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마의 열흘’ 보냈습니다”
“평창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마의 열흘’ 보냈습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2.14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주호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기획부위원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세찬 바람결에 간간이 눈발이 휘날리는 속에서도 백팩 맨 외국인들과 가족단위 관람객, 각지에서 모여든 선수단과 자원봉사자들로 평창은 북적거렸다. 며칠째 타오르는 성화를 안은 올림픽플라자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가면 이 모든 걸 관장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김주호 기획홍보부위원장은 “개회식이 무사히 잘 끝나 큰 산 하나는 넘겼다”면서도 대화 중간 중간 여러 상황보고와 걸려오는 전화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김주호 조직위 홍보기획부위원장. 사진: 이윤주 기자

평창올림픽 개회식이 연일 화제입니다. 큰 산 하나 넘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개회식 프로그램에 대한 국내외 언론들의 평가가 다 좋아 다행입니다.(웃음) 아주 전통적이지도, 그렇다고 아주 현대적이지도 않게 ICT기술을 잘 융합해 한국의 멋과 맛을 잘 보여줬다고 보는 것 같아요. 예산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사실 추위 걱정도 많았습니다. 개막 전 리허설을 다섯 번 했는데 그때마다 추위를 염두에 둬야 했죠. 무사히 치렀기에 말씀하셨듯이 일단 큰 산 하나는 잘 넘긴 것 같습니다.

개막식 전에 성화 점화 리허설 장면이 외신을 통해 유출돼 김이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내부적으로도 적잖이 당혹스러웠을 것 같아요.

영화로 따지자면 스포일러 방출 같은 거잖아요. 개회식 핵심 장면을 흘려버린 거니까. 올림픽을 취재하는 통신사 기자가 그렇게 한 건 상식 밖이었죠. 그 부분에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협의해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했고 해당 언론사에 패널티도 가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성화점화대 아이스링크는 안 알려졌다는 거예요.(웃음) 마지막 성화주자가 김연아라는 사실과 함께 김연아의 점화 순간을 돋보이게 하는 비장의 무기였죠.

이번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마지막 성화주자인 김연아의 스케이팅은 점화 순간을 돋보이게 한 비장의 무기였다. ap/뉴시스

이제 막 대회가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턴 경기 진행이나 운영상에서의 원활한 지원과 관리에 부쩍 더 신경을 쓰셔야 할텐데요.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역시 5만5000명에 달하는 운영인력입니다. 숙소를 배정하고 교통이나 식사 등 세세하게 챙겨야 할 게 정말 많아요. 자원봉사의 경우 작은 도시에서 그 모든 것을 다 수용해야 하다 보니 인접지역 87개 숙소에 분산할 수밖에 없었는데, 초기 적응 단계에선 차량 수요예측 등에 다소 차이가 나 애로사항도 있었습니다. 그 점을 보완해 차량을 늘리고 재배치해 자봉(자원봉사자) 분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개막 이후론 경기 운영 프로세스나 시설 등에서 전반적으로 잘 돼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13일) 아침에도 바흐 IOC 위원장이 직접 만족감을 표했고요. 앞으로도 미진한 부분은 잘 보완해서 폐회식까지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개회식장과 조직위 사무실 근처로 방송사들 로고가 눈에 많이 띕니다. 경기 못지않게 장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취재경쟁이 느껴지는데요. 물론 팩트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려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고 소명이지만, 많은 눈과 귀가 한 곳에 집중돼 있다 보니 조직위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오해나 논란거리도 왕왕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MPC(메인프레스센터)에 800여개 언론사 2800여명이 있는데 그 중 한국기자가 300여명입니다. IBC(국제방송센터)에는 1만1000명 정도가 있어요. 평창올림픽 미국 주관방송사인 NBC는 2400명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고요. 모든 경기장마다 웬만한 방송사들의 스튜디오가 다 마련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장에서 생중계하고 뉴스도 바로 내보내고 있죠. 여기에 속하지 못한 비등록미디어 기자 1000여명을 지원하는 강릉미디어센터를 또 강원도에서 운영하고 있죠. 취재인력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해요.

그에 비해 올림픽 관련 배뉴(경기장)든 시설이든 모든 공간은 굉장히 제한돼 있습니다. 올림픽 패밀리, 취재단, 선수좌석 등 하나 하나가 스폰서십에 의해 사전에 다 판매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언론취재도 거기에 맞춰서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요. 역대 올림픽이 다 그렇게 치러져왔고요.

김주호 조직위 홍보기획부위원장. 사진: 이윤주 기자

이 과정에서 때로 오해가 생기는 상황을 맞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저희(조직위)는 모든 사건·사고,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하에 미디어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팩트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내용에 대해선 명백하게 가리고 필요시 정정보도도 요청합니다. 개막식에 논란이 됐던 NBC 방송 해설자 발언에 대해서도 NBC 사장에게 직접 항의했고, 그쪽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사과 방송과 홈페이지 고지 등의 조치를 취했고요.

언론은 모든 사안에 있어 긍·부정 기사를 다 내보내지 않습니까. 부정적 기사가 나가는 걸 막을 순 없어도 가급적 긍정적인 이슈와 뉴스를 만들어가기 위해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한다는 원칙은 꼭 지키려 하고 있어요.

와서 보니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참 많더라고요. 동계올림픽이라고 해서 단순히 경기만 보는 건 아닐 텐데요,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나 강릉을 찾는 분들이 어떤 즐길거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올림픽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 축제이긴 합니다만, 결코 스포츠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각종 문화행사에 지역의 볼거리·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찬스나 다름없어요.

