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더하기 가상, AR마케팅의 매력
일상 더하기 가상, AR마케팅의 매력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12.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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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체험·옥외광고 등 다양한 형태…‘재미’ 요소 가미 필수

[더피알=문용필 기자] 올 여름 전세계를 열광시킨 모바일 게임이 있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등장인물들처럼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지도상에 나타난 포켓몬들을 찾아다니는 ‘포켓몬고(Go)’가 그 주인공이다. 포켓몬고가 서비스 되는 곳이라면 남녀노소, 장소불문하고 진귀한 몬스터 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관련기사: 마케터 시각에서 본 포켓몬고

▲ ar기술을 바탕으로 한 ‘포켓몬고’는 올 여름 전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ap/뉴시스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강원도 속초와 울산 간절곶 등 일부 지역에서 구동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해당 지역은 예상치 못한 ‘포켓몬 특수’를 누리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포켓몬고의 인기배경에는 학교, 거리, 공원 등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에서 포켓몬을 마주할 수 있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해준 것은 바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이다.

AR은 현실의 화면이나 이미지,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각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을 통해 보이는 이미지가 모조리 허구의 세계라면 AR은 이름 그대로 ‘현실을 증강시켜주는’ 기술인 셈.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는 VR, CG로 만든 로봇들이 등장하는 실사영화 트랜스포머는 AR로 치환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입어보지 않고 내 맘대로 피팅

IT기술이 생소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AR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계기는 게임이지만, AR은 일반적인 마케팅 수단으로도 충분한 활용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실제로 AR을 마케팅에 응용하는 기업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김형택 마켓캐스트 대표는 “AR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신문, 잡지, 옥외광고 등 기존의 전통적 오프라인 매체와 연계, 인터렉티브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치기반 연계를 통한 개인화 및 실시간 마케팅이 가능하다”며 “VR이 영상중심의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AR은 다양하게 증강된 정보를 전달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여러 캠페인과도 연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VR은 AR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지만 누가봐도 허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AR은 보다 현실성이 있어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있다”고 장점을 언급했다.

VR·AR 전문 기업인 버넥트 관계자 역시 “VR은 현실과 단절된 공간으로 들어가야 체험이 가능하므로 한계가 있다”며 “높은 몰입도와 임팩트를 주기 위한 마케팅이라면 VR이, 현실과 접목시킨 자연스러운 정보를 주기 위해서는 AR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하이마트의 ‘모바일 쇼룸’ 앱과 아리따움의 ‘뷰티 미러’ 서비스. 각 사 제공

AR을 이용한 가장 기본적인 마케팅 형태는 다름 아닌 ‘피팅(Fitting)’이다. 의류나 신발, 화장품 등의 제품을 소비자가 실제로 입고, 신고, 바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해 구매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AR마케팅 기법이기도 하다. 일례로 CG소프트웨어 기업인 에프엑스기어는 최근 아이파크,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에 AR기술을 활용한 가상 피팅존을 도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전문점 브랜드인 아리따움은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에 ‘뷰티 미러’ 서비스를 마련, 모바일 카메라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메이크업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을 바르지 않고도 스타일링 시연이 가능하도록 한 것.

이에 대해 아리따움 관계자는 “기존에는 매장에서 간단한 컬러 메이크업 제품만 테스트할 수 있었지만 가상 메이크업을 통해 원 클릭으로 풀 메이크업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은 장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의류나 화장품만 피팅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8월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전제품을 원하는 곳에 미리 배치해볼 수 있는 ‘모바일 쇼룸’ 앱을 선보였다.

앱을 구동하면 카메라가 켜지고 화면 하단에 나타난 가전제품을 소비자의 실제 공간에 배치해보는 형태다. AR로 인테리어 효과나 주변 가구들과의 조화를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지는 별도 저장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가장 활발한 AR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평범해보이는 종이 카탈로그를 원하는 장소에 두고 증강현실 앱을 구동시키면 모바일 카메라를 통해 가구가 배치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옥외광고·인쇄광고의 재발견

해외에선 옥외광고에 AR을 적용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방송국 스카이 오스트리아가 TV드라마 ‘워킹 데드’를 홍보하기 위해 전차 정류장에 설치한 스크린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단순한 유리벽인줄 알았던 스크린 속에서 좀비가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깨물거나 벽을 때리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시민들의 모습이 재미를 준다.

