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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페트병 사랑, 그 행간의 의미[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환경단체의 압력에 의한 급선회…‘쌍방향 균형적’ PR 사례로 평가
  •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 승인 2017.09.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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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어느 빈병의 러브스토리
페트병 사랑이 말하는 행간의 의미

[더피알=임준수] 코카콜라가 선보인 ‘어느 빈병의 사랑이야기(A Bottle Love Story)’는 화려한 고퀄의 영상 뒤 환경운동단체의 압력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페트 재활용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이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페트병의 사랑을 소재로 한 코카콜라 캠페인의 행간에서 다음과 같은 함의와 통찰을 읽을 수 있다.

쌍방향 균형적 PR의 중요성 앞서 언급했듯 코카콜라의 ‘러브스토리’ 캠페인은 그린피스 등 글로벌 환경운동단체들이 가하는 전방위적 압력에 대응하는 PR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코카콜라는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빈용기 보증금 회수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막기 위해 로비를 해왔다. 하지만 올해 2월 코카콜라는 환경단체에 맞서는 기존 정책과 행위에서 완전히 유턴해 빈 캔과 빈 플라스틱병에 대한 보증금 회수제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획기적 순간”이라며 반겼다.

코카콜라의 급격한 유턴은 현대 규범적 공공관계 이론에서 강조하는 이른바 ‘쌍방향 균형적’ PR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아도 될듯하다.

코카콜라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소비자들과 듣고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영국 소비자들의 약 3분의2(63%)가 빈병 보증금 회수제를 지지한다는 것과 이 제도가 시행될 때 절반가량(51%)의 소비자들이 페트병 재활용을 할 의사가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쌍방향 균형 모델은 여론 수렴을 통해 조직의 정책과 행동에 변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대공중관계의 기본으로 강조한다.

코카콜라는 다른 조직과의 제휴를 통해서도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 캠페인을 지원하기도 한다. 몇 해 전 영국의 친환경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스와 손잡고 페트병 재활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전개한 적도 있다. 또 영국의 친환경 관련 비영리재단인 허법 재단(The Hubbub Foundation)이 벌인 (쓰레기, 껌 없는) ‘깨끗한 런던 거리 만들기’ 캠페인을 후원했다.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스와 코카콜라의 제휴 캠페인.

다만 나탈리 피가 이끄는 리필(Refill) 운동처럼 코카콜라를 비판해 온 영국 내 환경운동조직과 연대 혹은 제휴를 통해 소비자 참여를 끌어내는 캠페인을 고안해냈더라면 진정성 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슈가 위기로 커지기 전에 대응 코카콜라가 영국에서 선보인 이번 캠페인의 배경은 2013년 미국에서 전개한 이른바 ‘커밍 투게더(coming together)’ 캠페인이 나온 맥락과 유사한 점이 있다.

커밍 투게더를 두고 당시 미 NBC 저녁 뉴스는 코카콜라 120여년 역사 최초로 회사의 사회책임(CSR)을 알리는 광고라며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캠페인은 콜라 등 탄산음료가 미국 내 급증하는 비만의 주요 책임자라는 세간의 비난이 퍼지고, 뉴욕시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극장 및 편의점에서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밀어붙이는 등 코카콜라를 향한 시장의 상황이 적대적인 가운데서 나온 이슈관리 차원의 PR 행위였다. 특히 미 공익과학센터가 코카콜라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북극곰을 풍자해 내놓은 애니메이션 ‘진짜 곰들(Real Bears)’이 큰 인기를 끌자 코카콜라는 맞불 캠페인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빈병 보증금 제도를 반대하는 코카콜라를 압박하는 환경운동단체들이 코카콜라를 콕 집어서 핀셋 공격을 시작했고, 이를 영국의 주요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코카콜라 페트병이 바닷새를 죽이고 있다는 그린피스의 캠페인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면서 코카콜라를 코너에 몰리게 했다. 결국 이슈가 확산되자 코카콜라는 호미를 들고 새는 둑을 막는 조처를 다시 한 번 취한 셈이다.

이슈관리형 캠페인에도 빠지지 않는 행복과 사랑 코카콜라 브랜드 캠페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행복과 사랑이다. 코카콜라는 ‘행복 공장(happiness factory)’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 막대한 돈을 써왔다.

2016년부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어필하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테이스트 더 필링(Taste the Feeling)'을 시작했다. 테이스트 더 필링을 통해 코카콜라가 전하려는 느낌은 바로 ‘사랑’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어느 빈병의 사랑 이야기’도 서로 거듭된 만남을 통해 재활용병 두 개가 사랑을 꽃피운다는 설정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좋은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 또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코카콜라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과 같은 테마를 사용함으로써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성 좋은 러브스토리,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

코카콜라가 영국에서 시작한 이번 재활용 캠페인은 글로벌 브랜드가 캠페인을 통해 어떻게 이슈관리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본보기다.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재활용을 강조하는 다소 무거운 이슈를 사랑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부정적 문제를 긍정으로 바꿔 전달하는 신공을 발휘했다.

직접적이고 상투적인 말 대신 감수성 돋는 애니메이션 속에 은근슬쩍 코카콜라 병은 재활용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를 통해 재활용 이슈와 관련해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한 적대적 느낌을 줄이는 효과를 낼 것 같다.

성공적인 리필 캠페인으로 유럽 기업들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환경운동가 나탈리 피. 출처: nataliefee.com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극장과 TV용 광고로 제작돼 작품성은 높은 데 반해, 이 광고 캠페인의 행위적 목표인 50% 재활용률 달성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요즘 캠페인 메시지 전략의 주요 경향인 소비자 임파워먼트(empowerment·소비자의 역량과 힘을 고취하고 격려하는 것)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보인다.

코카콜라는 소비자의 재활용 참여를 끌어내는 데 있어 소중한 브랜드 캠페인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2014년, 2300만명의 이름을 적어놓은 병을 출시해 사람들에게 자기 이름이 찍힌 코카콜라를 마실 때 느끼는 행복을 공유하라는 ‘쉐어 어 코크(Share a Coke)’ 캠페인을 전개한 적 있다.

행동주의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사람 이름이 들어가는 병은 재활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해 판매와 빈병 회수 데이터를 가진 코카콜라가 좀 더 실용적 관점에서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에선 코카콜라가 재활용 문제에서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줄이는 것보다, 실제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했다면 좀 더 진솔하고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을 수 있다. 영국에서만 재활용 캠페인을 하는 것도 진정성을 의심케 만든다.

코카콜라가 불이 붙은 곳에서만 급하게 진화 작업을 하는 식의 이슈 대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캠페인이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만 초점을 둔 ‘물타기 캠페인’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극장과 TV광고에 돈을 쏟아 붓기보다는 회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환경운동단체들의 요구를 더 많이 수용하고 그들과 의미 있는 제휴를 통해 소비자와 함께 하는 캠페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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