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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의 홍보 딜레마
정부기관의 홍보 딜레마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3.10.2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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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정책 홍보는 필요, 홍보 환경은 열악

[더피알=유현재]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건강·보건 관련 정부기관으로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등이 있다. 주요 업무나 존재목적도 다르고 소속이며 위계사항, 문화 또한 똑같지 않은 개별 기관들이지만, 가장 궁극적인 지향점은 하나이지 싶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한 삶과 생활을 위해 기능한다’는 것이다.

각 기관의 고유 웹사이트를 기준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슬로건 혹은 캐치프레이즈를 살펴봐도 다른 듯 유사한 철학과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질병관리본부!’라는 문구를 꽤 오랫동안 일관되게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답게 4대 중증 질환 및 각종 감염병에 대한 예방과 대비책 등에 대한 내용들을 주요 콘텐츠로 홍보한다.

보건복지부는 좀 더 포괄적인 사항들을 다루는 기관의 성격상, 비교적 일반적이고 규모가 큰 내용을 담보하는 슬로건인 ‘힘이 되는 평생친구’를 사용 중이다. 웹사이트 첫 화면에는 장관의 행보, 기초생활보장, 어린이집 평가, 추석 즈음해 국민들에게 전하는 생활 건강 상식 등 복지에서 의료, 관련 문화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보들을 게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현재 ‘희망의 새시대’라는 현 정부의 국정 비전 겸 슬로건만을 첫 화면에 사용한다. 기관을 규정하는 ‘식의약 안전관리 컨트롤 타워-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일종의 사명문(Mission Statement)이 중앙에 배치돼 있고, 각종 의약품 관리에 대한 정보와 식중독 등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건강 피해들에 대한 설명, 방사능 오해와 진실 등 시의성에 부합하는 정보들이 포진됐다.

결국 세 기관 모두 국민들이 건강하고 활력 있는 생활을 영위하도록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희망의 시대를 열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공통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하자니 부담스럽고 안하자니 부담스러운 그 이름, ‘기관홍보’

필자는 직접적으로 위 기관들을 대상으로 자문활동, 연구프로젝트 수행, 관련 사업에 대한 심사, 세미나 참가 등에 참여한 바 있다. 물론 홍보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 기관이 처한 상황들이 모두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일종의 ‘홍보 딜레마’에 놓여있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기관 특성상 일반기업들처럼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고 익숙하지도 않지만, 국민 건강 및 복지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업무들을 진행하는 만큼 홍보의 필요성은 그 어떠한 조직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실제 각 기관 내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소수의 인력들이 경험하는 고충은 만만치 않다. 그들의 가장 원론적인 물음은 ‘과연 우리가 홍보를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고,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비용을 투자해서,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쉽지 않은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현실적으로는 기관 내부에 홍보 전문 인력을 풍부하게 배치할 수도 없고, 사실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별도의 홍보부서가 부재한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홍보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넉넉한 경우도 거의 없다. 모 기관의 홍보담당자는 ‘기관홍보’라는 활동과 개념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피력할 정도였다 .

그래서 해당 담당자가 제시한 대안은, 기관자체에 대한 홍보활동 보다는 기관이 국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수행하는 각종 운동 및 사업들만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사업주체인 기관들에 대한 홍보도 이뤄진다는 것.

일반 기업에 빗대어 말하면, 특정 기업의 상품에 대한 홍보가 기업 전체에 대한 홍보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결국 기관이 별도의 홍보예산과 전략에 의해 적극적 홍보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정 반대인 경우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필자는 기관에 대한 신뢰와 좋은 이미지가 구축되면, 해당 기관에서 수행하는 모든 사업과 메시지들에 대한 반응도 쉽게 좋아질 수 있음을 정보원 효과(Information Source Effect) 및 외국의 관련기관 사례 등을 들어 함께 토론했다.

논의 후 담당자들은 그 같은 가능성들에 대체로 동의했으며, 실제로 각 기관이 일반 국민들과 전문가 그룹, 지역 사회에 의해 높은 인지도와 신뢰, 믿음이 더욱 높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기관 홍보활동을 본격적으로 하자니 부담스럽고 안하자니 아쉬운’ 감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저예산·고효율의 기관홍보 3대 원칙

그렇다면 정부기관들이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나름 최대효과를 지향할 수 있는 홍보 원칙들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각 기관 홍보 담당자들은 반드시 ‘홍보브리프’를 작성하길 추천한다. 어떠한 홍보사안이든 1페이지를 넘지 않는 선에서 해당 홍보 건의 명확한 목표와 배경상황, 구체적 타깃, 타깃의 목표반응, 현실적 예상효과, 그리고 효과에 대한 평가방법까지 작성해 실제로 홍보를 실행하는 업체 혹은 팀에게 건네는 것이다. 무조건 ‘잘 부탁드립니다’가 아니라, 최소한 이런저런 사항은 반드시 준수해 줄 것을 약속받고 과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가능하면 한 번 배치된 홍보담당 인력들을 웬만해선 바꾸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일단 홍보/광고 인력으로 배치했다면, 그들이 전문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제공하라는 말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홍보부서는 특히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제대로 기능한다. 홍보라는 고유 업무에 대해 절대로 경시하지 말고 존중하며, 장기적인 플랜과 지속성, 고집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세 번째로, 통합 마케팅적 사고를 가질 수 있기를 제언한다. 예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래도 우리가 TV 공익광고 정도는 만들어야 하는 거 아냐?’ ‘남들 다 하는데 안하면 좀 그러니까… 우리도 무조건 애플리케이션 만듭시다’ 등의 발상은 지양해야 한다. 허락된 예산과 주어진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한 미디어가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명분과 겉치레에 의해, 혹은 전임과 무언가 달라야 한다는 단순한 강박에서 홍보수단과 전략이 결정되면 안된다.

정부기관의 홍보는 결코 쉽지 않다. 현실과 여건이 일반 기업과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제안한 원칙들을 참고하고,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전략의 옵션들을 적극 고민해 본다면 효과적인 홍보활동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정부기관이기에 기본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신뢰감은 물론, 우리 생활 구석구석까지 존재하는 각종 관련 하부기관들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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