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규제로 발목 잡힌 스타트업…남 얘기 아니다
뒤늦은 규제로 발목 잡힌 스타트업…남 얘기 아니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8.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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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공유 서비스 풀러스·차차 비즈니스 큰 타격…전문가 “법적 검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 풀러스는 법적 논란에 휩싸여 결국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구상하게 됐다. 풀러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스타트업계에서 법적 논란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구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자료사진

[더피알=이윤주 기자]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한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사업모델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갔다. 또 다른 차량 공유서비스 ‘차차’ 역시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내려졌다. 기존 비즈니스 생태계의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스타트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 카풀 서비스를 표방했다. 처음부터 택시업계의 반발이 예상됐지만,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해 유상으로 운송이 가능하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1항에 의거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한발 더 나아가 풀러스는 유연근무제 등으로 출퇴근 시간 개념에 변화가 있다는 점을 들어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 제공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했다. 관련 법 조항에 출퇴근 시간이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고, 논란 속에서 서울시 역시 24시간 서비스는 사실상 ‘면허 없는 택시’라고 택시업계 손을 들어주면서 비즈니스에 제동이 걸렸다.

풀러스는 출퇴근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회사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풀러스는 출퇴근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회사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정상적 사업 운영이 어려워진 플러스는 이용자 감소와 막대한 영업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대표 사임과 사업모델 개편을 결정했다. 일체의 대외활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현재는 필수 인력만 남긴 채 50여명의 인력 중 70% 가량이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스의 급작스런 구조조정에 업계 안팎에선 여러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 가운데 동종 스타트업 ‘쏘카’가 플러스를 인수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쏘카 VCNC 인수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빠른 시일 내에 풀러스가 갈 방향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이 대표는 풀러스의 최대주주다.

그러나 쏘카 관계자는 “(인수합병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부 움직임도 없다”며 “이재웅 대표는 (풀러스의) 경영자가 아닌 투자자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스타트업이 규제 문제에 얽혀 비즈니스 위기에 직면한 건 풀러스만의 일은 아니다. 차차크리에이션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는 차차에 대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직후 이 회사 김성준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장문의 호소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차차 서비스에 대해 국토부가 위법 판단을 내린 후 이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표이사 명의의 호소문.
차차 서비스에 대해 국토부가 위법 판단을 내린 후 이 회사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이름으로 게시된 호소문.

김 대표는 “처음 차차서비스를 생각해 낸 이후 혹시 위법 요소가 있는지 법무법인의 법률자문과 국토교통부에 세부사항을 질의해서 위법하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국토교통부가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서까지 누구를 위해 차차서비스를 규제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은 규제에 발목 잡혀 사업 자체가 휘청거리게 되는 것은 남의 얘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느 분야든 기존 플레이어들이 존재하기에 스타트업과 같은 신흥주자에 대한 경계의 시선과 실질적인 압박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스타트업 종사자 A씨는 “최근 스타트업들이 기존 서비스 외에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방향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 B씨는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을 키우고 창업하라 해놓고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한다. 앞뒤가 안 맞다”고 비판하며 “뒤늦게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지 말고 행정기관이나 규제기관에서 사전에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법적 문제와 관련해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뒤탈이 없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법무법인 바른에서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맡고 있는 오성환 변호사는 “스타트업들 중에서 법률 자문을 구하지 않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법적 검토를 하더라도 보수적으로 해야 하며,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사전에 충분히 내용을 숙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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