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도 렌트가 되나요?
팬덤도 렌트가 되나요?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11.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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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끌어들이는 콜라보레이션…화제성 높이고 사업 보완
업종의 경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고 싶을 때 쓰는 전략인 콜라보레이션. 동시에 상대편 팬덤을 끌어와 매출을 높이는 명민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나에게 팬이 없다면 남의 팬덤을 활용해서라도 붐업을 조성하는 마케팅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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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안선혜 기자] “샤이니 탄산수 실물 영접했습니다.” 최근 이마트와 SM엔터테인먼트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내놓은 PL(Private Label·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상품을 접한 팬들의 반응이다.

SNS에 올라온 또 다른 후기는 탄산수 포장에 인쇄된 춤동작을 보며 이건 셜록(샤이니의 히트곡)의 태민, 저건 링딩동의 누구라며 진한 팬심을 드러낸다.

▲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의 대만공연 모습과 이마트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출시한 '엑소라면'(위). ⓒ뉴시스, 이마트

이마트 전체 짜장라면 상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엑소 볶음 짜장라면’은 엑소의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엑소’ 두 글자가 들어갔을 뿐인데 불티나게 팔렸다.

물론 이건 ‘덕후(마니아를 뜻하는 오타쿠의 줄임말)’의 시각이 아닌 뭘 모르는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 때 이야기다. 팬들은 식품인데도 불구하고 다소 칙칙한 검정색과 회색으로 프린트된 포장만 보고도 엑소를 연상한다. 이 두 색이 엑소의 상징이기에 그렇다. 제품명 옆에 새겨진 엑소 로고는 여기에 쐐기를 박는다.

이마트가 지난 3월부터 선보인 이마트xSM 콜라보 제품은 출시 한 달만에 총 70만개가 팔렸고,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협업 전 기존에 나오던 동일 PL 상품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이돌 팬덤을 빌려오면서 거둔 소기의 성과인 셈이다.

스타를 향한 열렬한 팬심을 이용해 매출을 올려보겠다는 다소 속보이는(?) 기획이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호기심은 구매에 불을 당겼다.

이마트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속사정이 존재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내놓은 2016 유통업체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전체 매출 중 31~40세 고객이 차지한 구매액 비중은 25.3%로, 전년(2014)인 27.6%에 비해 2.3%포인트 줄었다.

21~30세 고객이 차지한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7.0%에서 5.2%로 1.8%포인트 감소했다. 2030 젊은 고객들의 이탈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도 당시 콜라보 제품 출시를 발표하면서 “10~20대 국내 팬을 중심으로 이마트 이용이 늘어날 경우, 고객 연령층이 더욱 넓어져 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을 위한 신규 고객 창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자신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젊은 팬덤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시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얻으려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K팝에 열광하는 해외 팬의 가세는 보다 매출 확장을 꾀할 수 있는 포인트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사옥에 연 SUM마켓에는 이마트xSM 콜라보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저렴한 연예인 굿즈(파생 상품)를 구매하려는 국내외 팬들의 발길이 지속되고 있다.

이마트는 더 나아가 자사 마트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시 들러야 할 ‘쇼핑명소’가 되길 원한다는 바람도 밝힌 바 있다. 현 시점에서 콜라보 제품이 출시 초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해외 팬덤 생성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기초 케어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색조 제품의 매출을 견인하기 위해 콜라보레이션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심리적 장벽이 높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캐릭터와의 협업을 추구하고 있다. 반응도 좋은 편이다. 캐릭터가 친근함과 호감을 줄 뿐 아니라 소장 욕구를 증대시키면서 색조 화장품 매출 신장에 톡톡한 공을 세우는 추세다.

▲ 더페이스샵의 디즈니 콜라보 제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색조 메이크업 제품군의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지난 3월 카카오프렌즈와 협업을 통해 출시한 콜라보 제품이 큰 반향을 얻자, 이어 지난 7월 디즈니와도 콜라보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 인기 제품인 ‘디즈니 쿠션’의 경우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7만여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더페이스샵 담당자는 “쿠션, 아이섀도우, 핸드크림, 틴트 등 더페이스샵 베스트셀러에 등장한 디즈니 패밀리가 특별함을 더해 화제가 되고 있다”며 “준비 수량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되면서 디즈니 캐릭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1분기 라인 프렌즈 에디션 성공에 탄력을 받아 지난 6월 말엔 라인 프렌즈 캐릭터 화장품을 아시아 12개국에 동시 론칭했다.

매직쿠션을 비롯해 BB크림, 아이섀도 팔레트, 마스카라, 틴트, 립스틱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지난 7월부터는 또 다른 콜라보 제품인 ‘미샤 미니언즈 에디션’을 출시하며 캐릭터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토니모리 역시 캐릭터 콜라보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9월 중순 포켓몬 에디션을 출시, 지난 10일 기준 누적 판매량 51만개를 기록한 가운데 10월 초 순차적으로 입고된 피카츄 색조 라인의 경우 누적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올해 초 네일 제품과 핸드크림에 한해 폴 프랭크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원숭이해를 맞은 기념으로 익살스런 원숭이 캐릭터를 선택한 것이었다. 폴프랭크의 통통 튀는 매력을 담은 컬러풀한 젤 네일과 폴프랭크가 새겨진 네일 데코 스티커가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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