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 툴 챗봇, 도입 전 시나리오부터 살펴야
개인화 툴 챗봇, 도입 전 시나리오부터 살펴야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12.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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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온라인광고협회·디지털마케팅연구회 오픈포럼 <상>

[더피알=안선혜 기자] 쏟아지는 정보 속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할 과제를 지닌 디지털 마케터들이 내년도 트렌드를 전망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와 디지털마케팅연구회 공동 개최 오픈포럼에서 나온 관련 업계 및 학계의 여러 고민과 제언들을 2회에 걸쳐 전한다. 

사회 이구환 옐로디지털마케팅센터장

패널
강일선 LG전자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 부장
류제남 마더브레인 대표
양준모 온누리DMC 대표
오창호 한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기업들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디지털이 접목되는 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한다. 그 원년이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기업의 디지털 프로세스가 변하면 에이전시도 그에 맞춰 변화가 필요할 텐데, 올해 각자 영역에서 바라본 디지털 마케팅의 화두는 무엇인가.

▲ 오창호 교수

오창호 교수(이하 오 교수): 디지털이 마케팅 전체를 바꾸고 있다. 속도는 느리나 소비자들이 사줘야만 상품을 만드는 구조들이 생겨나고,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개념들이 비즈니스에 도입되고 있다. 돈 버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는 원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양준모 대표(이하 양 대표): 데이터 분석도 좋고 기술 도입도 좋은데 문제는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있어도 남에게 공유하거나 판매 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오디언스 타깃팅을 한다고 해도 광고주가 돈을 더 지불하지 않고, 비딩(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도 올려 쓰지 못한다.

하지만 국내에도 이제 해외 DSP(Demand Side Platform·광고주 대상 플랫폼) 업체를 비롯해 애드익스체인지(일종의 온라인 광고 거래소)나 SSP(Supply-Side Platform·매체 대상 플랫폼) 사업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이 매개 역할을 해서 드넓은 데이터의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일선 부장(이하 강 부장): LG전자의 경우 올해 말이면 순수 온라인 판매 비중이 내수 기준 20%를 넘어가게 된다. 삼성전자도 우리와 비슷할 거다. 제조업이 무시하던 온라인 유통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게 본격적으로 2016년이라 생각한다.

기존에 디지털 마케팅이라 하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하 마컴) 관점에서 디지털을 어떻게 방법적으로 활용할 지에 포커스가 맞춰 있었다. 이제는 마컴 관점을 넘어 디지털이 기업들의 사업 근간을 흔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결코 빠르지 않다. 중국, 영국 시장만 하더라도 우리와 비교 시 발전 속도가 3년 이상 차이난다. 이 3년의 갭을 어떻게 따라잡을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 류제남 대표
류제남 대표(이하 류 대표): 예전에는 광고대행사 조직을 놓고 보면 일반적으로 기획자, 디자이너로 이분화해서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소셜마케터, DA(디스플레이 광고) 기반 기획자, 퍼포먼스 잘하는 사람, 프로그래매틱(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이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해 필요로 하는 광고를 제공하는 기법) 바잉 위한 인력 등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 디자이너도 크리에이티브에 따라 영역이 다양하다.

2015년 말, 2016년부터 굉장히 많은 인력 구성과 전문가가 필요해졌는데 내년에는 이런 추세가 보다 또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광고주들은 능동적으로 소셜마케팅 잘하는 곳과 매체 플래닝 잘하는 곳,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경쟁력 있는 곳 등을 각자 필요에 따라 알아서 찾는다. 과거 유명 회사들 몇 군데만 불러서 경쟁 프레젠테이션 붙이던 것과는 달라졌다.

디지털 마케팅이라고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분석이 어느 정도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 부장: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 개인정보법이다. 제 3자 동의가 안 된 상황에서 데이터를 다른 업체에 못 준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다.

또, 아직까지 기업에서 데이터는 자기네 자산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걸 누군가에게 전달해 대신 분석하게 한다는 것에 상당히 보수적이고 부정적이다. 그래서 내부에서 솔루션과 분석 방법론을 개발한다.

