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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가게는 숨겨져 있다 ②
힙한 가게는 숨겨져 있다 ②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5.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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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수표동‧해방촌 등…찾아가는 ‘맛’이 있다

힙한 가게는 숨겨져 있다 ①에 이어

[더피알=이윤주 기자] 반전의 매력과 수고스러움을 모두 갖춘 가게가 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출입구를 찾기 어렵게 해 찾아오는 재미를 선사한다던지, 아예 간판을 없애는 트렌드도 눈에 띈다. 

간판이 없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가게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도 어플에 검색해야 할 마땅한 이름이 없는 탓. 사전에 가게 정보나 외관을 확인하는 건 필수다.

그러다보니 ‘숨은’ 가게를 설명하는 블로그와 SNS에는 음식 사진보다 위치 설명에 더 공을 들이는 노력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친절한 모험가마냥 다른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특징을 사진으로 기록해 안내를 돕는다. 찾아가는 과정이 또 하나의 놀이가 되는 순간이다.

을지로 ‘십분의 일’을 찾아가는 과정 보이는 간판들.

을지로 수표동에 위치한 와인 바 ‘십분의 일’ 역시 찾아가기 어려운 가게로 손꼽힌다. 온라인상의 후기에는 ‘찾아가기 무서운’ ‘사채업자 사무실’ ‘올드보이가 연상되는 골목’ 등의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낡은 건물과 정돈되지 않은 좁은 길을 지나 막다른 골목에 도착하면 ‘커피’ ‘맥주’ ‘각종안주’ ‘소주없음’ 등의 글자가 붙여진 투명 문이 보인다. 건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는 순간까지도 ‘혹시 이러다 잘못되는 것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지만, 계단의 끝 철문에는 ‘십분의 일’이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마음을 놓게 한다.

남다른 콘셉트의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간판 없는 걸 처음부터 기획한 건 아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 만들었다”는 게 이현우 공동대표의 답변. 이들이 을지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 역시 비용 때문이다.

십분의 일은 직장을 다니다 퇴사를 하고 10명의 공동대표가 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들었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인기 명소는 죄다 알아봤지만 월세, 보증금 그리고 권리금이라는 벽에 부딪혔다고. 그래서 찾은 이들의 대안은 조금 더 저렴한 을지로였다.

이 대표는 “지금은 간판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벌었지만 이제는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찾아온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숨겨진 가게는 무(無)간판의 특징 외에도 대부분 ‘조용함’과 ‘아지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나타내고 있다. 핫플레이스에서도 외곽에 위치해 주변의 번잡함과 소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가령 홍대에 위치한 ‘델문도’는 골목 안쪽 허름한 빌라 계단을 올라가야지만 보이는 일본가정식 집이다. 평범한 철문 앞에 서 있으면 ‘여기가 거기가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문 옆에 놓인 돌에 적힌 델문도 스펠링이 맞게 찾아왔음을 확인시켜준다.

나만 알고 있다는 특별함

간판도 없고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가게. 이들은 홍보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힙한 플레이스답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주요 마케팅 수단이다.

이와 더불어 가장 정확하다는 다녀온 자의 경험담, 즉 입소문이 두 번째 전략이다. ‘특별한 나만의 전유공간’으로 지인을 초대하거나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를 겨냥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히든 바(Hidden Bar)’이다. 히든 바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즐기려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 공간으로, 1920년대 미국을 지배했던 ‘금주령’을 시초로 만들어졌다. 당시 미국인들은 술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 술집을 만들었다. 이는 ‘스피크이지(speakeasies)’로 불렸는데, 경찰이나 이웃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술집에 관해 조용히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 있는 히든 바 역시 입구를 찾지 못하게 해놓거나, 문을 열기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하도록 설정돼 있다.

광화문 포시즌호텔에 있는 ‘찰스H바’의 입구.

광화문 포시즌호텔에 있는 ‘찰스H바’가 그 예다. 포시즌 호텔 로비에 있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벽색과 같지만 손잡이가 있는 작은 문이 있다. 직원이 드나드는 출입구인 듯 보이지만, 그 문을 여는 순간 이국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강남 ‘이상한나라의미쓰윤’은 조금 더 영화 같은 연출이 가미됐다. 이 곳은 광고회사 미쓰윤이 기획한 히든 라운지바로, 5층 야외테라스와 연결돼 있다. 테라스에는 한 쪽 벽면에는 술병과 사슴머리로 장식된 벽장이 있는데, 이 소품 중에서 ‘어떤 액자’를 누르면 문이 열리고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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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나라의미쓰윤 5층 히든 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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