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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돌풍’ 미디어 역전현상 서막인가
‘마리텔 돌풍’ 미디어 역전현상 서막인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9.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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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1인 방송을 TV 속으로…발칙한 실험결과 주목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은 방송가, 더 나아가 미디어 플랫폼 전반에 있어서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이 돼버렸다. 오랜 세월 ‘올드미디어’의 왕좌를 지키던 TV와 ‘뉴미디어’인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발칙한 실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뉴미디어 파워를 기존 방송사들이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미디어 주도권이 이양되는 역사적인 장면을 매주 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요리, 마술, 피트니스, 종이접기, 패션쇼… 도무지 연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재들이 한 프로그램에 융합된다.

7080 세대들에게 익숙한 과거의 버라이어티 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이야기다. 백종원과 김영만 등 재발견된 스타들을 화제의 중심에 끌어올릴 정도로 마리텔은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정도의 인기라면 프로그램의 탄생배경이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마리텔을 연출하는 박진경 PD의 변(辯)은 단순하다. “안 해본 거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짧은 박 PD의 말에는 중요한 코드가 녹아있다. ‘안 해본 것’이라는 표현. 맞다. 분명 마리텔의 방송포맷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이다.

마리텔이 융합하는 것은 비단 방송소재 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인터넷 1인 방송’ 시스템을 과감하게 지상파 방송에 도입했다. 전개 방식은 누가 봐도 기발하다. 먼저 각 출연자들이 인터넷상에서 1인 방송을 펼친다. 출연자가 자신감을 가지는 소재라면 방송심의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두 OK.

기존의 인터넷 1인 방송과 마찬가지로 네티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송방을 찾고 댓글을 남긴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개별방송과 정제된 시청자들의 반응은 편집과정을 거쳐 MBC의 전파를 타고 안방극장에 전해진다.

마리텔의 인기비결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넷 방송과 지상파 예능의 재미를 골고루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나 스타를 골라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TV방송에서는 제작진의 재기발랄한 편집을 통해 각 방의 재미있는 하이라이트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 PD는 “인터넷으로 방송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최종적인 결과물은 지상파를 통해 방송되기 때문에 TV에도 인터넷에도 어필되는 출연자를 고루 섭외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프로그램이 갖는 기획의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올드미디어-뉴미디어 ‘동등한 융합’

이는 수십 년간 ‘TV피플’로 살아왔던 중·장년층 시청자와 모바일 라이프에 익숙한 10·20대 시청자들을 아우르는 힘으로 작용한다. 박 PD는 “특히나 젊은 사람들은 거실에서 TV를 켜서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TV에서 멀어진 사람들도 같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마리텔의 인터넷 생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다음카카오 측 관계자는 “굉장히 많은 이용자들이 들어와서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MBC에서) 방송이 나간 후에는 VOD클립을 보기위해 또다시 들어오는 선순환구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며 “MBC 입장에서는 신개념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시청률을 얻어갈 수 있고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 <마이리틀텔레비전>의 한 장면./ 사진: 해당 방송화면 캡쳐

그저 단순한 형식파괴 프로그램으로 스쳐지나갈 수도 있지만 미디어 플랫폼 측면에서 보면 마리텔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동등한 융합’이라는 작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관련기사: ‘신서유기’서 ‘新방송문법’ 보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신문명이 펼쳐진지 20여년이 지나고 최신식 스마트폰을 앞세운 모바일이 중요 플랫폼으로 급부상했지만, 오랫동안 미디어플랫폼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방송사들은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

휘황찬란한 웹·모바일 페이지를 만들고 ‘디지털 시대’를 외쳤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은 거의 대부분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거나 재전송하는 보조적 수단에 그쳤을 뿐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만든 인터넷 전용 프로그램들도 존재하지만 일부 마니아층에게만 어필하고 있다.

물론 의미 있는 시도는 있었다. MBC가 지난 2011년 개국한 <손바닥TV>가 그것이다. 박명수, 최일구 같은 스타들을 앞세워 세계 최초의 소셜TV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1년 만에 막을 내리고 사라졌다. 그나마 MBC의 자회사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심 콘텐츠라고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주류방송과 인터넷·모바일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마리텔은 거의 최초의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좋은 콘텐츠가 필요하고 방송사도 새롭게 떠오르는 모바일·인터넷 방송 플랫폼과 같이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며 “서로의 니즈가 결합해서 마리텔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파괴 현상 가속

이같은 ‘경계파괴’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본부장은 “모바일 발전이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고 쉽게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하나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플랫폼에 띄우고 사람들이 봐주기를 기다리는 형태의 방송시청은 젊은층 사이에서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 본부장은 “영상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때그때 소비하는 스낵컬쳐 문화가 젊은층에 나타나고 있다”며 “거대방송사들이 이들 수요에 맞게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지상파에서) 개인방송을 할 수는 없을 테니 (마리텔 같은 형태로) 융합을 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아날로그 방송사업자들은 결국 디지털 소비환경에서 변하지 않으면 시청률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재미가 없다기보다는 보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포맷이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인데 요즘은 인터넷 1인 방송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으니 그런 형식을 접목한 것이다. 쿡방이나 먹방같은 것도 1인 방송에서 시작된 콘텐츠 아니냐”고 언급했다.

미디어 플랫폼 전문가인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공중파로 대변되는 방송의 도달률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콘텐츠의) 퍼포먼스는 도달률이 곧 영향력의 기반이기 때문에 이를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수단을 한꺼번에 동원하게 된다”며 “콘텐츠 하나로 다양한 도달률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디지털 플랫폼의 급격한 발전과 이를 통해 파생된 미디어 수용자들의 소비행태 변화가 지상파 방송으로 하여금 인터넷과 모바일에 손을 내밀게 한 원동력인 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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