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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_비로소_보이는_것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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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7.06.12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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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강약 정하고 맥락 발견…존재이유는 단순할수록 좋다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남들 하는 만큼은 해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주고받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일 것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교육도, 결혼도, 취업도, 육아도, 재테크도 남들만큼은 하고 살아야 안심이 되는 사회 분위기임을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개인의 비극이 시작된다. 자기 인생인데 그 기준이 ‘남들 하는 만큼’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개인은 크고 작은 부딪힘을 끊임없이 겪게 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정체성이 생명인 브랜딩에서 ‘남들 하는 만큼’의 기준은 어찌 보면 독이다. ‘남들 하는 만큼’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나의 강점과 성향’이 기준이어야 하는 것은 사람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에서 ‘남들 하는 만큼’의 기준이란...

제품 살린 파격 패키지

‘남들 하는 만큼’의 기준을 바꾸면서 극적인 변화를 맞은 브랜드가 있다. 미국 에너지바 브랜드 알엑스바(RXBar)는 일단 제품 자체의 정직함과 자신감이 분명하다. 미국에만 2000개 이상의 에너지바 브랜드가 있다고 하는데 이들 중에는 에너지를 그저 당으로만 해석해 과도한 설탕과 첨가물 덩어리인 것들도 많다. 알엑스바는 달랐다. 밀가루 추출 단백질 혼합물, 간장, 유제품, 설탕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단맛은 과일 등 천연재료에서 추출한 당분으로 냈다.

제품 차별성이 뚜렷한 브랜드였지만 이들이 처음 선택한 패키지는 그저 여느 에너지바, 넛츠 스낵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를 테면 브랜드 네임이 상단 중앙에 제일 크게 자리 잡게 했다. 패키지의 정형성을 따르자면 소비자들이 얼른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가시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곤 사과, 블루베리, 아몬드 등 원료 사진과 컬러가 중요한 비중으로 들어갔다. 중요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식감도 높일 테니까. 이 두 개의 핵심이 자리 잡고 나면 나머지 요소들은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마이너 요소가 돼버린다. 이 제품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첫 패키지는 역시나 소비자에게 주목받지 못했다.

정형성을 따랐던 초창기 알엑스바 패키지(위)와 디자인의 과감성을 살린 현재 모습.

첫 번째 패키지에서 실패를 인정하고 알엑스바가 취한 조치는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이었다. 새로운 패키지 면적 80%는 바로 제품 원료에 대한 노골적인 노출이었다. 5줄의 공간에 ‘3개의 계란 흰자, 6알의 아몬드, 4알의 캐슈넛, 2개의 대추, 첨가물 없음’. 이것이 핵심 메시지이자 팩트(Fact) 그 자체였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은 것일까?

일단 남들이 하는 방식의 안전한 패키지 표기의 틀을 버렸다. 브랜드 네임을 표기하는 전형적 비례인 큰 사이즈를 버렸다. 반복적으로 누구나 쓰는 원료사진의 레이아웃을 버렸다. 이들은 과연 브랜드의 가시성과 식감까지 버린 것일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진짜 강점을 드러낸 용기 있는 패키지를 즐겼다. 남들 다하는 군더더기들을 싹 버리고 핵심만 강조한 디자인의 대담성에 반응했다. 한 달 평균 17만개 이상이 판매됐고 인스타카트(미국 유명 신선식품 구매대행·배달 서비스 기업) 조사결과 고객들이 가장 사랑한 브랜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브랜드 인식을 높이는 것은 적용된 브랜드 네임의 크기가 아니라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제품 콘텐츠였다.

더욱 이유 있는 비움

‘공(空:Emptiness)’을 브랜드 에센스(본질)로 삼은 무인양품(MUJI)의 브랜딩은 특유의 여백으로 많은 이슈가 되기도 했고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딩, 광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전달 방법에 큰 울림을 줬다.

브랜드 론칭 10년째 되는 해 무인양품도 상승세가 꺾이는 상황에 직면했다. 모든 것을 뒤집어엎는 프로젝트가 추진된 배경이다. 이때 이들이 생각한 무인양품의 미래는 의미심장했다. 바닥부터 뒤집어엎어 다시 생각해보자(Bottom-up based project)는 시도에서 발표된 비전은 ‘이것으로 충분하다(This is enough)’였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솔루션이 지금보다 더 비우고 버리자는 것 즉, 더 우리다워지자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 콘셉트는 잘 유지되고 있으며 무인양품 홈페이지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비움'을 브랜드 본질로 삼은 일본 무인양품 홈페이지 화면.

“우리는 고객에게 ‘이것이 최고야(This is best.)’, ‘이걸 꼭 사야겠어(I must buy this)’라고 유인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이성적으로 ‘이것으로 충분하다(This is enough.)라는 느낌을 얻는 제품을 만듭니다.”

처음부터 비움을 콘셉트로 시작한 브랜드의 새로운 비전 역시 ‘더욱 이유 있는 비움’으로 강화돼 브랜드 위기를 극복하는 정신이 됐다. 무인양품 브랜드가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것, 일부러 애쓰지 않는 것. 생활에 궁리를 거듭하고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가능한 낮은 가격을 목표로 하는 것, 그럼에도 호화롭거나 파워풀한 브랜드에 결코 뒤지지 않을 간소함의 미를 추구해나가는 것. 버릴수록 그들의 철학은 더 또렷해졌다. 무언가를 더해서가 아니라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자신감, 그리고 한층 더 자유로워진 철학으로 말이다.

언어적·시각적 요리

전략은 무언가를 희생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버리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손에 쥐고선 그 어떤 것도 명료하게 말할 수가 없다. 신사명을 개발하겠다고 하면서 구사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CEO는 미래를 그리지 못한다. 특장점이 분명한 제품을 가진 브랜드가 10개의 마이너한 속성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모든 장점을 늘어놓게 되면 최대 장점은 빛을 보지 못한다.

브랜드가 가진 장점요소들의 강약을 정하고 이 요소들의 맥락을 발견하고 언어적·시각적으로 요리(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강약은 분명해야 하며 맥락은 브랜드의 존재이유를 가장 유리하고 명확하게 말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존재의 이유는 단순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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