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문용필 기자] CJ E&M이 자사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티빙(TVing)의 ‘글로벌 버전’을 론칭했다. 이를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것. 각국 시청자들의 반응 데이터를 직접 수집해 글로벌 전략을 꾀하는 한편, 향후 데뷔하게 될 걸그룹의 글로벌 시장 연착륙을 도모하겠다는 ‘쌍끌이 전략’이 숨어 있다.
CJ E&M은 전 세계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자사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글로벌 티빙’을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실시간 방송을 디지털 서비스로 전 세계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회사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콘텐츠 사업자가 (글로벌) OTT 플랫폼을 갖게 되면 해외 진출 시 소비자들의 콘텐츠 호응도와 소비패턴, 재생빈도 등이 어떤지 알 수 있고 해당 국가의 특성을 감안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프로그램 판권이나 콘텐츠를 판매하는 기존의 글로벌 사업 방식으로는 해당 국가 시청자의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어렵기 때문. 이 관계자는 “(소비자의 호응도를) 직접 확인하게 되면 해당 국가에서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에 대한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등 탄력적인 편성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별 콘텐츠 유통 시차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이 관계자는 “만약 1년 전 프로그램이 뒤늦게 판매될 경우, 유행에 뒤쳐져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티빙에 첫 번째로 탑재되는 콘텐츠는 엠넷의 ‘프로듀스 48’. ‘프로듀스 101’ 시즌 1,2에 이어 선보이는 해당 프로그램은 한‧일 합작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를 표방한다.
CJ E&M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하는 걸그룹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한다면 이미 방송을 시청한 팬덤이 형성될 수 있다. 한‧일 합작의 의미도 더 부각되고 이들이 바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가 방송을 통해 아이돌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한 연습생이 경쟁을 뚫고 정식 데뷔하게 되면 그만큼 팬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프듀 101’을 통해 검증됐다. 지난해 시즌 2를 통해 탄생한 보이그룹 ‘워너원’이 각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CJ E&M은 ‘프듀 48’ 팬덤을 위한 커머스 기능을 글로벌 티빙에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향후 응원봉 같은 굿즈가 제작될 경우, 굳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손쉽게 구입하도록 하겠다는 것. CJ오쇼핑과의 합병으로 다음달 출범할 새 법인의 콘텐츠 커머스 역량을 활용하려는 복안도 있다.
다만, ‘프듀 48’외에 다른 콘텐츠는 아직 글로벌 티빙을 통해 시청할 수 없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케이스 이다보니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무작정 콘텐츠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프듀 48’은 향후 글로벌 티빙의 콘텐츠 다변화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글로벌 티빙은 현재 PC와 모바일, 안드로이드‧iOS 앱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지만 TV를 통해 ‘프듀 48’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스카이 퍼펙티비’(SKY PerfecTV!)’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 ‘BS 스카파!’를 통해 엠넷과 동시에 방송된다. ‘프로듀스 101’의 중국판인 ‘창조 101’을 방송 중인 중국도 글로벌 티빙 출시 국가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