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360도’…감성에 의존해야
‘VR≠360도’…감성에 의존해야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6.2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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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가미, 오프라인 연계 이벤트도 효과적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탐색하는 것은 첨단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커뮤니케이터에게 숙명인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새롭게 각광받는 가상현실(VR)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기존의 평면적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몰입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지는 VR마케팅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① 시·공간 넘는 VR마케팅, 어디까지 갈까
② 단순한 ‘360도’ 넘어 체험성 강화

[더피알=문용필 기자] 영상이라는 특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기업의 마케팅 못지않게 지상파 방송3사도 가상현실(VR)에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방송사는 MBC다. 지난해 말 국내 10개 VR업체들이 참여하는 ‘MBC VR 컨소시엄’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 3월에는 컨소시엄 주최로 ‘대한민국 VR대전’을 개최하고 3개월간 기술교류 및 공동제작을 통해 완성한 9개 VR 콘텐츠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유튜브에 ‘MBC VR’ 채널을 오픈, 아쿠아리움과 동굴탐험 등 다양한 소재의 VR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KBS는 올해부터 자사 페이스북 계정과 KBS 월드 웹페이지를 통해 VR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삼일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서대문형무소 고문체험관’을 시작으로 프로야구 개막전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특히 지난 3월 30일 KBS 뉴스9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가 엘리베이터에 올라 뉴스 스튜디오까지 향하는 장면을 VR영상으로 만들어 한류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SBS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제작현장과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VR콘텐츠로 제작한 바 있다.

이동통신업계도 VR 주도권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GIGA VR’이라는 브랜드를 내건 KT는 자사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올레 TV 모바일’에서 올해 1월부터 VR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3월 프로야구팀 KT위즈의 시범경기를, 4월에는 CJ E&M과의 제휴를 통해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2016’ 결승전을 생중계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2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LTE 비디오 포털’에서 VR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콘텐츠는 KBS와 JT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과 ‘냉장고를 부탁해’의 클립 VR영상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제휴를 맺은 VR제작업체가 (실제 방송) 촬영현장에서 VR영상을 함께 촬영한다. 이를 3분에서 5분짜리 클립영상으로 만들어 본방송이 끝난 후 VOD 형태로 올리고 있다”며 “이 밖에도 뮤직비디오와 피트니스 등의 VR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VR은 차세대 먹거리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VR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트렌드처럼 퍼져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SK텔레콤도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운영 중인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에 최근 VR전용관을 개설했다.

스토리 없는 360도 뷰잉은 ‘식상’

VR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크게 고조된 상황이지만 한계는 너무 단조롭다는 점이다. 최근 선보인 VR영상만 해도 상당수가 단지 360도로 화면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물론 평면적인 2D영상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충분히 새로운 경험이 될 터. 그러나 과거 수많은 ICT 기술들이 그러했듯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단순한 360도 영상은 식상하게 다가올 것이 뻔하다.

백현정 이노션 VR솔루션팀 차장은 “현재로서는 VR이 아직 성장하는 시기이다보니 TV광고나 온라인 바이럴 영상처럼 견고한 스토리보다는 ‘360도 뷰잉(Viewing)’이라는 사용자 경험을 통해 신기하다는 느낌을 주려는 방향이 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제일기획 김성호 프로(VR 익스피리언스 디렉터)는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이를 통해 단순하게 360도로 촬영해 화면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카메라 자체에 움직임이 없는 것”이라며 “이는 2D영상을 촬영해 (360도 영상으로) 붙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VR영상’이라는 수식어가 있는 온라인 영상 중에는 360도로만 촬영해놓은 것이 적지 않다. HMD같은 VR기기를 착용하지 않고도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쉽게 감상할 수 있다. 화면 상단에 위치한 방향키를 마우스나 터치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 야구장을 찾아 vr모바일 생중계를 체험하는 관중들. kt 제공

아직까지는 단순 360도 영상까지도 VR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가상현실로 보기 어렵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에 나온 콘텐츠를 보면) VR이 갖고 있는 특성을 아직까지는 풀(full)로 구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며 “게임에서는 FPS(1인칭 슈팅게임)가 VR에 가장 잘 맞듯, 기업마케팅에서도 VR과 잘 맞는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일단 만들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한계점은 VR의 매력인 강한 몰입감과 체험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가 있는 탓이기도 하다.

