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경제효과 2조원, ‘아님말고’식 홍보의 전형
어벤져스2 경제효과 2조원, ‘아님말고’식 홍보의 전형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5.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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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만 있고 전략은 없어…“국가홍보 반면교사 삼아야”

[더피알=강미혜 기자]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우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개봉 3주차에도 줄곧 정상을 유지하며 누적관객수 900만을 앞두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지만 어벤져스2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특별’하다. 촬영지원을 통해 4000억원의 홍보 효과와 2조원에 달하는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을 기대한 까닭. 이는 시민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 시내 곳곳을 촬영장소로 내준 명분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어벤져스2 국내 촬영…정부는 홍보, 네티즌은 비판)

▲ 어벤져스2 포스터 일부.

호불호가 갈리긴 해도 어벤져스2의 영화적 평가는 나쁘지 않은 듯하다. 스타군단, 강력한 액션, 현란한 CG만으로도 “볼만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영화 속 장면마다 깨알같이 등장하는 낯익은 서울 풍경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정부가 주장한 ‘4000억·2조원’이란 숫자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영화에 비쳐진 한국의 모습만 봐도 매력적이지 않다. 천재 과학자로 분한 수현(닥터조 역)의 모국 정도일 뿐이다.

IT 강국, 첨단 도시 이미지로 그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첨단 기술연구시설로 묘사된 세빛섬을 제외하곤 한국이 첨단 도시임을 유추할 ‘무엇’이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상 액션신에 가려져 배경이 된 촬영장소 대부분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국가홍보에 있어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애초 어벤져스2 한국촬영을 한국홍보와 연결 짓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1년 전 전문가들이 <더피알>과의 인터뷰를 통해 예상한 바를 돌아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관련기사: 어벤져스2 촬영, ‘진짜’ 한국홍보될까)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영화에 등장한 도시를 기억할지, 또 영화 스토리상에서 한국이 어떻게 묘사되고 분량은 어느 정도로 노출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가홍보 효과를 가늠할 수 있겠느냐. 대한민국 홍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벤져스2에 대한 국내 마케팅 효과만 가져올 수도 있다.” -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영화의 특성이 클로즈업이다. 영화상에서 나온다고 해도 일부일 뿐, 한국의 선진적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화 촬영장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에 정부가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효과를 추정했다.” -한상덕 문화평론가

뿐만 아니라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의 대가로 제작사인 마블스튜디오가 제시한 ‘마케팅 효과’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관광공사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마블스튜디오와 영화 어벤져스2 국내 촬영 및 대한민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관광공사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마블스튜디오와 영화 어벤져스2 국내 촬영 및 대한민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뉴시스

양해각서를 통해 국내 관련 기관들은 마블스튜디오에 ▲원활한 영화 촬영을 위한 협력 및 지원 ▲외국영상물 현지 촬영(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에 따른 제작비 지원(영화진흥위원회)을 약속했다.

또 마블스튜디오는 ▲영화 내용에서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국내 관련 기관들에는 ▲영화의 일부 영상을 활용한 홍보영상 제작 허용 ▲대한민국 촬영 관련 특별 영상 제공 ▲마블 영화 출연 배우의 SNS를 통한 국내 영화촬영 홍보에 협조키로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어벤져스2가 촬영됐다’는 사실 외 해당 양해각서에 명시된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제대로 확인할 방법도 없다.

문체부 문화산업과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그 부분(어벤져스2 연계 마케팅)은 우리 소관이 아니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한국 촬영 특별 영상은 DVD 스페셜 버전 형태로 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활용한 한국 홍보영상 관련해선 “어벤져스 해외 개봉 시점에 맞춰 관광공사에서 미국, 영국 등 4개국을 대상으로 상영 전 극장광고 시간에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을 내보내는데 어벤져스2에 출연한 수현 씨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주무부서인 관광공사 홍보실로 문의해 봤으나 담당팀이 지방출장 중이라 다음주나 돼야 확인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대적인 사전 홍보와는 대조적으로 내부에서조차 후속 조치에 대한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 정부는 어벤져스2 한국 촬영으로 인한 2조원 경제효과를 내세우며 서울 시내 곳곳의 차량을 통제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대로 일대가 어벤져스2 촬영으로 통제된 모습. ⓒ뉴시스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춘 서울시도 뚜렷한 안(案)이 없긴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외 반응이 중요한데 일단은 영화가 상영 중이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다만 “영화 촬영지인 상암동 DMC 같은 곳에 기념촬영 장소를 만든다든지, 영화 소품을 전시하는 공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종합해 보면 국가홍보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제시한 채,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전략이나 후속 액션은 미비한 상태다. 자연히 어벤져스2 홍보효과 4000억은 ‘시민 우롱’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국가홍보’ 한다던 어벤져스2, ‘국내홍보’였나)

이종혁 교수는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작년에 이미 결론 난 것”이라며 “어벤져스2와 국가홍보 효과에 대한 왈가왈부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다 안 좋다를 논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말할 것도 없이 ‘홍보 효과 없음’이라는 것.

이 교수는 “일례로 영화 트랜스포머3의 배경이 시카고였던 사실을 누가 아느냐”고 되물으며 “어벤져스2에 나오는 서울 모습도 한국 사람들 눈에야 들어오지 외국인 시각으로 보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분량이 20분이라고 해서 홍보나 관광효과를 얘기하는 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일을 전형적인 ‘아님말고식 홍보’라고 보면서 “PR 효과를 논할 때 숫자를 언급하는 것이 기능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편하기 때문에 지금껏 보도자료 등에 너무 쉽게 숫자를 명시해온 경향이 있다”며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 홍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지애 전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은 앞선 <더피알>과의 인터뷰에서 “해외를 상대로 하는 국가홍보는 국내홍보와 철저하게 분리시켜야 한다. 실상 너무 많은 홍보들이 국내를 보면서 이뤄지고 있다”며 관행적 국가홍보의 문제점을 일갈하기도 했다.

“가령 미국에서 어떤 행사를 한다고 가보면, 우리 동포끼리 앉아서 얘기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 그 행사는 잘한 해외홍보 실적으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해외행사에 국내매체 한 사람은 꼭 동행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에 알려져야 성과를 인정받고 예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 시스템상에 한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국내홍보를 위한 해외홍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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