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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와 마케팅PR이 만날 때
‘있어빌리티’와 마케팅PR이 만날 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4.1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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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욕 직접적으로 타깃팅...온라인 영향력자 활용도 UP

[더피알=문용필] ‘있다’와 영어로 능력을 뜻하는 ‘어빌리티(ability)’를 합친 있어빌리티는 우리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과시욕과 SNS 일상화, 불황 등이 있어빌리티 현상을 설명하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관련기사: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어 올린다)

있어빌리티, 혹은 허세는 대중문화계에서도 주목받는 키워드다. 대표적인 예는 허세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최현석 셰프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과장된 제스처로 소금을 뿌리고 유난스럽게 앞치마 끈을 매는 등의 행동으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으며 ‘허셰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 밉지 않은 허세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최현석 셰프. 뉴시스

힙합문화에서 파생된 ‘스웨그(Swag)’도 있어빌리티와 맞닿아 있다. 스웨그는 한마디로 말해 ‘미국식 허세’다. 뭔가 멋있어 보이는 말들을 쏟아내고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금목걸이나 모피코트 등 힙합 뮤지션들이 많이 하는 패션아이템도 스웨그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웨그 문화는 방송에 출연하는 힙합 뮤지션들을 통해 국내 대중들에게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의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는 참가자들의 스웨그 넘치는 가사와 솔직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개중에는 너무 허세스럽고 거침이 없어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즌이 거듭되면서 점점 프로그램의 재미 포인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웹툰 분야에서도 허세와 있어빌리티를 재미요소로 차용한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이 대표적이다.

클럽가의 패션리더이자 영자지, 브런치를 즐기는 주인공 ‘허세’는 대학졸업 후 취업난과 생활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사채까지 손을 대버린 백수다. 사채업자의 추격을 피해 우연히 들어간 목욕탕에서 목욕관리사로 취직한 허세는 탕 속에서 있어보이는 멘트를 날리며 셀피를 찍는다. 심지어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그의 허세 섞인 멘트는 계속된다.

▲ 웹툰 '목욕이 신'의 주인공 허세. 네이버 웹툰 일부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개설된 ‘허언증 갤러리’에는 허세이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게시물들이 네티즌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피라미드 사진을 올려놓고 ‘요즘 해변가에서 모래성 쌓는 재미로 산다’고 허세를 부리는가하면 초대형 안테나 사진을 게재하고는 ‘공유기 하나 장만했어요~’라는 제목을 달기도 한다. 물론, 이는 허세와 허언증을 소재로 삼은 하나의 놀이문화다.

영향력자에게 ‘소스’를 제공하라

있어빌리티는 기업의 PR‧마케팅에도 얼마든지 응용될 수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나 제품 자체를 있어보이게 꾸몄다.

예를 들어 ‘100만불 수출 달성’ 등 실적을 내세우거나 ‘세계 최초’ ‘세계 최대’ 등의 수식어를 통해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를 부각시키는 광고 등이다. 물론 이렇게 다소 ‘오글거리는’ 레토릭은 간결하고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최근의 PR·마케팅 트렌드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기법이다.

사람들의 과시 욕구를 직접적으로 타깃팅하는 것은 있어빌리티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오직 당신만이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제품의 품격을 높이는 프레스티지 마케팅이 그렇다. 혹은 한정된 수량만을 발매해 희소성을 부여한 한정판 마케팅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 지난해 h&m과 발망의 콜라보레이션은 명품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엄청난 소비자를 불러모았다. 뉴시스
모두 인간의 기본적인 과시욕을 충족시키고 만족감을 극대화시킨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구매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있어빌리티의 속성을 모두 만족시킨다고는 볼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가성비’도 있어빌리티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11월 SPA 브랜드 ‘H&M’이 명품 브랜드 ‘발망’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한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는 가성비를 만족시킨 있어빌리티 마케팅 사례로 볼 수 있다. 소비자에게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SPA 브랜드 가격으로 살수 있다는 뿌듯함을 안겨준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매장 앞에서 길게는 며칠 밤을 지새우면서 이벤트 오픈을 기다린 소비자들의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LG전자는 비슷한 시기 꿀팁을 이용한 마케팅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다. ‘그램 꿀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이벤트는 대학 새내기들을 그 타깃으로 잡고 각 전문가들이 있어보이는 꿀팁을 ‘인강’을 통해 전수하는 방식이다.