백현정 차장은 “TV광고의 경우에는 전방에 보이는 영상을 정교하게 촬영하기 위해 수많은 스탭과 장치들이 카메라 뒤에 위치해 있지만, 360도로 촬영되는 영상은 카메라 뒤편까지 다 노출되기 때문에 연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정환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아직은 단순한 광고용으로 VR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제작사도 그렇고 VR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높아보이지는 않는다”며 전문적인 VR콘텐츠 기획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VR 최적화 위한 현실적 방안

그렇다면 VR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소기의 마케팅 효과를 거두려면 어떤 포인트를 감안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스토리텔링’과 ‘생생한 체험감’에 주목한다.

최정환 부사장은 “일반 광고의 경우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 기능을 설명해주기보단 스토리성이 강한 콘텐츠들이 많지 않느냐”며 “VR에도 좀 더 의미부여가 되는 스토리를 첨가되면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최근 독일과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에서 실시한 ‘Be Fearless(두려워 마세요)’ 캠페인은 VR에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접목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고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VR기기를 지급하고 헬기, 절벽 등이 담긴 VR영상을 통해 공포를 극복하도록 한 것. 공포증을 이겨낸 이들이 고층빌딩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짚라인을 타고 환호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뭉클함마저 선사한다.

콘텐츠 자체에 스토리가 가미된 것은 아니지만 VR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참고사례가 될 만하다. 여기에 더해 착한 마케팅으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시켰다는 점도 VR마케팅의 확장성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할 만 하다.

무엇보다 VR마케팅에서 강조돼야 할 점은 체험감이다. 위정현 교수는 “VR은 종이나 영상 같은 평면적인 마케팅과 다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감성에 의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 교수는 “예를 들어 야채를 광고한다면 농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신선함을 경험시킬 수 있다. 모션 센서 기능이 있는 장갑으로 채소를 수확하는 간접경험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정도면 더 이상 제품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다. 평면이 아닌 입체영상으로 눈앞에 바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감성에 맞는 콘텐츠 제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현정 차장도 “일단 가상현실이라는 의미에 최적화돼야 한다”며 “실제 브랜드나 상품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부여해 세일즈에 연계하는 것이 VR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한 백 차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키기 위한 이미지광고는 VR과 맞지 않다”며 “자동차가 주행하는 이미지광고는 그냥 TV CF에서도 충분하다. VR콘텐츠라면 깊이 있고 리얼한 시승체험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류의 경우에는 실제로 옷을 입어보는 듯한 체험이 중요하다. 정보전달이 아닌 정보 체험의 역할로 VR을 소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지난 4월 선보인 VR영상은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해당 영상은 부엌을 걸어 다닐 수 있고 직접 요리를 하거나 서랍을 여는 등 마치 실제 부엌에 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만 모든 VR기기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HTC가 최근 출시한 바이브(Vive)용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기기에 장착해 사용하는 저가형 VR기기와는 달리 PC를 기반으로 하며 손에 쥐고 사용하는 콘트롤러, 그리고 일정 존에서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센서가 제공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생하게 VR을 체험하려면 HMD 뿐만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을 탐지할 수 있는 별도의 센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즉, 완전한 VR체험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다. 고가형 VR기기들은 얼리어답터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의 VR콘텐츠 마케팅은 영상만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별도의 모션센서나 플레이어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란 견해도 나타난다.

백현정 차장은 “인터렉션이 가능한 센싱 요소를 가미해서라도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에서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병행된 마케팅으로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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