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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기자 시대, 달라지는 PR패러다임보도자료 없어진다? 정보독점 심화 우려도
승인 2016.05.04  11:33:03
문용필 기자  | eugene9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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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패배’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온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한국 사회에 ‘인공지능’이라는 거대담론을 던졌다. 대국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훨씬 넘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 영역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냐는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PR과 마케팅, 저널리즘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혁신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커뮤니케이션의 내일을 조망해본다.

① 인공지능, 데이터로 커뮤니케이션을 혁신하다
② 커뮤니케이션 ‘타깃’ 정조준하는 머신러닝
③ 봇기자 시대, 달라지는 PR패러다임

[더피알=문용필 기자] 인공지능은 저널리즘 영역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자 대신 인공지능이 기사를 작성하는 이른바 ‘로봇 저널리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관련기사: ‘타깃’ 정조준하는 머신러닝)

국내 로봇저널리즘 연구의 선구자인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모 회사가 작성한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로봇저널리즘 기술을 구현하는 회사는 전세계에 11개사 가량”이라며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국의 ‘내러티브 사이언스’와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를 꼽았다.

이들은 현재 <폭스>와 <AP통신>에 로봇이 작성한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LA타임스>는 일정 진도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실시간 기사로 작성하는 ‘퀘이크봇(QuakeBot)’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영국의 <가디언>은 기사 편집에 로봇을 활용 중이다.

   
▲ LA타임스의 ‘퀘이크봇’은 일정 진도의 지진이 발생시 이를 감지해 기사를 작성한다.

국내에서는 <파이낸셜뉴스>가 이준환 교수팀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 1월부터 인공지능이 작성한 기사를 선보이고 있다. ‘IamFNBOT’이라고 명명된 인공지능은 주식시장이 종료된 이후 그날의 종가데이터를 바탕으로 1일 1회씩 주식시세를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쓴다.

인공지능이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은 ‘인간기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먼저 증권 거래소에서 일어나는 종목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수집한다. 이중 뉴스거리를 추출하는 가치판단에 나선다”며 “가치판단이 끝나면 스토리텔링을 하고 기사의 주제를 잡는다. 그리고 문장을 배열한 뒤 기사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내부 송고 시스템과 연동해 포털사이트에 봇기사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 엄 부국장의 설명이다.

로봇 저널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빠르다는 데 있다. 엄 부국장은 “명령어만 넣는다면 초단위로도 기사작성이 가능하다”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종목이 2000개 정도인데 그날의 중요한 대표주식을 뽑아 기사를 쓰려면 증권부 기자는 보통 40분~1시간가량이 걸린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0.3초 만에 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눈여겨 볼 포인트는 기사 작성 후 최종 송고 전 오류를 수정하는 데스킹 작업이 없다는 점이다. 엄 부국장은 “로봇 저널리즘의 특성은 ‘신속성’인데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사람이 데스킹하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엄 부국장은 “만약 인공지능이 쓴 기사가 잘못됐다면 이는 알고리즘 설계가 잘못됐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뢰도를 업그레이드 하고자 현재는 정지된 데이터를 이용해 하루 한 건만 기사를 쓰고 사후에 오류를 확인하는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타깃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로봇 저널리즘에서도 ‘타깃형 보도’가 가능하다.

엄 부국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형주들은 많은 기자들이 쓰기 때문에 정보가 많지만 소형주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주주는 엄연히 존재한다”며 “이들은 지금까지 정보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개인 맞춤형으로 모든 주식에 대한 기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쓸 수 있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효용성을 언급했다.

