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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을 둘러싼 동상이몽
담뱃갑 경고그림을 둘러싼 동상이몽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4.06.3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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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흡연권에 우선하는 혐연권, 담뱃갑만 예외

[더피알=유현재] 담배는 해롭다. 세상사 어떤 일이든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담배만큼은 해롭다는 사실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동의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배경인지, 우리 사회에서 담배와 관련된 각종 제한이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 화재 위험이 있는 특정한 시설, 그것도 대부분 실내에서만 불가능했던 흡연이 이젠 실내외를 막론하고 공공시설이라고 규정되는 즉시 웬만하면 금연구역이 되는 것이다.

정해진 ‘공간’만이 아니다. 작년 금연홍보 공익광고의 슬로건처럼 ‘사람들이 있는 곳, 그 곳이 금연구역입니다!’라며 흡연권 보다는 혐연권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다. 아직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의 모든 영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제재를 당하고 벌금도 내야 한다. 전통적으로 흡연의 자유지대였던 PC방, 당구장, 술집, 카페 등에서도 이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일은 불가능해졌으며, 앞으로도 관련 규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 확실하다.

▲ 한 편의점에서 점원이 담배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와 같은 온갖 규제책의 실현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인 사항이 한 가지 있다. 세계 많은 국가에서 이미 금연에 중대한 효과가 있는 홍보수단으로 증명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고 있지 않은 담뱃갑 경고그림이 그것이다. 벌써 수년째 찬성과 반대 양측의 논쟁만 거듭되고 있으며,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담뱃갑에는 그 어떤 경고그림도 볼 수 없다. 경고문구만 적용되고 있을 뿐이며, 그마저도 담뱃갑 전체의 30% 면적만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고그림과 글을 포함해서 담뱃갑 면적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트렌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담뱃갑은 지나치게 얌전하고(?) 조용하다. 호주와 캐나다 등 주로 서방 국가들이 담뱃갑에 금연홍보 그림 및 메시지 등을 다량 배치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아시아국가 중 태국도 무려 85%의 담뱃갑 면적에 경고그림과 글을 할애하고 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담뱃갑에 수록된 문구는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이며, 담뱃갑의 앞뒤에 병기돼 있다. 측면에는 ‘타르 흡입량은 흡연자의 흡연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고 금연상담전화도 발견된다. 내용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외국에 비해 다소 간접적인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부 내용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경고문구의 디자인 또한 금연을 홍보할 의지를 의심케 할 만큼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담뱃갑 자체의 색상과 경고문구가 서로 보색이 아니라 유사한 색깔이 많아서, 소비자들이 내용을 쉽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파악해보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담뱃갑에 새겨져 있는 콘텐츠가 금연홍보의 역할을 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미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도대체 왜, 국내외를 막론하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담뱃갑 경고그림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가장 설득력 있는 배경 설명은 바로 국가기관이 담배 사업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담배와 관련된 법은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 두 종류가 존재한다. 담배사업법은 말 그대로 담배를 사업의 시각으로 파악하며 육성 및 관리하기 위한 장치이다.

▲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한국과 홍콩 담뱃갑 그림을 비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따라서 기획재정부가 주요 부처라고 할 수 있다. 후자인 국민건강증진법의 핵심 부처는 보건복지부이며, 기관의 타이틀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 국민의 건강증진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소위 국가의 전체적 살림에 관여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부처이며, 담배사업이 막대한 세금의 원천이 되는 중요한 영역임을 감안한다면 앞서 복지부와는 다른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복지부는 어떻게 하든 더욱 많은 국민들이 금연을 하거나 흡연을 줄여서 지속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게 만들려는 입장이겠지만, 기획재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기본적 원칙은 틀림없이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사업법의 측면에서 마냥 복지부와 같은 고민만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근심의 대상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2500원으로 살 수 있는 담배 한 갑에는 무려 1500원 이상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으며, 확보된 세금은 연간 6조라는 어마어마한 세수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담뱃갑 경고 그림을 둘러싼 두 부처 간의 상이한 의견, 국회의원들 간의 서로 다른 시각은 이미 한 두 해 이야기가 아니며, 특히 금년 담배소송 등 굵직한 관련 사안이 있는 만큼 또 한 번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적 경고그림, 흡연 위협소구로 적용될까

경고그림에 대한 효과논쟁에 있어서, 일반상품의 경우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일반상품의 구매 및 소비자 행동을 조사한 연구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바로 그 상황에서 사용하는 자극물(Promotion Tools)들은 여타 수단에 비해 높은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POP(Point Of Purchase) 광고물에 심혈을 기울이는 주요한 이유인 것이다.

복지부와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담뱃갑에 새겨진 경고그림은 1차적으로 담배를 구입하는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2차적으로는 너무나 쉽게 담배에 접근하게 되는 청소년들이 문구보다 쉬운 그림을 통해 담배의 해악을 신속하게 파악하도록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경고그림을 반대 혹은 찬성하지 않는 주체들은 경고그림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과학적인 예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또한 외국의 연구사례 외에 우리나라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최근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재단은 ‘한국형 담배경고그림 및 문구개발’이라는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향후 국회 등에서 사안이 논의될 때를 대비해 경고그림과 문구를 개발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연구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실정에 부합하고 한국인을 금연의 단계로 인도할 수 있는 효과적 경고그림을 ‘과학적 방법에 의해’ 규명할 계획을 밝혔다. 다양한 국가에서 오랜 연구를 거쳐 경고그림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위협소구(Threat Appeal)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특정한 위협소구 유형이 세부적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흡연과 흡연에 의해 귀결되는 건강악화 등 부작용에는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 폐해를 알면서도 담배를 시작했고, 유지했으며,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같은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기보다는 사회 전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시스템 적으로 담배를 멀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노력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금연을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 커뮤니케이션적 노력은 대단히 중요하며, 그 중 대표적 수단의 하나가 바로 담뱃갑 경고그림일 것이다.

이번에는 한국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문구와 그림이 개발, 범국가적으로 화끈하게 채택돼 한 사람이라도 빨리 건강해지기 위한 장치가 추가되기를 희망한다. 100세 시대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개인이든 사회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모두가 오래살 수 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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