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3등’ 롯데마트, 기존 틀 깨고 백세시대 겨냥 승부수
‘만년 3등’ 롯데마트, 기존 틀 깨고 백세시대 겨냥 승부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7.12.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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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전문회사로 변화 천명, 담배 판매 중단 결정까지…미 CVS헬스의 포지셔닝 전략 연상돼

[더피알=강미혜 기자] 롯데마트가 내년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만년 3등’ 처지에다 올해 중국발 ‘사드 보복’의 악재까지 맞은 상황 속에서 ‘건강’이라는 새 화두로 판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려는 것이다. 기존 방식을 고수할 경우 앞으로도 승산이 없겠다는 판단 하에 백세시대라는 사회적 화두와 연결시켜 새롭게 포지셔닝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롯데마트 고객센터 앞에 '2018년 1월 1일부터 담배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인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롯데마트는 창립 20주년을 맞는 내년부터 건강에 특화된 마트로 탈바꿈하겠다는 차별화 방침을 최근 발표했다. 이에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도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롯데마트는 건강전문회사로 진화한다”고 밝히며 담배 판매 중단 방침도 직접 알렸다.

롯데마트는 기업 모토를 ‘건강이 모든 것(Health is Everything)’으로 바꾸는 한편, 판매하는 건강식품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넓혀 건강을 제안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보면 지금도 롯데마트는 다른 마트보다 신선식품 부문에서 뛰어나다”고 자평하며 “여기에 더해 앞으로는 친환경 브랜드 해빗을 강화하면서 상품 하나하나에 건강 관련 콘셉트를 확대 적용시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마트의 담배 판매 중단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상징적 제스처다. 식품을 통해 건강한 기업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담배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브랜드 철학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건강전문회사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당장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담배 판매 중단을 선언한 롯데마트의 모습은 미국 대형 약국 체인인 CVS헬스를 떠올리게 한다.

종전 기업명 CVS케어마크에서 2014년 CVS헬스로 이름을 바꿔단 이 회사는 같은 해 모든 매장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이 조치로 당시 CVS헬스는 연간 매출에서 약 20억달러(한화 약 2조1000억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CVS헬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연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로비를 했던 미 상공회의소까지 탈퇴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방향성에 부합하는 선제적 의사결정을 했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와 관련,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는 더피알 칼럼을 통해 “CVS는 기업평판도 제고하고 실리도 챙겼다”며 “대중들에게 자신들이 잡화와 약을 파는 단순 편의점이 아닌,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포지셔닝 할 수 있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물론 롯데마트의 경우 담배 판매 수익이 전체 매출의 0.1%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작년 롯데마트 연매출이 8조5000억원 정도였으니 담배 판매를 중지해 손해볼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85억원 가량이다. 그럼에도 성장 한계에 이른 대형마트 시장의 기존 틀을 깨고 건강이란 키워드로 변신을 시도하는 부분은 눈여겨볼 점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오프라인 기반 대형마트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온라인 대비 나아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며 “어려운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변화 과정이다. 우선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건강전문회사로 변신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외형과 내실 모두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소비자에게 다가설 수 있을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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