   
▲ 인공지능이 작성한 <파이낸셜뉴스>의 증권기사. 해당 사이트 캡처

스포츠나 주식 등 숫자 데이터에 근거한 스트레이트 기사실력은 입증했지만, 정치·사회 분야의 심층분석, 전망기사는 아직 무리인 것이 사실. 엄 부국장은 “심층적인 분석과 해석은 사람의 영역이라고 본다”며 “인공지능은 굉장히 객관적이기 때문에 특정한 주장이 담긴 칼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환 교수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성범죄자 현황의 경우, 신상정보 공개수위에 대한 의사결정 문제가 있다”며 “물론 알고리즘상에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지만 미묘한 부분에서의 결정사항은 다소 애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홍보가 인간홍보 대체할까

인공지능이 스트레이트 기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낼 수 있다면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 예상대로 몇몇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엄 부국장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앞으로는 보도자료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언론홍보는 기자들을 상대로 자료를 배포하고 개인적 스킨십을 하는 형태였지만 인공지능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는 인공지능 기자에게 자사의 데이터를 얼마나 개방했느냐, 혹은 얼마나 많은 언론사에 데이터를 제공하느냐의 문제가 언론홍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언론과의 스킨십 보다는 SNS를 활용하거나 뉴스룸을 구축하는 등 각 기업별 다이렉트 홍보채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대표도 인공지능 시대에 PR의 역할이 상당 부분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때문에 플레시먼힐러드는 올해의 주요 화두를 ‘인공지능’으로 설정하고 관련 프로젝트팀을 구성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과 사용자경험(UX), 인지과학 전문가 그룹과 협업중이다.

박 대표는 “개인화된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이 인공지능과 소비자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가상 개인비서(VPA) 앱은 고객과 브랜드 사이에서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며 “마케팅PR과 연결해보면 이제는 VPA가 알기 쉽도록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디지털 제품정보 태그’를 제공해야 한다. 개인화된 메시지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된 PR이 모든 고객과 VPA의 접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 AP/뉴시스

이어 “PR은 원래 타깃과 환경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돼 이뤄지는데, 이제는 타깃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더불어 VPA의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크리에이티브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대표는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 사이의 수많은 갈등상황이 벌어지면 PR의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통 플랫폼 및 전문가에 대한 니즈가 커지게 될 것”이라며 “현행 제도와 법적 시스템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발생되면 거버넌스(governance) 논의를 위한 퍼블릭 어페어즈(Public Affairs)도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히틀러 찬양한 인공지능…기대만큼 우려도 커

인공지능은 향후 PR과 마케팅, 언론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걸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만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문제점도 존재한다.

우선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의 정확성을 따져봐야 한다. 인간이 입력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머신러닝의 특성상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인공지능이 도출하는 결과에 치명적인 오류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악의적인 마음을 품고 비윤리적인 내용의 데이터를 고의적으로 입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SNS용 인공지능 ‘테이(Tay)’가 그 좋은 예다. 트위터에 계정을 열고 인간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듯하던 테이는 이내 말썽을 일으켰다. 히틀러를 찬양하거나 인종차별적인 발언 등을 서슴지 않았던 것. 이같은 성향을 지닌 사용자들이 대화를 통해 테이에게 악의적인 표현을 고의적으로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인공지능 ‘테이’의 트위터 계정. 해당 사이트 캡처

논란이 커지자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운영을 중단하고 테이에 대한 재교육에 나서야 했다. 완벽한 인공지능을 만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4대1로 우승했지만 알파고도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인공지능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각과 행동, 사고 등이 다 필요한데 현재는 지각과 행동이 많이 결여돼 있는 상태”라며 “주변환경을 인식하거나 사물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또한, 인간처럼 완전히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인공지능도 현재는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빅데이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개인데이터 관리 문제도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박영숙 대표는 “데이터 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 관리가 투명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면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평판관리와 투명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구글과 IBM 같은 대형 IT기업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공지능 도입을 원하는 기업들이 어느샌가 대형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 한상기 소장은 “향후 등장하는 인공지능에 ‘Powered by Google brain’이라고 표기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술뿐만 아니라 다량의 빅데이터를 보유한 특정 기업에 작은 회사들이 의존하는, 이른바 ‘정보 독점화’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

박영숙 대표는 “향후 성공적인 캠페인이 데이터와 아이디어의 결합에서 나온다고 봤을 때 PR회사들은 플랫폼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며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이 주요 클라이언트에게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마케팅 영업도 할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PR하는 회사의 운신 폭은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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