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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더반의 열기’는 어디로?최순실 사태 기점 멀어진 국민 관심…잦은 엇박자로 우려 커져
개막을 6개월 앞둔 평창동계올림픽에 우려의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튀면서 예산 확보에 차질을 빚었고, 질 낮은 홍보영상과 행사포스터 표절 등이 잇따르며 시작 전부터 이미지가 실추됐다. 운영진이 자주 바뀐 탓에 사전 이벤트는 따로 놀고, 낮은 관심에 빚잔치로 끝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집중점검했다.

① 6개월 남은 평창올림픽, 더반의 열기는 어디로
② 겨울올림픽 태생적 한계 넘는 홍보 전략
③ 국가브랜드 차원의 ‘포스트 평창’ 필요
④ 반전 플랜은 무엇?

[더피알=박형재 기자] 2011년 7월 7일 0시 18분(한국시각), 국민의 눈과 귀가 TV화면에 집중됐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자크 로게 당시 IOC 위원장이 ‘PYEONGCHANG 2018’이라고 적힌 카드를 꺼내며 “평창”을 외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2011년 7월 6일 오후(현지시간)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유치도시 발표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양호 당시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 이건희 IOC 위원 등 유치위원들이 환호하고 있다.(위) 같은 시간 서울광장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피겨퀸 김연아 등의 활약과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전3기 끝에 따낸 성과였다. 평창은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지만 결선 투표에서 3표(53-56)와 4표(47-51)차로 고배를 마셨다. 10년이란 긴 기다림 끝에 ‘더반의 기적’을 일궈냈다.

2017년 8월, 그토록 염원하던 올림픽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011년 92%에 이르던 국민 지지율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지난 31일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조사 결과 “평창올림픽에 관심있다”는 응답은 35.1%였다. “올림픽을 직접 관람하고 싶다”고 답한 사람은 7.9%에 그쳤다. 이는 3월과 5월에 실시한 1차 조사(35.6%, 9.2%), 2차 조사(40.3%, 8.9%)보다 더 낮아진 수치다.

이는 고스란히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차 판매기간(올해 2~6월) 거래된 올림픽 티켓은 총판매 목표(107만장)의 21%(22만9000장)에 불과했다. 이 중 국내 판매 분은 목표(75만장)의 6.9%(5만2000장)에 머물렀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PR업계 관계자 A씨는 “올림픽 유치 당시만 해도 이건희, 조양호, 강원도의 니즈가 맞물려 돌아갔는데 지금은 다 애매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수익성 자체는 굉장히 부정적이고 조직위도 정치권과 연결돼 전문성 떨어지는 사람들이 포진됐다.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평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인 '평창올림픽플라자'는 오는 9월 완광을 목표로 가설건축물로 짓고 있다. 뉴시스

산으로 가는 올림픽

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1등 공신은 최순실 게이트였다. 평창 인근 부동산 투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의 각종 이권에 최씨와 지인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평창은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졌다.

국민 마음이 멀어지며 기업 후원도 뚝 끊겼다. 올림픽 조직위는 기업에서 9400억원을 지원받을 계획이지만 7월 19일까지 8884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특히 기업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후원한 게 문제가 되자 몸을 사렸다. 올림픽 개최에 부족한 전체예산은 3000억원에 달한다.

대회를 총괄하는 조직위 수장과 운영진이 여러 번 물갈이된 것도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김진선·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은 “정치권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퇴했다”고 털어놨다. 배를 이끌 사공이 자꾸 바뀌며 올림픽은 구심점을 잃고 표류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마련한 여러 행사들이 기획 단계에서 무산됐고, 입찰비리 등 잿밥에 관심 있는 세력들이 몰렸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사퇴한 것은 최순실 일가의 정치적 압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사무실이 있는 빌딩 광고판에 올림픽을 홍보하는 모습. 뉴시스

올림픽을 띄우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 것도 안타깝다. 통상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는 1년 전부터 붐업에 돌입한다. 각종 이벤트와 홍보를 통해 관심과 기대감을 높이는 작업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 대한민국은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했고 다른 데 눈 돌릴 여력이 없었다. 올림픽 200일을 앞두고 이제야 본격적인 홍보활동에 착수했지만 한여름 뙤약볕 아래 겨울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스포츠마케팅 회사 대표 B씨는 “조직위 자체가 너무 많이 바뀌었고 최순실과 연결되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다 보니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방관자적 입장을 취했다. 게다가 체육계의 고질적인 폐쇄성 때문에 전문가 협업 보다는 각종 행사를 자기들끼리 ‘나눠먹기’하려니 운영이 잘 될 리 없었다”고 비판했다.

컨셉 없는 제각각

배가 산으로 가는 단적인 예가 ‘빙상대표팀 유니폼 교체 논란’이다. 이상화, 이승훈 등 대표팀 선수들은 2012년부터 휠라(FILA)가 제공하는 유니폼을 입어왔다. 그런데 대한빙상연맹이 지난 3월 갑자기 ‘재계약 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다른 제작사를 선택했다. 휠라는 지난 2년간 50억원의 연구 개발비를 투자한 ‘평창올림픽 수트’의 제작을 거의 끝낸 상태였다.

대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선수 착용 테스트에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경기복을 바꾸는 건 석연찮다는 지적이다. 0.001초로도 승부가 갈리는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성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빙상대표팀은 2012년부터 휠라가 제공하는 유니폼을 입었으나 지난 3월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 사진은 이상화 선수의 경기 모습. 뉴시스

빙상 국가대표선수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는 C씨는 “저희 입장에서는 OO선수가 옛날 유니폼을 입고 성적을 잘 내왔으니까 바뀌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 “올림픽 1년도 안남은 상황에서 선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평창이 국민 눈 밖에 난 직접적인 배경은 최순실 게이트지만, 전반적인 대회 준비 역시 미흡해보인다. 평창하면 떠오르는 메인 콘셉트나 큰 줄기가 없고, 올림픽 띄우기 행사와 이벤트도 성격이 제각각이라 전략적 행보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평창올림픽은 문화, 경제, 환경, 평화, ICT를 5개 메인 테마로 정했다. 단순한 체육행사를 넘어 강원도와 대한민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고, 한국이 자랑하는 IT기술을 활용해 5G통신망, 초고화질(UHD)TV 생중계 등 기술력을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분단국가에 평화를 심고, 환경을 지키며, 경기장 건설비의 27배 경제효과를 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창을 상징하는 뚜렷한 색깔이 없고 단지 좋아보이는 것들만 모아놓은 느낌이라 아쉽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에 진행된 평창대관령 음악제 모습. 출처: 한국관광공사

이런 흐름은 올림픽 사전 행사 전반에서 나타난다. 조직위는 문화올림픽을 표방해 7월에만 평창대관령 음악제, 강릉 재즈프레소 페스티벌, 얼음 땡 골목문화축제 등을 열었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열린다는 것 외에는 올림픽과 이어지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홍보활동도 마찬가지여서 해외 문화원에 올림픽 마스코트 조형물을 보내거나, 한류콘서트를 열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정도로는 평창의 매력을 알리기엔 역부족이다.

이희복 상지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짬뽕 잘하는 집처럼 단일메뉴로 승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러 의미들을 담으려다보니 다소 중구난방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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