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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예술작품이 된 셀피
이 시대의 예술작품이 된 셀피
  • 신세미 (dream0dream@naver.com)
  • 승인 2017.04.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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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그리는 21세기 자화상…소통수단이자 놀이문화

휴대폰으로 직접 찍은 자신의 사진을 뜻하는 셀피(selfie), 한국식 용어로 셀카사진이 전시장에 모였다. 그것도 광고인 출신의 미술품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운영하는 영국 유명 갤러리에서 말이다.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5월말까지 열리는 ‘셀피에서 자기표현까지’(From Selfie To Self-Expression)전이 그것이다.

서구 언론이 ‘예술로서 셀피’, ’셀피가 예술인가?’, ‘최초의 셀피전’ 등의 제목으로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서양미술 거장의 자화상과 한 흐름에서, 현대 셀피를 ‘21세기 자화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개최한 셀피 전시회. 출처: 사치갤러리 홈페이지

튀는 현대미술로 명예와 부를 거머쥔 데미안 허스트, 마크 퀸, 트레이시 에민 등 영국 젊은 작가(YBA)의 작품을 선보인 1990년대 후반 ‘센세이션’전의 기획자 찰스 사치는 이번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확산돼온 셀피를 미술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스마트폰 시대의 자화상으로 셀피를 재조명하고, 예술적인 자기 표현의 도구로서 스마트폰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렘브란트, 고흐, 피카소, 뭉크, 칼로의 자화상과 더불어 유명인 및 일반인의 셀피 사진을 걸었다. 자신을 모델로 다양한 인물을 재현하는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사진을 비롯해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셀피, 미국 방송인 엘렌 드제네러스가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메릴 스트립, 브래드 피트 등 스타들과 찍은 유명 셀피도 있다.

세계 네티즌을 상대로 셀카 경연대회를 열고, 벽면에 유명인의 셀피 및 일반인의 셀피를 빼곡히 전시했다. 또 영국 젊은 사진작가들이 중국 통신 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라이카가 공동 개발한 듀얼 렌즈의 최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을 신상품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광고전문가인 사치 특유의 아이디어와 전략이 돋보이는 전시다.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개최한 셀피 전시회. 출처: 사치갤러리 홈페이지

스마트폰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이미지를 쉽고 간편하게 담아 전할 수 있게 되면서 영국 옥스포드대 출판부가 올해의 단어로 셀피를 선정한 것이 2013년. 올림픽 개폐막식장에선 선수, 임원들이 눌러대는 셀피 촬영의 반짝임이 색다른 장관을 이루는 셀피의 시대다. 패션잡지들은 셀피 컨셉의 화보를 내고, 배우 모델 등 대중스타들의 셀피는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난다.

셀피 일부에선 사생활의 영역이 축소되고, 혼자만의 내밀한 순간까지 외부에 공개되며, 대상 그 자체보다 어떻게 보이느냐를 중시하게 됐다는 부정적 요소를 짚어내기도 한다.

동서고금의 화가들은 모델료없이 언제라도 이용 가능한 자기 자신을 모델삼아 테크닉을 실험하고 얼굴 표정을 연구하며 자기 성찰과 고백의 통로로 자화상을 즐겨 그렸다. 자화상은 인물화의 차원을 너머 작가 개인의 내면과 더불어 표정, 복식, 배경 등에 시대상이 담겨 있다.

서양미술사에서 자화상을 특히 많이 그린 화가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다. 그는 20대 초반이후 63세로 눈감을 때까지 40여년간 80여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세월과 더불어 변하는 외양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담겨 있는 ‘그림으로 남은 자서전’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는 40여년간 80여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구글 검색 이미지

이즈음 셀피는 화가의 자화상과 또 다르게 생활의 기록을 너머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수단이자 일상에 활기를 더하는 놀이처럼 그 기능과 의미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화가라든지 일부만이 자화상 작업이 가능한 반면, 21세기 셀피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변화다. 촬영 때 팔 길이보다 멀리서 피사체를 넓게 담아낼 수 있는 ‘셀카봉’이며, ‘셀카 잘 찍는 법’도 인터넷에 떠다닌다.

사치갤러리 셀피전은 현대인에게 표현과 소통의 창구이자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셀피의 위상을 세인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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