.

이 같은 의료 관련 인공지능 기술은 두 가지 측면을 안고 있다. 인류에게는 더 많은 질병 극복의 희망을 예고하지만, 반대로 의료진에게는 설 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관련 업체들은 이 기술이 기존 병원의 의사들을 대체하기보다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일에 더 유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인공지능의 진료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 하는 법적 문제도 남아 있다. 아직까지 보건복지부는 인공지능을 영상판독과 같은 참고용 장치로만 규정하고 있다. 진단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사용할 수는 있지만 최종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는 뜻이다. 사람의 생명을 기계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해석이다. 하지만 향후 인공지능의 발달 정도에 따라 허용 범위 등은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연진 한국일보 디지털콘텐츠국장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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