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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의료사각지대의 빈틈을 메우다
젊음, 의료사각지대의 빈틈을 메우다
  • 김동석 더 커뮤니케이션즈 엔자임 대표 (admin@the-pr.co.kr)
  • 승인 2014.02.1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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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주도 비영리민간의료단체 프리메드(freemed) 강지원 대표

[더피알=김동석] “연습장에 썼던 고민들이 하나하나 현실화되는 것을 보며 기쁨을 느낍니다.” 창립 5년 만에 대학생 주도 비영리민간의료단체 ‘프리메드’를 어엿한 국제의료봉사단체로 성장시킨 장본인이자 사회적 사업가로 성장하고 있는 강지원(연세대 치대 졸업ㆍ27세) 대표. 그는 요즘 치과의사로의 길을 접고 경영과 경제 공부에 한창이다. 비영리단체에도 경영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의료사각지대의 빈틈을 메우려 조금은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강 대표를 최근 서울 정동의 엔자임 사무실에서 만났다.

▲ 프리메드 강지원 대표.
프리메드는 2008년 9명의 대학생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여전히 재정, 조직 등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지만 한 해 80여명이 넘게 참여하는 단체로 발전했다. 의대, 간호대, 약대 학생 중심에서 경영, 디자인 전공자들까지 참여하는 등 전공자의 폭도 넓어졌다. 자원봉사자 모집에 5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대학생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강 대표의 선(善)한 의도에 공감해 협력 의료진으로 참여해 주는 현직 의사와 약사만도 20여명에 달한다.

시련과 좌절도 많았다. 창립 초기 야심차게 시작한 무료진료 버스(희망버스)를 2년도 채 되기 전에 처분한 것은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중고버스를 개조해 주말에 이동진료를 했습니다. 버스의 이동거리만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거나, 버스외벽에 광고를 해 주는 형태로 재원을 마련하려고 구상했었죠. 하지만 운행을 안 하는 평일에 생각지도 못했던 주차비가 쌓였고, 허름한 중고버스여서 고장도 잦아 수리비 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차량 정비를 직접 하기도 하고, 개인 돈으로 버텨보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마석가구공단 외국인 노동자, 종로 쪽방촌, 구룡마을 판자촌 등을 돌며 꽤나 많은 무료진료 봉사를 펼쳤고, 이런 경험은 프리메드의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꿈꿔

사업 초기 기업의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대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믿어주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과연 대학생들이 큰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시선이 많았습니다. 가치 있는 사업 제안임에도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 받은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젊고, 새롭고, 순수한 프리메드의 장점이 후원자분들께 전달됐는지 적지 않은 기업, 단체, 개인들이 후원과 응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프리메드는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꿈꾼다. 사업영역은 ▲무료진료소사업 ▲보건교육사업 ▲모성건강증진사업 등 세 가지다. 단발성 의료봉사가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소외 계층의 ‘의료자립’을 돕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일방적 수혜가 아닌, 교육을 통한 자립을 추구한다.

프리메드는 역설적으로 프리메드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무료진료소 운영도,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보건교육도 모두 수혜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모성건강증진사업(MHI, Maternal Healthcare Initiative)을 펼치고 있다.

저개발 국가의 많은 산모들은 임신과 출산 중 감염 등으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에 임신과 출산 과정 중 각종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물품을 보급하고, 수혜지역 보건의료 인력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 및 수혜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2012년 1월 시범 사업단 파견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케냐 카지아도 지역 26개의 의료시설에 프리메드에서 직접 만든 1430개의 출산키트를 배포해 왔다. 1000명 이상의 산모가 프리메드 출산키트를 이용해 안전한 출산에 성공했다. 1년 만에 얻은 큰 성과다.

▲ 1. 케냐 산모와 의료인에게 제공되는 ‘출산키트’. 수혜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설명서도 글자보다는 대부분 그림으로 표현한다 2. 출산 보조인력의 위생적 복장 3. 위생적 출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물품 4. 감염 및 과다출혈 예방 의약품과 신생아 보호 물품

수혜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 중요

강 대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특히 수혜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린이의 건강지식과 건강습관은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보건교육사업을 진행할 때 정확한 정보 전달에 신경을 쓴다. ‘소금(나트륨)은 나쁘다’보다는 ‘소금은 장단점이 있지만, 너무 많이 복용하면 해롭다’는 식이다.

케냐 산모와 의료인에게 제공되는 ‘출산키트’의 사용설명서도 이해하기 힘든 글자보다는 대부분 그림으로 표현한다. 출산에 필요한 주사기 역시 빨강색 주사는 출혈을 막는 주사, 초록색 주사는 감염을 막는 주사로 표시해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출산키트에는 태아의 심박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비를 포함시켰다. 뱃속 아이의 심장소리를 엄마가 직접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아기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며 눈물짓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함께 감동하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로 역작용도 경험했다. 케냐 현지에는 병원이 드물어 마을과 적어도 5km 이상 떨어져 있다. 응급상황 시 너무 먼 거리여서 오토바이에 리어카를 붙인 ‘산모용 앰뷸런스’를 만들어 보급했다. 평상시에는 적은 요금을 받고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다가, 산모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무료 앰뷸런스 역할을 하도록 고안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모용 앰뷸런스는 산모를 위해서보다는 주로 운송수단으로 사용됐다. 충분한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선한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NGO는 계층 잇는 ‘소통 창구’”

화려할 수도 있는 치과의사의 길을 버리고 떠나는 새로운 도전의 길이기에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서울에 치중돼 있는 사업을 전국 규모로 확대하려고 한다. 다행히 올해부터 교육부와 함께 전국 규모의 보건교육사업을 시작하게 돼 좋은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참여하는 대학생과 직장인들 역시 서울 중심에서 전국적으로 확산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케냐에 머물러 있는 모성건강증진사업도 케냐를 벗어나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대하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의료 NGO의 사회적 위치는 수요자(소외계층)와 공급자(사회구성원) 사이의 ‘계층을 잇는 소통의 창구’라고 믿습니다. 의료 소외 계층이 사라지려면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재분배되어야 하고, 의료 NGO가 소통의 창구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을 ‘현실’로 바꾸어 가고 있는 강지원 대표의 확신에 찬 말에서 프리메드의 밝은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프리메드에 참여와 후원을 원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070-8254-9326으로 연락하면 된다.




김동석


더 커뮤니케이션즈 엔자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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