뷰티 파워블로거 라뮤끄의 ‘성형 없이 새내기 퀸카되기’ 클럽전문가 DJ소다의 ‘스무살 첫 클러빙 No 굴욕팁’, 헤어디자이너 차홍의 ‘번호 따고 싶은 신입생 스타일’ 등 스무살 청춘들의 관심주제를 톡톡 튀는 제목으로 표현했다.

하나투어는 이른바 ‘하루만 허세’라는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항공과 숙박, 보험의 기본상품으로 획일화된 기존의 자유여행 틀에서 벗어난 이 상품은 이코노미 항공권과 민박숙박 등 저렴한 구성에 마지막 1박은 4성급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 ‘작은 허세’를 즐길 수 있게 했다.

▲ 하나투어는 '하루만 허세'라는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귀국길에는 호텔 개인 전용차량 픽업서비스로 공항까지 향할 수 있고 항공권 역시 프리미엄등급의 이코노미로 격상된다. 이와 관련, 하나투어 관계자는 “전체 배낭 상품 예약의 3%를 차지하고 있다. 활발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방한 수치로 판단된다”며 “높은 잠재성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있어빌리티를 이용한 PR·마케팅 전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기업이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온라인 영향력자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대표는 “과거에는 개인들이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없었지만, 이제 1인 미디어의 판이 깔리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측면이 많아졌다”며 “이를 (기업이) 잘 코디네이트 하는 것만으로도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일일이 광고할 필요 없이 그들이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도구만 주면 된다. 마케팅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대표는 “SNS의 맥락에서 보면 바이럴 구조를 만들고 소문을 확장시키는 영향력자들은 대부분 있어빌리티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각 SNS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파악하고 조사하는 작업이 한 뒤 스토리텔링 소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수의 영향력자들을 모아 파티를 개최하고 신제품을 공개하는 형태의 행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현장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게 되면 영향력자들의 있어빌리티도 충족될뿐만 아니라 그들 SNS를 모니터링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를 줄 수 있다. 직접적으로 광고를 하는 것보다 예산도 훨씬 절감된다.

또한 최 대표는 ‘사람들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말을 인용하면서 “어떠한 미장센을 통해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려는 욕망을 다른 사람이 욕망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있어빌리티 마케팅을 정의하기도 했다.

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는 역발상에 가까운 제안을 내놓았다. 있어빌리티가 트렌드화된 배경에는 타인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있는 만큼 따뜻함을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다독거리고 위로할 수 있는 요소를 활용해야 한다”며 “이들에게 휴식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이미지나 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하면 자칫 ‘금수저’ 역풍

다만, SNS를 통한 있어빌리티에는 분명히 ‘허구’의 요소가 존재한다. ‘있어보인다’와 실제로 ‘있다’는 말에는 엄연히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면은 있어빌리티가 단순한 선망의 대상이 될수 없는 이유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7월 SNS 사용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NS에서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모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4%에 불과했다. 또한 61.2%는 ‘SNS에서는 모두들 자신의 행복한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엔 호주여성 에세나 오닐의 ‘고백’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SNS상에서 빼어난 외모의 사진으로 수십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던 SNS 스타 오닐은 어느 날 2000여장의 사진을 삭제하고 민낯을 공개했다. 자신이 그간 업로드한 사진은 진짜모습이 아니었다고 고백한 후 SNS의 허상을 지적하는 투사로 돌변했다.

▲ 호주의 sns 스타 에세나 오닐이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왼쪽)과 그녀가 민낯으로 sns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

이와는 별개로 있어빌리티를 이용한 PR·마케팅에서 신중을 기해야 할 포인트도 있다. 최장순 대표는 “너무 유니크한 아이템이라면 반응이 오지 않을 수 있다. 일보 먼저 나가면 외면당하기 쉬우니 반 발짝 정도 앞서야 한다”며 “중간 중간 시장상황을 보면서 조금씩 디마케팅을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고객들이 있어보이도록 계속 대접해야겠지만 서비스 콘셉트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아야 하는 카테고리도 존재한다”며 “(경우에 따라) 과도한 친절은 정이 안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경호 대표는 “기업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너무 강하게 홍보한다면 이른바 ‘금수저’에 대한 사회심리적인 저항감에 부딪쳐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제품이 어떤 도움을 주고 어떤 위안을 주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칠포세대, 은퇴자 등 심리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있어빌리티를 이야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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