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점유하면 시장은 따라온다
일상을 점유하면 시장은 따라온다
  • 브랜디스 조창우 (www.facebook.com/brandis365)
  • 승인 2017.10.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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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그들 아닌 나의 이야기를 원한다

[더피알=조창우] 1020 세대들이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 세상 속에서 오래 머무르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페이스북이다. 이러한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스크롤을 조금만 내려도 수많은 기업의 광고와 재밌는 영상 콘텐츠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만 15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연플리x유니클로의 네이티브 애드. 이미지를 클릭하면 연애플레이리스트 페이스북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최근 페이스북상에서 유독 사용자들의 반응 즉, ‘좋아요’를 많이 받고 있는 영상을 하나 꼽는다면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가 있다. 페이지 팔로우 150만여명을 보유하고 있는 연플리는 매 영상마다 20만개의 좋아요와 6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다.

친구들끼리 서로 태그(@)해 감정을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선다. 더 나아가 마치 TV 드라마를 보듯이 영상이 올라오는 날을 기다리고, 팬미팅에까지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준다. 연플리의 무엇이 젊은층의 마음을 이토록 끌어당기는 걸까?

연플리 성공의 비결

시장에서 브랜드의 위치를 파악할 때 사용되던 전통적인 지표가 바로 ‘시장점유율’이다. 많은 경쟁사들 사이에서 자사 브랜드가 얼마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그로 인해 시장을 얼마나 점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변화한 지금은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을 지내면서 얼마나 자사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는가를 나타내는 ‘일상점유율(Life share)’이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제품의 기능적 측면인 향·탈취 등을 강조했던 페브리즈가 현재는 다양한 상황(점심식사 후, 이불 빨래 후, 차량에 냄새가 날 경우 등)에서 쓸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일상점유율을 높이는 사례를 보면 변화를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연플리는 어떤가? 연플리는 일상점유율이 높은 정도가 아니라 사용자(소비자)들의 일상 그 자체이다. 10분이 채 안 되는 영상에 사용자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타의 브랜드 영상처럼 홍보만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의미 없이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의 공감을 크게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상이 콘텐츠다.

때문에 영상을 본 소비자들은 서로의 친구를 태그하면서 울고 웃으며 반응한다. 연플리를 브랜드로 바라본다면, 일상점유율을 높임에 따라 저절로 시장점유율이 따라 오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니 광고? 그래도 괜찮아

소비자들은 연플리를 그저 콘텐츠로 감상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깜찍한(?) 마케팅이 녹아 있다. 연플리는 유니클로의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 영상을 업로드 했는데, 기존 연플리에 등장하던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니클로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렇기에 광고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존 연플리 콘텐츠와 유사하게 나타난다. 일상점유율을 바탕으로 광고 역시 연플리 이미지와 일치시켜 브랜드 콘셉트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줄였다.

이렇듯 요즘 SNS의 광고 영상들은 ‘우리 제품이 이렇게 좋아요!’ ‘이번에 신상품 나왔어요’라고 단순하게 제품만을 소개하지 않는다. 재밌거나 감동적인 영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광고들이 대부분이다. 즉, 광고 같지 않은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 한참 페이스북을 들썩이게 했던 광고가 있다. 티몬의 ‘너 왜 사람 헷갈리게 해?’ 영상이다. 초등학생들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이지만 영상 중간 중간 티몬의 슈퍼마트 차량이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뜬금없이 ‘가지’와 ‘마’가 등장해 황당하지만 반전 재미를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티몬을 노출하는 광고였다.

‘답정너’는 안 통하는 시대

비단 광고뿐만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소비자들의 일상을 그려내 공감을 끌어내 함께 울고 웃게 만드는 콘텐츠들이 많아졌다.

연플리와 비슷한 맥락으로 한 커플의 연애부터 이별까지의 이야기와 실제 커플들의 술자리 영상을 통해 인기를 끈 ‘크리스피 스튜디오’, 일반인의 일상 속에 깜짝 찾아가는 연예인 몰래카메라, ‘고3 학생이 갑자기 위로해달라고 한다면 일반인들의 반응은?’과 같이 일상 속 감동적인 영상을 업로드하는 딩고, 청춘남녀들의 썸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채널A의 ‘하트시그널’까지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 그 자체가 되어 일상 속 깊숙이 침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TV를 보던 시청자들이 모바일을 들고 SNS를 통해 드라마나 예능을 즐기게 되면서 SNS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SNS 시장에서 연플리는 주 타깃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그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즉 그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정 깊숙이 파고들어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고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마케터라면 더 이상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가 될 순 없다. 소비자들의 일상을 간과한 채 무작정 제품 후기 혹은 신제품 소개만 주구장창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그들과 일상을 나누고 공감한다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브랜드가 만들어둔 길로 따라올 것이다.

brandis is...
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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