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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걸린 기업의 8가지 치료 유형[정용민의 Crisis Talk]정기적 ‘검진’ 필요…미리 마련된 ‘치료 프로세스’ 따라야

[더피알=정용민] 시끄러운 청와대발 이슈들이 대기업들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기업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여론적 비판을 받아야 할 부분이 있으면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옳은 자세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어지러운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위기관리관(危機管理觀)’을 비유를 통해 정리해본다. 기업을 ‘사람’으로, 위기를 ‘질병’으로 빗대면 다음과 같은 유형들이 나타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건강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형 병(위기)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항상 자신에게 어떤 병이 생긴 것은 아닐까 우려도 한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각종 건강상식들에 주목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과 같은 기초적인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속으로 건강해야한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만을 반복한다.

이런 기업들이 꽤 있다. 경영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위기가 도처에 깔려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가올 위기에 대해선 아무런 실질적인 대비를 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운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설마 우리에게 실제 그런 병이 생기겠어하는 희망에 의지하는 것인지?

병들었다는 사실을 알아도 본격적으로 치료 하지 않는 형 이런 사람(기업)은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내게도 이런 병이 찾아 왔군요”하며 이내 잠잠하다. 병이 발견되면 치료를 위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참을만해서일 수도, 병원에 가는 것이 귀찮거나 두려울 수도 있다. 언젠가 스스로 병이 나아서 내 곁을 떠나겠지 하는 믿음도 엿보인다.

이런 기업들은 특정 위기를 마주하면서 이는 관리할 수 없는 위기라 생각한다. 일부는 관행이고 너무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라 개선의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다, 피해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입을 닫고, 언론을 피해 숨는다. 시간이 약이라고 믿는 유형이다.

살기 위해 일부러 병을 키우는 형 정말 아이러니한 케이스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폭음을 한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과도한 흡연을 한다. 불규칙한 식사와 폭식을 넘나들면서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삶을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주변 의사들이나 건강전문가들이 “당장 담배와 술을 끊어야 살 수 있다” 조언해도 그 습관을 개선하거나 통제하지 못한다.

일부 기업도 이와 비슷하게 각종 기업범죄 및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 스스로 자위한다.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해서 돈을 버는 거지, 법을 다 지키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하는 경우다. ‘법이 잘못돼 있어서 법 자체를 준수하다 보면 우리가 살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병이 커져 생명을 위협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치명적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따라서 병을 키우는 행위들은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 형편없는 면역력은 취약한 위기대응을 낳는다.

면역력이 형편없는 형 면역력이 너무 시원찮아서 찬바람만 불면 누워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더운 여름에는 여름대로 더위를 먹어 운신을 못한다. 평소 면역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든가 해야 하는데 매번 같은 질환을 반복해서 앓는다.

정기적으로 언론에 부정적으로 회자되는 기업들이 이런 모습이다. 사회적 논란이 시작되면 항상 그 주체들 중에 하나로 포함되는 기업들이 있다. 각종 규제나 법적인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사법기관에서 출두명령을 내리면 매번 총수가 얼굴을 보인다. 너무 장기간 동안 이런 문제가 반복되니까 이제는 이력이 붙는다. 경험치가 높아져서 대응 기술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기술은 면역력과는 거리가 멀다.

대증치료만 하면서 건강하다고 상상하는 형 진짜 위중한 병은 몸속에 있는데 열을 내리려고만 노력한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기업의 경우 위기가 발생하면 부정적인 기사를 빼려고 여러 노력을 한다.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는 것을 보고 관리하려고 여러 기술을 활용한다.

일단 부정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시각만 희석시키면 다행스럽게 해당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몸속 병의 위중함은 나날이 심각해져 간다. 결국 대증치료만 반복해서는 더 나아짐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상황이 온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는 형 몸에 병이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누구에게 찾아가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매우 답답해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기업들 중 이런 경우가 꽤 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고 아래 실무자들에게 “우리도 위기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하겠다”는 지시를 한 경우다.

실무자들은 그때부터 위기대응 체계를 공부하려 한다. 위기관리 교과서 맨 앞장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내용을 찾아낸다. 일단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여기저기 의뢰한다.

위기라는 열차는 그 회사를 향해 매초 다가오는 데 위기관리매뉴얼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급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수준도 아닌 경우다. 몰라서 그렇다.

병이 심각해지면 여러 주술에 의지하는 유형 자신이 걸린 병을 굿이나 기도와 정성으로 치료받고자 한다. 병원에 가지 않고, 아주 오래된 습관 그대로 주술에 일단 의지하고 본다. 병은 더욱 더 깊어지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주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비선’ 라인들에 의지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져 있는 ‘위기관리팀’은 유명무실한 조직이 돼버린다. 임직원들이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회사 주변에서 위기를 관리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평가하지 못한다. 실행과 실행이 자주 충돌하고, 위기를 관리하기는커녕 상황의 불투명성만 커지게 된다.

다른 사람이 걸린 병을 그냥 재미있게 구경하는 형 자신도 그런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일부는 자신도 이미 유사한 질병에 걸려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지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병과 싸우는지 구경만 한다. 평소에 어떻게 건강관리를 한 거냐, 그렇게 병이 온몸에 퍼지도록 왜 치료하지 않았느냐 등등 평가하면서 한심해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다른 회사들에 어떤 위기가 발생했었는지 케이스들을 알려고 한다. 그 케이스를 분석하고 반면교사 포인트를 찾겠다고 한다. 관련 강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부 재미있는 위기관리 케이스는 나중에 술자리 안줏감으로 꺼내놓기까지 한다. 그러나 강의가 끝나면 그 다음 진행해야 할 자사에 대한 적용이나 개선 노력은 하지 않는다. 수많은 위기들을 구경만 할뿐,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발전시키지는 못하는 유형이다.

   
▲ 페이스북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광장에서 조깅하는 모습. 저커버그 페이스북/뉴시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평소 건강을 위해 여러 이로운 노력들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건강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찾아내려고 해야 한다. 면역력을 키우고, 나에게 어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진다. 병이 발생한다면 어떤 진단과 치료 프로세스를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마련해 놓는다.

그러다가 결국 병이 생기면 미리 마련된 치료 프로세스를 성실하게 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병에 걸리는지, 왜 걸리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자신의 건강 유지 활동에 실제 적용한다.

이런 사람(기업)은 건강할 수밖에 없다. 웬만한 병이 생겨도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빨리 치유가 가능해진다. 기업도 사람과 같다. 위기라는 병을 관리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용민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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