이번 평창올림픽은 문화올림픽 측면에서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백남준 미디어 아트 작품 전시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전이 있고 5G를 체험할 수 있는 ICT관, 몇 백억씩 들여 관람객들을 맞는 기업 홍보관 등 볼거리가 굉장히 풍성합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도 이어지고요.

또 하나는 노는 거죠. 오시는 분들을 위해 고성 DMZ, 평창 양떼목장, 강릉 커피거리, 정동진 해안길, 안동 하회마을 등 5개 코스를 개발했어요. 실제 IOC 위원들이나 올림픽 패밀리, 해외 취재진들을 대상으로 무료 셔틀 서비스를 하며 이런 한국적인 것을 많이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5g를 체험할 수 있는 ict관 내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도 전시돼 있다. 사진은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로 가로 10미터·세로 6미터·높이 1.5미터의 초대형 거북이 형상이다. 사진: 이윤주 기자

여기에 관광에선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어요. 조금 있다 점심에 세계음식관을 가는데 16개 나라 최고 수준의 셰프들이 와서 직접 음식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평창이 작은 동네라 외국 음식점이 별로 없어서 고안한 아이디어인데요, 해외 관광객은 물론 우리나라 분들도 상당히 좋아하세요. 아, 그리고 올림픽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스위스 음식점도 운영된다고 하더라고요. 스위스에서 살던 아주머니께서 직접 여신다고 들었습니다.(웃음)

스포츠를 보고 놀고 먹고 즐기는 바로 이런 게 올림픽의 맛입니다. 더욱이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잖아요. 외국에서 하는 경기를 보려면 왕복 항공권, 경기 티켓, 숙박비 등 어마어마하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평창올림픽은 마음만 먹으면 KTX 타고 당일치기도 가능하니까 얼마나 좋아요? ‘거기 추운데 어떻게 놀아’ 하는 분들도 계신데 올림픽을 떠나 모든 겨울 여행이나 관광은 추위도 즐기는 거 아닐까요.

조직위 합류 전 마케팅PR 전문가로서 동·하계 올림픽 경험을 많이 하셨는데요.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치르는 올림픽에서 기획홍보 부위원장으로 기여하게 돼 개인적으로도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88서울올림픽부터 시작해 그간 올림픽 관련 프로젝트에선 주로 (기업) 스폰서십 마케팅과 유치전 등을 맡았어요.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관련한 것이었죠. 평창올림픽 부위원장 역할을 맡고 여기 와서 보니 여러 오퍼레이션(운영)이 정말로 크고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올림픽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는 시설을 만들고, 그것이 잘 운영되게 하고, 엄청나게 모여드는 사람들의 트래픽을 잘 관리하는 등 아주 디테일한 데 있어요. 그 동안엔 사실 그 부분까진 경험하진 못했는데, 제가 여러 올림픽에서 해왔던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활동의 밑바탕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기획과 실행 과정이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대회 개막 120여일을 앞두고 합류한 김주호 부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디테일한 운영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전했다. 사진: 이윤주 기자

평창올림픽의 경우 정치적 논란 등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만, 지난 7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준비를 해온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모습이에요. 시설 하나, 프로그램 하나도 정말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쳐 세팅된 것이기에 여기 근무하는 분들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저는 개막 120여일을 앞둔 마지막 단계에서 어떻게 보면 서포트를 하기 위해 왔는데요. G-100일 성화봉송을 기점으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티켓판매도 가속이 붙는 등 시점이 잘 맞아서 좋은 출발점에 서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평창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고 계시죠? 지금 보니 눈이 좀 충혈된 거 같은데 일과가 어떠세요.

어제도 아이스하키 경기장 갔다가 밤늦게 들어가서 조금 피곤하긴 하네요. 개막 직전까진 ‘마의 열흘’이라고 할 정도로 초긴장 상태였는데 지금은 조금 숨 돌릴 수는 있게 됐습니다.(웃음)

평창엔 작년 9월 말에 왔고 일주일에 두세 번 서울과 평창을 오가다 올 1월 중순부턴 여기에만 쭉 머물고 있습니다. 행사나 회의가 워낙 많아서 직원들과 같이 지금은 주말도 없이 생활해요. 상황실의 경우 24시간 3교대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요.

일정은 유동적인데요, 대부분 손님 오시면 대응하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내부 오퍼레이션에 관한 회의 진행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면 밤 12시, 새벽 1시 정도에 일이 마무리되기 일쑤에요. 올림픽 기간 동안엔 내내 이런 패턴으로 갈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했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중간 중간 미진한 부분들이 발견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계속 보완하고 조율해서 폐회식까지 이 분위기를 잘 이어가야죠.

건강관리 잘 하셔야겠어요. 워낙 춥기도 하니깐.

어제도 밤엔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는데 처음엔 저도 진짜 춥더라고요. 감기도 걸렸어요. 근데 이젠 단련이 된 거 같습니다.(웃음) 대회 첫날에 한국 대표팀 첫 금메달이 나오고 해서 지금 분위기는 꽤 좋습니다. 피로도 잊을 만큼.(웃음)

설 연휴 시작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명절도 없이 보내시는데 기운 내시길요.(웃음)

그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여기 수고하는 모든 분들, 또 언론사 기자들도 사정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취재진들과 떡국 먹을 예정입니다.(웃음) 오랜 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인데 다들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많은 평창에 놀러오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