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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_판타지와_리얼리티 1
#브랜드의_판타지와_리얼리티 1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7.05.22 0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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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가성비 찾는 고객 설득, 실현가능한 스토리 필요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이거 실화냐?”

요즘 SNS나 기사 제목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행어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프리카TV의 한 BJ가 자주 썼던 말이 퍼지게 된 것이 유래라고 한다. 믿기 힘든, 혹은 놀랄만한 현실의 사건을 보았을 때 하는 말이다. 이 말이 유행할 정도이면, 도대체 우리 삶엔 실화인지 의심할만한 사소하면서도 놀랄만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리얼이 대세가 됐지만 예부터 브랜드는 하나의 판타지를 약속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흥하던 시절이 있다. 유행처럼 떠오르던 그 시절, 사람들의 격렬한 반감을 일으켰던 사건은 ‘대본’이었다. 리얼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작가의 기획이 있다는 것에 혹자는 배신감을 느끼고, 일부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옹호도 했다. 옹호론자는 말한다. 리얼리티는 표방하는 것일 뿐, 극(劇)이라는 형식을 띄었을 때 (그것이 아무리 느슨하게 짜인 것이라도) 대본이란 것이 없을 수 없다고.

대표적인 극의 형태인 영화, 이를 만드는 감독 중 코엔 형제를 참 좋아한다. 그 중 ‘파고(Fargo)’의 시작엔 아래와 같은 자막이 뜬다.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이 사건은 1987년 미네소타에서 발생했다. 생존자들의 요청에 따라 가명을 사용했으며, 피해자들을 존중하기 위해 나머지 부분은 실제 일어난 사건 발생 그대로를 다루었다.’

난 코엔 형제의 이 발칙한 거짓말을 10년 넘게 믿고 있었다. 그렇다. 뻥이었다. (이런 코엔… 당신들 진짜!) 하지만, 이 거짓말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집중한 상태로 이 말도 안 되는 페이크 리얼 스토리에 몰입해버렸다.

코엔 형제의 다른 영화 ‘빅 피쉬(Big fish)’는 아예 허풍에 대한 이야기이다. 병세가 위독한 아버지가 소싯적 모험담을 늘어놓는다.

그가 만났던 거인, 늑대인간, 샴쌍둥이, 괴짜 시인, 그리고 영웅적인 사건 해결과 마법 같은 로맨스까지. 병상의 초라한 노인이 말하는 환상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다 커버린 아들의 입장에서는 어린 시절에나 믿었을 법한 판타지일 뿐이다. 동화는 그게 실화인지를 묻기 시작하는 순간 파괴되는 세계이다. 다만 정작 동화를 읽겠다는 사람이 그걸 캐물을 이유는 없다. 아예 안보면 되는 것이니까.

영화 빅피쉬의 한 장면.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는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호랑이와 함께 작은 구명보트에 남게 된 소년 ‘파이’의 경험담으로 전개된다. 그 경험담은 두 가지 방식으로 기술된다. 하나는 가장 믿기 어려운 판타지이고, 다른 하나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리얼리티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당신이 믿고 싶은걸 믿으라고 말한다. 해석 이전에 선택을 요구한다. 어떤 이야기를 택할 것인가? 그것만으로 서로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판타스틱 브랜드 백서

브랜드는 대체로 하나의 판타지를 약속한다. 그것은 공급자의 제안으로 시작해 소비자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약속 체계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세상에 없던’, ‘당신의 하루를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과 같은 수사는 모두 소비자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문제는 그것이 리얼리티의 영역에 도달할 때 생긴다.

이제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 곧잘 마주치는 딜레마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브랜딩할 때 우리는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오간다.(혹은 헤맨다) 제품·서비스를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지점을 넘어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느끼는 순간엔 뻥을 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거나, 혹은 그러한 직업상의 죄의식(혹은 찔림)을 이 업의 본질로 왜곡하는 방어기재를 작동시키기도 한다.

반대로, 진솔하고 솔직하게 접근하다 보면 (그 자체로 멋지면 정말 최고일텐데!!!) 안타깝게도 스스로도 도무지 이 제품·서비스를 사거나 쓸 것 같지 않아 절망할 때도 생긴다. 그럼 다시 MSG든, 구라든, 포장이든, 브랜드로서의 매력을 한층 높여서 시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게 되곤 한다. 물론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 퍼센티지를 알지 못할 뿐, 상당한 경우에 이런 딜레마는 브랜딩하는 과정에서 늘 반복된다.

하지만 실제 경험으로 완성되지 않을 때 판타지는 지독한 배반감을 준다. 가성비가 브랜드를 대체하고 있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올 수 있다.

실현가능한 판타지가 필요하다.

가성비란 아마도 브랜드의 판타지를 제거하고 가장 리얼리티에 근거한 소비자의 선택 근거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이것이 언짢은 이유는, 공급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 소비자가 가성비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지만, 브랜드가 약속하는 판타지가 지켜지지 않는 경험이 누적돼 발생한 브랜딩의 실패 현상으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달되는 결론은 오히려, 브랜드는 가장 적합한 판타지를 제공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방식으로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밋밋하고 구차한 현실 감각에 지친 고객들에게 제시된 환상이 만족스럽게 구현된다면, 비로소 그 브랜드의 존재 의미는 강렬하게 살아난다. 게다가 그러한 판타지는 고객에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내부자들에게도 기능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브랜드의 지향점을 하나의 일관된 목표로 삼게 되기에 그렇다. 판타지는 브랜드의 구매 동인인 동시에, 스스로 진화하기 위한 자기 동력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상실한 브랜드는 슬프다. 더 이상의 기대감도 설렘도, 심지어 생명력도 느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진화하는 동력

톨킨은 “판타지는 현실의 극한적 왜곡이다”라고 말했다지만, 브랜드의 판타지마저 세상에 결코 없을 불가능하고 어마어마한 무언가로 오인하지는 말자. 애플의 이노베이션은 이미 실체화된 판타지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최대 5가지를 골라 5일 정도 써본 뒤 이 중 가장 마음에 든 안경을 고른다는 단순한 방식으로 수백 년 동안 변화가 없던 안경 판매시장을 바꿔놓았다고 평가받는 와비파커(Warby Parker) 역시 안경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막연히 바라기만 했던 환상적인 방식을 제안하고 실현했다. 50년이 넘는 역사의 휴양전문기업 클럽메드(Club Med)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라는 꿈같은 제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비일상의 시간과 경험을 제공했다.

실현할 수 있는 판타지를 제안하라. 그리고 그것을 고객의 리얼리티로 만들어라. 이게 고객이 바라는 브랜딩의 유일한 답일 것이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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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진 2017-06-11 13:05:02
브랜딩 과정에 설명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늘 논리정연하고 쉽게 설명해주시는 것 같아요! 글 볼 적마다 늘 공부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