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계, 이미지 가고 캐릭터 뜬다
요즘 광고계, 이미지 가고 캐릭터 뜬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10.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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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캐릭터 가진 광고모델 ‘각광’

[더피알=조성미 기자] 광고 전략 가운데 모델 선정은 매우 중요한 차별화 요인 중 하나다. 좋은 이미지의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제품)를 비교적 쉽고 친밀하게 인식들 한다. 때문에 수려한 외모와 좋은 이미지의 스타들은 언제나 광고모델 섭외 1순위다. 하지만 최근 광고계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멋있고 예쁘기 보단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 모델들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고모델하면 예쁘고 잘생긴 이들이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류승룡, 김보성, 이국주, 유병재와 같이 넘치는 개성과 매력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광고계를 주름잡고 있다.

기존 광고가 모델들의 아름다움, 세련됨 등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형태였다면, 이들 개성 있는 모델들은 자신들의 개그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에서 구축한 캐릭터를 토대로 광고와 융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성만점 모델들이 광고계의 ‘주류’로 등장한 것에 대해 경원식 한국광고종합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이 하루에 무수히 많은 광고나 커뮤니케이션에 노출이 되는 현 상황에 대한 대응적인 차원의 트렌드로 많은 브랜드들이 빅모델에서 차별성을 지닌 개성적인 얼굴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권덕형 코마코 국장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저관여 시대가 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저관여는 진지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한데, 진지할 필요가 없으니 광고에서도 개성 있고 유머러스한 모델이 호감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토리 더해진 캐릭터, 더욱 강력해지다

이들이 광고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캐릭터를 가졌다는 공통점에 있다. 예쁘고 잘생긴 모델들의 이미지를 소비하던 것에서 다른 누구로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광고계 캐릭터 활용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인기 개그맨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유행어를 만들어 내거나, 대중적 인기가 높은 개그 코너 속 개그맨들이 광고모델로 심심찮게 러브콜을 받아왔던 것.

하지만 이들을 활용한 광고는 단순히 그들의 인지도와 인기에 편승해 관심을 끄는 수준에 머물렀다. 코너 속 분장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유행어를 읊으며 마지막에 제품이나 브랜드를 상기시키는 멘트를 하는 정도였다. 꼭 특정 누군가가 아니어도 그 당시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하는 모습이 상상될 만큼 별도의 창작물이라 보기 힘든, 그야말로 개그 코너를 광고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 많았다.

이에 비해 최근에는 모델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광고 콘셉트가 만들어지고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조명, 광고모델의 매력도가 상승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모델들이 개성 넘치는 만큼 광고의 형식도 자유롭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예쁜 모델이 등장하는 그림이 아니라, 모델들의 특성에 맞춰 독창적이고 자유분방하게 전개됨에 따라 다양한 크리에이티브가 도출되고 있다.

▲ 식탐송과 유행어 호로록의 주인공 이국주가 모델로 등장한 한국야쿠르트 세븐, cj제일제당 자일로스 설탕, g마켓g9의 광고화면 캡처.

한 예로 최근 대세녀로 자리잡은 개그우먼 이국주의 경우 ‘호로록’ ‘뿌잉뿌잉’ 등의 유행어는 물론, 잘 먹는 모습과 풍만한 몸매로 걸그룹 안무를 너끈히(?) 소화하는 모습으로 어필하고 있다. 때문에 그가 등장하는 광고에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섞음으로써 재미있는 창작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세븐 광고에서는 <코미디 빅리그-10년째 연애중>을 통해 선보이는 식탐송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박진영의 노래 ‘허니’를 개사해 “그대를 처음 본 그 순간 / 난 바로 먹지요~”를 열창하거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 밤’을 “떠나요 둘이서 / 제주도 한라봉 먹지요~” 등 바꿔 어떤 노래도 먹는 것으로 마무리되도록 개사하는 식탐송으로 재미를 주고 있다.

이국주는 식탐송과 더불어 세븐의 또 다른 광고에서는 현아의 ‘빨개요’를 패러디하고, 지마켓의 큐레이션 쇼핑 사이트 G9의 광고에서는 걸그룹 에이핑크의 7번째 멤버로 변신해 에이핑크와 함께 ‘Mr. Chu’에 맞춰 청순발랄 댄스를 선보였다.