펩시콜라도 비슷한 형태의 옥외광고 마케팅을 시도한 바 있다. 버스 정류장 유리벽에 갑자기 포탄이 날아와 터지고 문어괴물이 사람을 휘감고 사라지는가 하면 UFO가 출몰하기도 한다. ‘Unbelievable Bus Shelter(믿을 수 없는 버스정류장)’이라는 이벤트 이름에 꼭 들어맞는 장면들이다. AR을 통해서도 VR 못지않은 강렬한 브랜드 인지효과를 심어줄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인쇄매체를 이용한 AR마케팅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이케아는 카탈로그에 나온 제품을 카메라에 비쳐보면 동영상 등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는 형태의 마케팅을 선보였다.

<뉴스페이퍼스 캐나다(Newspapers Canada)>의 경우 지난 2014년 신문광고에 모바일 카메라를 대고 터치하면 증강현실이 구현되는 서비스를 시도하기도. 이케아와 마찬가지로 더욱 자세한 제품정보를 알아볼 수 있거나 관련 제품까지 찾아볼 수 있는 방식이다.

일본 <도쿄신문>이 2013년 선보인 AR마케팅은 독자층 확산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타 언론사들이 눈여겨볼만하다. 앱을 구동하고 신문에 카메라를 대면 애니메이션 효과가 나타나고 한자와 어려운 표현이 많은 기사들을 풀어서 설명해준다. 이를 통해 신문을 잘 읽지 않는 어린아이도 자연스럽게 잠재독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같은 형태의 AR마케팅은 인쇄매체 자체에 AR소스를 첨가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김형택 대표는 스타를 이용한 AR마케팅 사례를 소개했다. 스킨케어 브랜드 가르니에(Garnier)는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래퍼 이고르 크리드를 기용했다. 제품을 AR로 비추면 크리드가 등장해 춤 추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나타난다.

김 대표는 “러시아의 젊은 여성들이 다양한 장소에 가르니에 제품을 놓고 춤추는 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됐는데 화제를 일으키면서 바이럴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 “동영상 시청수는 2850만회에 달했고 캠페인 기간 내 시장점유율은 27%에서 36%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위치기반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주변매장의 위치를 안내해주거나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건물만 비춰도 판매 제품과 재고 현황을 파악할 수도 있다”며 “여행지나 유적지 등에서는 별도의 설명서 없이 장소만 (모바일 카메라로) 비추면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형태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정현 교수는 포켓몬고를 응용한 형식의 AR마케팅을 제안했다. 테마파크에서 보물찾기 형식으로 AR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이는 테마파크의 주 고객인 아이들에게 남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중장년층에게는 과거 소풍의 추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위 교수는 “식음료 회사들이 AR로 쿠폰을 뿌리고 이를 찾도록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기술 아닌 엔터테인먼트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피팅 형식 외에 별다른 AR마케팅 사례를 찾기 힘들다. 포켓몬고의 인기로 인해 AR이 재조명 받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극적이고 놀이요소가 강한 VR에 비해 마케팅 툴로써 큰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AR마케팅에는 분명 한계점이 존재한다. 위정현 교수는 피팅 형태의 마케팅에 대해 “옷이나 신발이 가진 속성에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착용감과 재질 등도 존재한다”며 AR이 이를 모두 구현할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AR만으론 구매요소의 결정적 포인트를 제공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또한 AR의 속성상 안전사고의 우려도 있다. 위 교수는 “‘워킹 데드’ 옥외광고에서는 좀비 출현에 사람들이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도한 충격을 받아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책임은 (AR마케팅을 한) 회사가 져야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포켓몬고 이용자 중에서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교통사고를 겪은 이들이 있듯, AR로 쿠폰을 뿌릴 경우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ar앱을 통한 역사유물 전시 설명. 뉴시스

김형택 대표는 “AR을 인식하거나 크리에이티브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AR전용 앱을 다운받아야 한다는 제약이 뒤따른다”는 점을 짚었다. VR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HMD같은 제반 장비들이 필요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AR마케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김 대표는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인터렉티브 미디어와의 연계를 통한 새로운 경험 전달과 IoT, 센서 등 체감형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체험성을 높여줄 수 있는 형태의 마케팅이 구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마케팅에서 AR은 단순하게 온라인을 연결시켜주거나 추가적인 경험과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기술보다는 고객의 참여를 높여주는 환상적인 경험과 유익한 정보, 풍부한 혜택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교수 역시 “VR이든 AR이든 결국 핵심은 기술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요소”라며 “포켓몬고가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마케터들은 게임이 가진 재미를 AR마케팅에 응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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