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의 크리에이티브’에 눈떠야 할때
‘접점의 크리에이티브’에 눈떠야 할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12.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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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온라인광고협회·디지털마케팅연구회 오픈포럼 <하>

[더피알=안선혜 기자] 쏟아지는 정보 속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할 과제를 지닌 디지털 마케터들이 내년도 트렌드를 전망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와 디지털마케팅연구회 공동 개최 오픈포럼에서 나온 관련 업계 및 학계의 여러 고민과 제언들을 2회에 걸쳐 전한다. 

사회 이구환 옐로디지털마케팅센터장

패널
강일선 LG전자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 부장
류제남 마더브레인 대표
양준모 온누리DMC 대표
오창호 한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개인화 툴 챗봇, 도입 전 시나리오부터 살펴야에 이어...

디지털마케팅연구회의 올해 트렌드 전망 조사에 따르면 마케팅 자동화를 위한 기술적 접근과 함께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여기에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과 같은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기술도 주목받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나.

류제남 대표(이하 류 대표): 얼마 전 중국 심천에 간 적이 있다. AR 박람회에 참관했는데, 심천은 샤오미 본사도 있고 중국 모든 IT가 집중돼 있는 곳이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굉장히 실망하고 돌아왔다. 주된 이유는 콘텐츠였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로 액션을 줘도 콘텐츠에 대한 공감대가 없고 소통이 없으면 그냥 어지럽기만 하다.

콘텐츠도 트렌드를 탄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경제·소비가 위축돼 있다 보니 세일즈에 대한 크리에이티브적 표현이 내년에는 많지 않을까 싶다. 최근 우리에게 문의해오는 기업들도 진성 고객에게 도달하게 해달라는 등 세일즈 측면의 요청을 많이 한다.

▲ 이구환 옐로디지털마케팅 센터장.

강일선 부장(이하 강 부장): 업력이 17년인 제가 커리어를 시작할 때 안 망한 회사는 콘텐츠 회사밖에 없다. 큰돈을 벌지는 못했어도 망하지는 않았다. 디지털 산업에서 콘텐츠가 결국 핵심인 셈이다.

다만 경우의 수가 늘어났다. 옛날에는 영상 만들면 PC에서 봤는데, 지금은 모바일이 추가됐고, 곰TV 등 동영상 플레이어로 보던 걸 지금은 유튜브라는 네트워크 기반의 영상 플랫폼에서 시청한다.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디바이스로 보는 세상이 열린 거다.

AR이나 VR도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디바이스다. 영상을 즐길 디바이스가 하나 더 추가된 거다. 종합해서 해석하자면 옛날에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그냥 몇 개의 우리가 알고 있는 미디어에 태우면 됐지만 이제는 그 수가 계속 늘어난다.

광고집행도 더 이상 미디어믹스(media mix) 관점이 아니다. 미디어를 조합해 소위 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각 매체 캐릭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각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콘텐츠 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터이나, 경우의 수가 늘어난 만큼 어떻게 산업적으로 잘 대응할 지가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다.

양준모 대표(이하 양 대표): 처음 프로그래매틱 광고 플랫폼을 만들 때 누가 광고를 보고 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이냐는 관점에서 데이터로 풀려고 했다. 근데 실제로는 문구라든가 예쁜 크리에이티브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 미디어믹스, 오디언스 타깃팅, 크리에이티브 품질 3가지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개인화시켰을 때 성공한다.

요즘은 광고 포맷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기존의 밋밋한 정지 화면이 아니라 동영상이나 다른 형태로 믹스된 크리에이티브가 계속 생겨난다. 잘 만든 동영상 하나가 DA광고 100번 내보내는 것보다 훨씬 큰 성과를 낼 것이다.

AR과 VR은 기본적으로 즐길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마케팅으로 활용할 정도의 수준이 될까 의구심이 든다. 또 스마트폰이야 화장실 갈 때든 밥 먹을 때든 항상 들고 다니면서 보지만, 덩치 큰 VR기기는 그럴 수 없다.

오창호 교수(이하 오 교수): 콘텐츠는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내용물이다. 내용물과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건 ‘어디서’라는 접점이다. 예전에는 ‘표현물의 크리에이티브’만 중점을 뒀는데, 사실 지금은 ‘접점의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렐러번트한(관련성 높은) 상황에서 광고를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디에 집행해야 하는지 찾는 게 개인화다. 아무리 멋있는 이야기라도 자신들에게 필요하거나 관심 끄는 맥락에서가 아니면 소비자들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 (왼쪽부터)오창호 교수, 양준모 대표.

