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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잡기엔 20% 부족한 ‘나라사랑큰나무GO’[기자토크] 국가보훈처 젊은층 공략 게임 선봬, 의도 좋지만 어설픈 완성도로 캠페인 의미 퇴색

[더피알=박형재 기자] ‘나라사랑큰나무GO’라고 들어보셨나요? 처음엔 포켓몬GO 아류작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국가보훈처에서 내놓은 게임입니다.

게임과는 1도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곳에서 만들었다니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손끝에서 숨쉬는 위대한 역사! 지금 플레이하라”는 포털 배너광고에 낚여(?) 클릭해봤습니다. 내친 김에 다운도 받고 말이죠. 

나라사랑큰나무GO 배너광고 이미지.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내 주변 지도가 나오고 나무 이미지가 보입니다. 

화면 하단에는 ‘현재 내 랭킹, 나라사랑큰나무 획득수, 거리설정’이 있습니다. 나무를 터치하자 ‘나라사랑큰나무’를 획득했다는 표시가 뜹니다. 

“나라사랑큰나무에 담긴 의미를 아시나요? 태극무늬는 국가유공자의 애국심을! 파랑새와 새싹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상징합니다”라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나라사랑큰나무GO 시작화면(왼쪽)과 첫 실행화면. 

이런 식으로 나무를 얼마나 모았는지 경쟁하는 방식입니다. 이름처럼 ‘포켓몬GO’와 비슷한 포맷이었습니다. GPS를 연동해 주변에 있는 몬스터(나무)를 보여주고 수집한다는 기본 틀에서 말이죠. 

하지만 기대가 컸던 걸까요. 참여를 독려하기엔 어설픈 완성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우선 터치 인식률이 떨어집니다. 나무를 여러번 눌러야 획득되거나, 그 조차 무반응일 때가 있습니다. 각종 오류도 눈에 띕니다. 게임에 재접속하면 방금 획득한 나무가 다시 나타납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한루팅이 가능합니다.

게임 디자인도 아쉽습니다. 화면 하단 거리설정을 누르면 내 주변 100m, 500m, 1㏎, 5㏎. 10㏎, 20㏎까지 현충시설(독립운동, 국가수호 사적지)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5㏎이상 설정할 경우 여러 현충시설이 겹쳐져 화면이 굉장히 어지러워집니다. 20㏎ 설정을 누른 순간 크게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게임 하단의 거리설정을 누르면 내 주변 100m~20km까지 현충시설 위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5km 이상 설정할 경우 여러 현충시설이 겹쳐진다.

게임의 목적과 형식도 의문입니다. “게임을 하며 나라사랑큰나무와 주변의 현충시설에 대해 알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했다”는 게 국가보훈처의 설명입니다만, 그러기엔 게임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재미가 너무 없습니다. 

예컨대 현충시설을 방문하면 10개의 나무를 획득할 수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무한루팅 오류 덕분에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나마 끌리는 건 이벤트 1등 상품이 ‘백화점상품권 10만원권’이란 건데, 랜덤으로 주는 경품을 받자고 계속 게임을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게임을 왜 만들었지? 의문이 들어 국가보훈처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호국보훈’의 의미를 1020세대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하려는 의도였답니다. 

게임 제작비는 약 450여만원으로 한달여 정도 걸려 만들었다고 합니다. 몇 명이나 다운받았는지 묻자, “6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진행하는 캠페인이며, 7월10일 현재 644명이 어플을 다운받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국가보훈처의 의도는 충분히 납득할만합니다. 호국보훈에 관심이 없는 1020 젊은 세대를 상대로 어필하려면 뭔가 새로운 형식의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요. 

특히 6월은 6․25 한국전쟁, 현충일, 6․29 제2연평해전이 모두 일어난 달로 의미가 남다른 시기입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나라사랑큰나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세월호 배지’ 대신 차고 다니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재료는 충분했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가슴에 나라사랑큰나무 뱃지가 달려 있다. 뉴시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호국보훈을 게임으로 풀려면 그에 맞는 정교함이 필요한데 어설픈 접근으로 참여한 사람조차 관심을 떨어뜨리게 합니다. 

이벤트 종료까지 아직 20여일이 남아있지만, 644명이 다운로드 받은 게임에 큰 홍보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아서 단 한건의 관련기사도 찾을 수가 없네요.

“오호? 이게 뭐야?”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해 “에이~ 이게 뭐야!”라는 불만으로 끝났습니다. 이같은 결론을 얻는데 5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현충시설이 무엇인지 간단한 설명을 보는 의도로는 유용할 수 있겠군요. 644명에게는요.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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