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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_결국_프레이밍의_기술1[브랜드텔링1+1] 보졸레누보의 전세계 수송작전…결국은 실체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는 선수의 가치나 활약을 평가하는 WAR(대체 선수 대비 기여 승수, Wins Above Replacement)이란 지수가 있다.

어떤 주전 선수가 리그의 평균적인 후보 선수를 대신해 뛰었을 때 시즌 중 몇 경기나 더 승리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예로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의 최형우 선수는 대체 선수에 비해 시즌 총 7게임 이상 팀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통 2,3경기의 승차로도 리그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셈이다.

   
▲ 야구에서 포수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심판의 눈을 속이는 프레이밍은 브랜딩에서도 중요하다. (자료사진)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 없음. 뉴시스

근데 이런 야구에는 단지 포수의 능숙한 손놀림만으로 WAR 지수 2 이상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투수의 공을 포수가 받을 때 볼이 될 공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도록 잡아 판정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행위, 흔히 미트질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의 이름은 바로 프레이밍(framing)이다. 심판의 눈을 속인다는 면에서 기만행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반칙은 아니다.

비신사적 행위에 민감한 프로야구에서도 프레이밍을 비난하기 보다는 유능한 포수의 덕목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인 이유는 야구의 스트라이크존이 농구의 림처럼 물리적 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스트라이크존의 경계를 걸쳐 들어온 공을 자신이 원하는 결과로 이끌 수 있도록 심판의 관점을 제어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게다가 그 노력은 단지 심판에게 말로 전하는 주장이 아니라, 적극적 행동을 통해 공의 궤적을 해석하게 유도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띄는 액션의 유무

확실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관행과 다른 해석을 요구하는 방식이 각광받는 시대다. 브랜드도 그렇다. 문제는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오는 많은 브랜드들이 ‘난 좀 다르게 생각해’라고 어필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브랜드들의 ‘말’이 좀처럼 쉽게 시장에 수용되지는 않는다. 대체로 그냥 말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프레임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확인되는 액션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실행했던 케이스로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먼저 떠오른다.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한때는 매해 11월 셋째주 목요일 자정을 전세계가 기다리며 보졸레 누보 출시로 떠들썩하던 시기가 있었다.

   
▲ 보졸레 누보 데이는 홈페이지를 통해 2016년 와인이 출시되는 날을 카운트다운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업계에서 보졸레의 왕이라 불리는 조르주 뒤뵈프(Georges Duboeuf)가 바로 11월 마케팅을 이슈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와인이 오래될수록 값지다는 관념을 뒤집고, 수확 후 3주 만에 판매하는 싸구려 와인을 ‘오직 그 해에만 마실 수 있는 희소한 와인’으로 리프레이밍해 전세계의 열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게 어디 말로 외친다고 쉽사리 주목을 (그것도 해마다)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이겠는가?

이때 가장 결정적인 액션은 바로, 전세계 수송 작전의 ‘요란함’이다.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보졸레 누보가 나왔다!)’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비행기로 전세계에 동시 공수하는 쇼업(show up)은 왁자지껄한 축제의 설렘처럼 일시에 대중의 시선을 붙잡게 만든다.

사람들은 단지 와인 한잔을 마시기 위해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다시 찾아온 11월에 신선한 봄의 향기를 더하고자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열게 된다. 시간이 주는 와인의 고정된 가치를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의 관념을 소비하게 하는 프레임 제안은 제한된 시간 내에 체험되는 액션을 통해 비로소 실감나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실체와 본질

2011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자신들의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낸 것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다. 심지어 하나라도 더 팔고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블랙프라이데이였다.

‘환경을 위해 불필요한 소비는 더 하지 마시라!’고 외치는 그들의 광고를 누구도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지 않았던 이유는 실제로 파타고니아라는 기업이 지나온 발자국과 그 주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최근 파타고니아는 식품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파타고니아 프로비전(patagonia provisions)이라는 이 식품 브랜드의 홈페이지에는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모든 것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Our goals are the same as with everything we do)’고 명시돼 있다.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이 브랜드의 가치 프레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이제 보편적 화두가 되었음에도 실제 제품의 마케팅 채널과 콘텐츠와는 어느 정도 구분되기 마련이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의 실체가 선명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같은 입으로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말할 때의 이질감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브랜드가 ‘말’로 외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비전은 실제로 브랜드 자신의 프레임이 되기 어렵다. 분명히 동의할 수 있는 실체가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

이면을 보는 시선

달의 뒷면 사진을 보게 되면 상당히 생소함을 느낀다. 실제 뒷면은 (우리가 늘 보는) 앞면보다 크레이터가 많아서 마치 다른 행성처럼 보일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앞면도 뒷면도 결국 하나의 달일 뿐이다. 지구에 서서는 평생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지만, 그렇기에 늘 존재하는 그 이면의 풍경은 우리의 관성과 잔상을 깨고 더욱 강력하게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제품조차도 제시되는 프레임에 의해 실제 소비하게 될 때의 정서적 가치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분명 프레이밍은 어쩌면 사람들을 혼돈케 하는 조삼모사의 기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는 시각의 틀이 바뀌면, 대상의 가치도 바뀌고 누리는 삶에 대한 평가도 바뀌지 않는가?

단지 제품의 속성만으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브랜드가 지향하는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아주 작은 손기술 하나로 볼과 스트라이크의 판정이 달라지고 결국 게임의 승패마저 바뀌는 것처럼.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원충렬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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