브랜디드 콘텐츠가 보편화된 것도 그냥 전하는 브랜드 메시지가 안 먹히면서다. 소비자가 받아들일 접점에서 콘텐츠를 제시하되 거기에 우리의 메시지를 넣어야 한다. 좀 전에도 온라인 광고 대상 심사를 하고 왔는데, 감동 코드를 담은 영상이 많이 출품됐었다. 그런데 다 똑같아서 변별력이 없었다. 재미있든지 도움이 되든지 감동적이든지 다 브랜딩을 위해서 하는 건데, 그걸 놓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VR과 관련해서는 어떤 신기술이 채택되려면 밸류(value)가 있어야 한다. 참 대단해, 좋다하는 베네핏(benefit) 대비 비용이 바로 밸류다. 아무리 베네핏이 좋아도 비용이 높다면 매력은 반감한다. VR·AR은 신기하긴 하지만 기존에 우리가 정보를 입수하던 방법에 비해 굉장히 획기적인 느낌은 아니다. 사람들은 편한 것, 이미 안주한 것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게 VR·AR 보급에 가장 큰 장벽이라 생각한다.

최근 인플루언서(온라인 영향력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브랜디드 콘텐츠와 인플루언서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진화해나갈까.

강 부장: 우리는 파워블로거를 인플루언서라고 정의한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이 언제부터인가 추가된 건데 블로거도 그렇고 MCN도 결국 제한적일 것이라 본다.

활용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많지 않다는 데 원인이 있다. 파워블로거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아봐야 200명이 안 넘는다. 텍스트나 이미지 기반이 아닌 동영상을 다뤄야 하는 브이로거들은 더 없다고 본다. 게다가 대부분이 게임, 뷰티 등 업종이 한정돼 있다.

오 교수: 인플루언서를 기업이 뭔가 하기 위해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니까 찾기 어려운 것이라 본다. 우리가 요구하는 만큼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보상을 줘야 하니 찾기 어려운데, 사실 인터넷 세상이 그렇지는 않다. 각자가 인플루언서다. 예전에는 거대한 대중매체가 한 방에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줬지만, 이젠 작은 많은 사람들이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옷 잘 입는 친구들이 패션에 대해 조언해주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난감한 거다. 많은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양 대표: 미국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을 검색하면 딱 나오는 업체들이 있다. 활동하는 인플루언서가 굉장히 많은데, 이들의 평판이나 실제 도달률, 어떤 사람에게 소구할 수 있는지 등이 정량화돼서 쭉 나온다. 최근 국내에서도 몇몇 업체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진짜 인플루언서와 공장형 인플루언서를 걸러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업계 전반에 있어 개선점이나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 한다면.

강 부장: 우리나라 광고 시장이 11조원인데 디지털 광고가 3~4조원 가량이다. 가려져 있는 시장을 생각하면 적어도 5~6조원은 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광고 시장 절반이 디지털인 셈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디지털 쪽에 계신 분들이 상대적으로 성장 혜택을 잘 못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왼쪽부터)강일선 부장, 류제남 대표.

류 대표: 15년 전 포털사이트 입사 당시 제 사수가 굉장히 유망한 직종이라고 했다.(웃음) 사실 지금도 입사 지원자들과 인터뷰하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디지털 광고, 디지털 업계에 대한 비전, 전망 등 제가 15년 전 면접 때 했던 이야기를 새록새록 듣는 경우가 있다.

기존 PC 기반으로 했던 디지털 마케팅과는 또다른 세상 열리고 있고, 더 세분화되고 더 기술적이고 그에 맞는 광고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세상이 분명히 올 것이다.

오 교수: 산업이 하나 만들어질 때 보면 생태계 구축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IT 강자로 자리한 네이버의 행보는 아쉽다. 유망 기술을 사들여서 없애버리거나 유명 인력을 빼가는 게 돼버렸다. 자기는 살았을지 모르지만 생태계를 죽인 거다. 그게 결국 지금 업계 전체로 돌아왔다.

외국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우리 기업이 작더라도 각자도생하지 말고 업끼리 연결해 생태계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걸 못해 너무 아쉽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서로 같이 연결해서 생태계를 튼튼히 만들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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