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청년의 죽음은 무엇을 얘기하는가
19세 청년의 죽음은 무엇을 얘기하는가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6.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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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지하철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문제는 매뉴얼 아니라 시스템

19살 지하철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을 비용 문제로 보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직원 김모씨는 지난달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승강장에 들어오던 열차를 피하지 못해 숨졌다. 

서울메트로 측은 김군이 구의역에 보고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열차 운행 조정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인1조’ 작업 원칙의 안전매뉴얼 자체가 지켜지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면 사고는 김군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지하철 용역은 최저가 낙찰제로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수리 작업에서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스크린도어 수리 때 2인 1조로 작업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6명이 49개 역의 장애 처리를 맡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1~4호선 스크린도어는 역마다 규격이 달라 5~8호선보다 5배나 많은 고장이 발생한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승강장에 붙은 추모 문구대로 ‘문제는 매뉴얼이 아니라 시스템’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을 비용의 문제로 보는 물신주의의 망령은 청산돼야 한다”며 “그것이 숨 돌릴 틈 없는 정비 속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한 젊은이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모지들이 붙어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6월 1일자 사설>

▲ 경향신문 = 홍만표 영장청구한 검찰, 검사 상대 로비는 수사 안 하나 / 변칙적인 위안부 재단 준비위 출범 안된다 / '수도권 미세먼지' 정부 통계보다 더 나빴다니

▲ 동아일보 = 北 김정은 특사 맞는 中, 북핵 개발 시간 벌어줄 참인가 / 박원순 시장, 지하철 안전은 제쳐놓고 '대권 놀음'하나 / 日정부 손들어준 위안부재단 위원장의 "치유금" 발언

▲ 서울신문 = IMD 국가경쟁력 추락시킨 후진적 경영관행 / '원 구성 안 되면 세비 반납하겠다'는 약속 지켜라 / 허술한 우범자 관리가 '수락산 살인' 불렀다

▲ 세계일보 = 구조조정 표류는 정부의 총체적 무능 때문인가 / 국가경쟁력 갉아먹는 세계 꼴찌 '경영 관행' / 매년 10만마리 이상 반려견 내버리는 무책임 사회

▲ 조선일보 = 줄거리조차 못 잡는 미세 먼지 대책, 벌써 정권 末 증상인가 / 20대 국회 개혁 '불체포特權 폐지' 하나에 달렸다 / 운동장 우레탄 트랙서 납 검출, 불안해 아이 학교 보내겠나

▲ 중앙일보 = 파편화된 미세먼지 대책, 황교안 총리는 뭐하나 / 19세 청년의 죽음…안전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 구조개혁 서두르라는 IMD의 국가 경쟁력 평가

▲ 한겨레 = 구의역 참사, '위험 외주화'가 주범이다 / 위안부 해결 더 어렵게 할 '위안부 재단' / 법원도 정당성에 의문 제기한 삼성물산 합병비율

▲ 한국일보 = 위안부재단 준비위, 피해자와의 소통부터 애써야 / 안전 관련 업무만이라도 외주화 자제하라 / '정운호 로비' 檢 연루 수사에 김수남 총장 자리 걸라

▲ 매일경제 = 국가경쟁력 추락 막을 구조개혁 한시가 급하다 /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떨어진 제조업 가동률 / 20대 국회 개원 법정시한 넘기면 세비 반납하라

▲ 한국경제 = 잘못된 것은 삼성물산 매수청구가가 아니라 법원결정이다 / 인종 다양성까지 고려하라는 기업지배구조…말이 되나 / 국가경쟁력 추락이 아니라 국가의 추락이 다가온다

중앙일보는 ‘19세 청년의 죽음…안전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구의역 사고 이후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죽음은 불의의 사고가 아닙니다.’ ‘열아홉 살 비정규직 노동자.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아들.’ 승강장엔 포스트잇이 붙고 국화꽃이 놓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하는 것은 구의역의 비극이 왜 일어났느냐다. 서울메트로는 2013년 성수역 사고와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 후 스크린도어 수리 때 2인 1조로 작업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매뉴얼은 현장에서 지켜질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앙은 “최저가 낙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한 결과 수리 작업은 비용 절감에만 맞춰졌다. 사고 당시 근무조 6명이 서울 강북 49개 역의 장애 처리를 맡다 보니 2인 1조 출동은 불가능했다. 안전 업무의 저비용 외주화가 허울뿐인 매뉴얼을 삼켜버린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에서 도시철도공사 관할의 5~8호선보다 5배(2014년 기준) 많은 고장이 빈발하는 이유도 역마다 규격이 다른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승강장에 붙은 추모 문구대로 ‘문제는 매뉴얼이 아니라 시스템’이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안전 관련 업무만이라도 외주화 자제하라’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위험이 따르는 안전 관련 업무마저 이윤과 경영 효율을 이유로 외주업체에 넘기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고 짚었다.

한국은 “외주업체는 원청업체에서 최저가로 일감을 따오고도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충분히 쓰기 어렵고 임금 수준도 낮으며 숙련된 기술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번에 희생된 김모씨만 해도 고교 졸업 후 입사한 지 일곱 달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무리 성실해도 능숙하게 작업에 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고 봤다.

특히 “하청업체 노동자는 원청업체 정규직이 꺼리는 일에 우선 투입되므로 위험 노출 빈도가 높지만 안전교육은 충분히 받지 못한다. 반면 원청업체는 최저가 입찰업체에 일감을 줘 비용을 아끼고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할 수 있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다가 이번에 또 희생자를 냈으니 참으로 부끄럽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겨레 역시 ‘구의역 참사, ‘위험 외주화’가 주범이다’란 사설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위험작업의 외주화에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잇따른 사망사고에서 드러났듯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악습이 이번 구의역 사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원청에 비해 열악한 하청업체는 안전보다 경비 절감을 우선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위 조사와 대책 마련은 물론 인명과 안전보다 돈과 효율을 중시해온 시스템, 이 사회에 만연한 외주화 문제도 정면으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이제라도 차분히 되짚고 대책을 다듬는 것만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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