이렇게 다양한 광고에 자신의 캐릭터를 녹여내 등장하고 있는 이국주는 김우빈과 수지 등 트렌드세터로 손꼽히는 젊은 스타들과 경쟁할 만큼 광고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배우 류승룡은 광고를 통해 ‘더티섹시’라는 캐릭터를 확고히 했다. 2012년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모든 여자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남성미의 소유자로 등장한 이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더티섹시라는 유일무이한 캐릭터가 소비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힘에 따라 여전히 광고를 통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팔도의 남자라면과 SK텔레콤의 멤버십 카드 광고를 통해 치명적 매력의 더티섹시를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배달의민족과 BBQ의 광고를 통해 한 층 더 진화된 강렬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모델 개성+브랜드 강점 어필

올 상반기 최고의 주가를 올린 광고 모델이라면 단연 김보성을 꼽을 수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언제나 정의로운 모습으로 ‘의리’를 고수해온 그가 새삼 광고계의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다양한 광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은 이니스프리, 비락식혜, G9, 네이버 게임 등 다양한 광고에서도 의리를 외쳤다.

특히 김보성의 의리 광고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비락식혜의 경우 높은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모델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김보성은 한국광고협회 광고정보센터가 발표한 5월의 모델 호감도 조사에서 6위를 기록하는 등 광고 모델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 류승룡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구축한 더티섹시 캐릭터로 팔도 남자라면과 bbq 등 다양한 광고를 섭렵하고 있다.

류승룡의 남자라면과 김보성의 비락식혜 광고를 제작한 권덕형 국장은 개성 강한 모델을 활용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제품’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광고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권 국장은 “제품에서 시작해서 모델을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브랜드 네임에 들어간 남자를 강조하기 위해 상남자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류승룡을, ‘우리 몸에 대한 의리’라는 콘셉트를 지닌 비락식혜에 적합한 모델로 김보성을 발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에 필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모델을 발굴하고 기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 속에서 모델이 가진 ‘핵심요소’를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며 “단지 그들을 데려다 놓은데 그쳤다면 광고들이 뜨지도 않았을 것이고, 모델이 역으로 광고의 후광효과를 보는 지금과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원식 소장은 “빅모델 혹은 유명인 모델은 여러 브랜드에 동시 노출됨에 따라 광고비가 적은 회사의 경우 클러터 효과(Clutter Effect, 광고가 많아지면서 수용자의 주의 집중을 방해하는 광고 메시지의 혼잡 상태)로 인해 자사의 브랜드보다는 매체(집행)비가 많은 회사의 브랜드로 전이돼 인식되는 경향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빅모델들이 대부분 동경을 가장 기본적인 접근 방법으로 사용하는데 반해, 개성을 많이 지닌 모델은 공통점 또는 자신과의 동일화, 일반화에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클러터 효과 한계, 장기성으로 극복해야

이러한 점에서 최근 시청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의 작가 유병재이다. 작가이면서 ‘극한직업’ 코너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는 그는 계절에 상관없이 반바지에 패딩조끼를 입고 덥수룩한 수염과 멍한 눈빛이 트레이드마크로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어수룩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는 극중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하며 매번 당하다가 바른 소리 한 번에 더욱 호되게 당하는 불쌍한 모습을 연기하며 류승룡, 김보성, 이국주에 이어 캐릭터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광고계의 러브콜도 이어져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광고에선 굴욕적인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진실을 코믹하고 위트 있게 주장하는 모습으로, 동원F&B의 ‘양반김’ 광고에서는 개그맨 장동민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눈치를 보고 고난을 겪는 매니저로 등장한다. 그의 캐릭터답게 광고 속에서도 온갖 역경을 겪는 역할로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에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재미있다는 반응과 함께 자발적인 확산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 을 모티브로 유병재가 등장하는 광고. 매일유업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동원f&b 양반김, 웅진식품 초록매실의 광고화면 캡처.

이렇게 개성 강한 모델을 기용해 광고전략을 구사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모델의 캐릭터를 차용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와 제품의 조화를 이끌어 낸 점을 꼽고 있다.

“상업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은 한계 상황 속에서 최대치의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권덕형 국장은 “비슷한 이미지, 비슷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모델이 딱 한 명은 아니다. 필요에 의해 이미 뜬 모델을 쓰더라도 오직 우리 제품과 모델이 가진 은밀한 연결고리를 찾고 우리 제품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델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캐릭터 모델들은 개성이 강한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 캐릭터 모델의 광고 기용 시 주의할 점에 대해 경원식 소장은 “자신만의 이미지나 캐릭터가 강한 모델의 경우에는 기존의 개성이나 이미지,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게 됨으로써 브랜드와의 연결성이 매우 좋게 나타난다”면서도 “하지만 개성이 강하고, 이미지가 명확한 모델의 경우에는 다른 광고에 중복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클러터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그 문제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들 캐릭터가 단기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존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며 모델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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