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1000억…홍보효과 둘러싼 의문들
툭하면 1000억…홍보효과 둘러싼 의문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5.10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출근거·원출처 모호, 불분명한 서술·인용기사 난무

[더피알=문용필 기자] 언론기사를 읽다보면 가끔씩 천문학적인 액수의 홍보효과가 기대된다는 표현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산출근거는 보기 어렵다. 그나마 제시되는 산출방법 자체도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도 이른바 ‘1000억 홍보효과’가 등장했다. 대국 전날인 3월 8일부터 구체적인 수치가 언론에 의해 제시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국이 진행되는 내내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회자됐다. 알파고가 예상을 깨고 이 9단을 제압하면서 구글의 홍보효과를 주목하는 이들은 더 늘어났다.

▲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당시, 구글이 1000억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국내 언론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어떤 근거와 계산에 의해 1000억 홍보효과를 말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주지 않았다. <더피알>이 3월 8일부터 대국 종료 다음날인 3월 16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재된 관련 기사를 살펴본 결과, 구체적인 산출근거를 제시한 기사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1000억원이라는 수치를 누가 언급했는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분명 숫자는 똑같은데 ‘홍보업계 관계자’ ‘업계’ 등 두루뭉술한 출처만 난무했다. 이와 함께 ‘분석이 나온다’ ‘추측된다’ ‘알려졌다’ ‘예상된다’ 등 뉘앙스가 조금씩은 다른, 그리고 불분명한 의미의 서술어가 사용됐다.

심지어는 대국이 진행된 서울 시내 한 대형호텔도 1000억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엄연히 다른 회사인데 산정된 홍보효과 수치는 똑같았다.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출처와 산정방법에 대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구글의 1000억 이벤트, 누가 최초 얘기했나

혹시 해당 이벤트를 진행한 PR회사나 구글 본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1000억’이라고 밝힌 것은 아닐까. 하지만 구글코리아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뉴스커뮤니케이션 측은 이를 부인하며 “저희가 보도자료를 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행사진행을 별도로 맡은 PR회사 역시 없으며 구글 본사 측에서도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 다만 “언론들이 따로 전문가 멘트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결론적으로 기자는 ‘구글 홍보효과 1000억’ 설의 원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회사 측의 공식 발표와는 무관하게 언론이 홍보효과 수치를 제시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7월 몇몇 언론사들은 주류회사 하이트진로가 2000억원 이상의 광고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트진로가 스폰서를 맡은 프로골퍼 전인지 선수가 미국 LPGA US여자오픈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측 관계자는 자신들이 발표한 수치가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4년 전에 똑같은 대회에서 다른 한국선수가 우승했을 때 스폰서를 맡았던 기업의 경제연구소에서 2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추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자들이 이를 보고 수치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해 us여자오픈을 재패한 프로골퍼 전인지 선수. 모자와 티셔츠에 하이트진로의 브랜드가 새겨져 있다. ap/뉴시스

이같은 추측이 사실이라면 해당 기사에서 제시된 홍보효과 액수는 그 근거가 상당히 미약할 수밖에 없다. 공신력 있는 대기업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시기 자체가 다를뿐더러, 업종이 맞지 않는 다른 기업 사례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실 홍보효과를 구체적인 금액으로 적시한 기사들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나 대형 행사를 개최할 때 경제유발효과와 함께 몇천억 단위 액수의 홍보효과가 거론되곤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는 대형 이벤트에 스폰서십으로 참여하거나 대대적인 현지 광고에 나서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같은 수치는 정부나 해당 기업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체적인 수치를 내세워야 자사의 홍보활동이 한층 더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김주호 콜라보K 대표는 “홍보하는 입장에서 보면 투자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그리고 (금액으로 제시된 수치는) 뉴스의 속칭 ‘야마(핵심)’를 뽑는 측면에서도 좋다”며 “이같은 욕구들이 결합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홍보담당자 A씨는 “기업들은 홍보노력과 대비해 구체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정량적 수치를 바란다”며 “가시적이지 않은 부분을 보여주게 되면 어느 정도 객관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기껏해야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퍼센트(%) 수치보다는 천문학적인 단위의 액수를 제시는 것이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기도 훨씬 좋다.

지출 정당성 위한 불가피한 선택?

언론이라는 공신력 있는 매개체를 통해 홍보비용 지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다.

A씨는 “만약 어떤 이벤트에 사용한 홍보비용만 기사에 나오면 돈을 많이 썼다는 반감이 들 수 있지만 홍보효과를 구체적인 금액으로 제시하면 대단하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해도 언론에서 보도하면 믿게 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산출근거와 출처를 밝히는 보도자료나 기사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다. ‘홍보효과 몇억’이라는 문구는 쓰지만 구체적인 산출방식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관심을 두는 언론사 자체가 별로 없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구글과 하이트진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해당 기업이 발표하지도 않은 수치를 언론에서 기사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기업의 홍보담당자는 ‘1000억’과 ‘2000억’ 홍보효과의 산정근거를 물어오는 언론사는 없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산출근거와 상관없이) 기사의 가치를 ‘뻥튀기’ 하려는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분야의 경우 기사의 중요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보니 ‘몇억짜리’ ‘얼마짜리’ 같은 기준에 따라 기사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는 것은 해당 기사와 관련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언론이 존중되고 특혜가 부여되는 것”이라며 “(정확한 산출근거를 적시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기사에 쓰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