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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1조 기부에 대한 네 가지 통찰[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심리적·규범적 필요성 증가…고수의 PR전략 취해
  •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 승인 2017.12.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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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최근 자사 자선재단을 통해 무려 1조원을 기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큰 그림입니다. 구글이 왜 이런 통큰 기부를 결심했는지 그 배경과 함의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인공지능 시대 구글은 왜 1조 기부를 결정했나
함께 성장하기 택한 구글의 전략
③ 구글 1조 기부가 말하는 네 가지 통찰

[더피알=임준수] 구글의 1조 프로젝트는 △기업의 목표와 사명에 부합하는 기부 △프로그램 성과의 평가를 염두에 둔 기부라는 두 개의 요소를 축으로 하는 ‘기업의 전략적 자선사업’(strategic corporate philanthropy)의 모범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구글의 이번 구상에서 몇 가지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구글이 자선을 위해 지역사회에 1조원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함의는 무엇일까.

자선을 통해 지역과 소비자에게 수익을 나누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시장을 넓히는 PR이 된다.

인공지능 분야를 놓고 미국의 주요 IT기업들이 격돌하는 가운데, 구글은 투자수익에 직결되는 연구개발(R&D)이 아닌 미래 시장의 주요 고객이 될 사람들에게 기술교육의 기회를 주고 이를 지원하는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구글이 기회의 균등과 참여의 폭을 넓히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삼성의 경우도 미래기술육성재단을 두고 있지만, 그곳에서 하는 사업의 실체는 회사의 사업 영역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학의 연구인력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다. 이는 자선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형태의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에 가깝다.

이에 비해 구글 자선사업의 직접적 수혜자는 변화하는 사회에서 정보나 기회의 부족으로 도태될 지역사람들이다. 정보기술을 다루고 활용하는 면에서 그들의 격차가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 구글과 같은 선도적 인터넷 기업의 주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량화할 수는 없어도 구글에게도 역시 혜택이 될 수 있다.

피아노를 팔기 위해 내가 파는 피아노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보다, 집안에 피아노를 들여놓고 싶다는 심리적·규범적 필요성을 증가시키는 게 바로 에드워드 버네이즈(Edward Bernays)가 강조한 PR의 요체 아니던가?

인공지능 시대로 예를 바꿔보면, 구글과 아마존이 각각 ‘홈’과 ‘에코’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개발해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때 인공지능 스피커가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왜 그게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게 고수가 쓰는 PR 전략이다.

기업의 전문성과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에 기부하라.

구글 CEO 피차이 씨는 1조원 자선사업 구상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스스로를 ‘기술적 낙관주의자’라고 칭했는데, 기술을 믿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믿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오른팔로 알려진 그의 이 같은 기술경영 철학은 자선사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구글은 자선재단을 출범하며 ‘교육’과 ‘경제적 기회’, ‘포괄적 성장’을 내걸었다. 구글닷오알지 홈페이지 화면.

일례로 구글재단의 모토는 ‘데이터에 기반한, 사람 중심의 자선—파워드 바이 구글(Powered by Google)’이다. 데이터 회사로서 구글의 전문성과 자원을 이용해 미국 내 균등한 기회를 받지 못하는 지역과 저소득층의 기회를 늘리려는 노력을 함의한다. 이는 정부 조직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에 민간기업의 자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소중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4차 혁명 시대 준비를 마치 ‘21세기의 새마을운동’ 전개하듯이 정부 주도 위원회를 가동해 이끌어가고 있다. 구글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로 큰돈을 번 기업들이 나서서 군불을 지펴줘야 하는 데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인터넷 선도기업인 네이버가 더 신경을 쓰는 일은 대기업의 청탁을 받고 기사를 빼거나, 법조계 인사 자녀들에게 특혜성 교육 또는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네이버의 모토는 ‘권력자와 특권층을 향한 차별적 자선-파워드 바이 네이버(Powered By Naver)’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같은 값이라도 더 의미 있는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애플이나 구글에게 10억달러(약 1조1110억)라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닐 수 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애플은 현금과 유가증권을 합쳐 약 284조원을 쌓아놓고 있다. 구글은 약 95조5000억원을 보유했다. 시장 환경의 변화와 상황에서 오는 압력 때문에 두 회사 모두 방어적 차원에서 1조원이라는 자금을 따로 배정했지만 접근은 전적으로 달랐다.

같은 1조원을 투자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그리는 미래 그림이 다르다. 뉴시스/AP

애플은 자사 제품에 필요한 첨단 제조기술에 투자할 명목으로 1조원을 배정했고, 구글은 젊은이들의 미래 직업교육을 위해 비영리단체를 통해 1조원을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애플의 돈은 특정 지역의 경제를 직접 발전시키고 그곳 주민의 삶을 개선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구글의 교육지원 사업은 수많은 젊은이에게 미래 대비 차원에서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 가치보다는 잠재적 파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지역사회에 뛰어 들어가 회사의 자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한다.

마치 정치인이 선거 캠페인을 하듯 구글재단은 미국의 몇 개 지역을 돌며 인공지능 시대의 복음을 전파한다. 자선적 기부를 베푸는 회사가 비영리조직에 대한 기부를 넘어, 그러한 조직들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시민들과 만나 직접 교육하고 시연을 해 보인다. 이 놀라운 ‘투어’에 구글은 직원들의 자원봉사를 독려하고 지원한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그냥 소리만 요란한 요식적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PR이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도서관과 직업교육 전문 비영리조직들을 협업 파트너로 지정, 후원한다.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지역의 시민들은 구글의 열성적인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세기 록펠러와 다른 가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새로운 기술로 당대의 위대한 기업으로 등극한 회사들은 시장에서 지배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갈등을 빚거나 부당한 행위로 평판에 금이 가는 일이 늘어갔다.

또 사회·경제적 영향력 증대와 비례해 시민과 노동자들의 압력과 정부 규제의 움직임도 그만큼 더 커졌다. 미국 기업사만 해도 존 D. 록펠러나 앤드루 카네기 등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등장한 거부들이 그랬고, 20세기 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기 문턱에서 구글 역시 증가하는 비판 목소리와 규제 움직임에 직면하고 있다. 록펠러나 빌 게이츠가 그랬던 것처럼 구글 역시 자선적 사업을 통해 적대적 시장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구글이 현재 추진 중인 1조 사업은 회사의 전문성과 핵심역량, 그리고 자원을 활용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새로운 노동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는 점에서 전략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자선의 대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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