LG전자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같은 가정배달 상품은 다 배송정보가 있다. 어떤 동네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잘 나가고 하는 식의 상권 개념으로 여러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결정적 문제가 시간이다. 외부에 대행을 맡기더라도 컨설턴트들이 우리 비즈니스를 이해하는데 6개월가량 걸린다. 비즈니스 이해에 걸리는 시간, 법리적 이슈 등 때문에 웬만한 기업들은 다 내부 인력들이 하는 걸로 안다. 이 시장이 산업화돼 있지 않은 이유라고도 본다. 개인정보법 관련해서는 업계에서 독소조항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양 대표: 데이터를 실제 마케팅 캠페인에 활용하려면 데이터 소스가 다양해야 한다. 보통 퍼스트파티(본사), 세컨드파티(자회사), 서드파티(독립 에이전시) 데이터로 이야기 하는데,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효과를 얻으려면 이 세 가지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미흡하다보니 윗분들에게 어필하기가 힘들다. LG전자도 말했듯 지금은 내부 데이터만 활용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등 경쟁사 데이터나 유사 데이터가 있다면 보다 공격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다.

SK플래닛의 경우 OK캐시백 데이터나 내부 빅데이터팀을 통해 이를 사업화하려는 노력하고 있고, 글로벌 DMP(디지털 관리 플랫폼) 업체와 논의하는 움직임도 있다.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가 되면 알게 모르게 우리 눈을 사로잡는 광고나 캠페인이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강일선 부장(왼쪽)과 양준모 대표

올해 고객 여정을 분석해 소비 경로를 만들어내는 ‘커스터머 저니(Customer Journey)’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게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서 가능한 것인가. 이미 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지.

양 대표: 리타깃팅 업체들이 하고는 있다. 국내는 아니고 해외 이야기다. 모바일 광고 쪽에서도 머신러닝(기계학습, 인공지능의 한 분야)을 이용해 단계별 추적을 시도했으나 대부분이 실패했다. 단계별 시나리오를 만들다보면 각 단계에 해당하는 고객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적 모수가 작은 거다.

지금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방문 빈도, 금액, 최근 방문 여부 등을 5점 척도로 매겨서 고객 레벨을 나누는 수준으로 접근하자는 현실적 타협이 이뤄지고 있다. 개인화, 타깃팅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진짜 ROI(return on investment·투자수익률)가 안 나온다. 중요 타깃층을 먼저 파악하고, 메인과 서브를 나눠 접근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류 대표: 우리나라는 미디어 환경 자체가 굉장히 과점화 됐다. 검색도 그렇지만 DA 등도 네이버 다음 네이트에 집중돼 있다. 굉장히 타깃팅을 정교하게 해서 미디어에 노출시켜도 네이버 타임보드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또 광고주는 실무나 효율도 중요하지만, 기존 지상파나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등 메이저 매체를 선호한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대표 매체를 간과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디지털마케팅을 진행할 때 개인화나 프로그래매틱 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앞서 잠시 이야기한 것처럼 도입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양 대표: 일단 개인화, 타깃팅에 한계가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미국 같은 경우 본토에서만 4개의시간을 쓰고 있다. 나라가 넓으니 날씨도 지역 따라 확확 바뀌고 히스패닉, 아시아인, 백인, 흑인 등 인종도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모두 까만 머리의 황인종이다. 사는 곳도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세그먼트(타깃 분류)를 세밀히 나누기 어렵다.

미국은 똑같은 30대 여성이더라도 인종과 사는 지역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기술이 동일하다고 다른 나라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강 부장: 재작년에 개인화를 적용해보려고 견적을 뽑았더니 20억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거다. 그래서 솔루션 일부만 들여와서 간만 보고 있는데, 우리 회사가 구멍가게가 아님에도 상당히 부담이다. 아직 보편화되기에는 조금 장벽이 있다. 당장 내년에 국내 중견 기업 이상이 활용한다? 아직까지는 먼 나라 이야기다.

류 대표: 전 좀 달리 본다. 가령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내가 검색했던 상품이 광고로 뜨는 걸 보고 광고인이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로 노출될 때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개인화 도입에 기술적 한계보다는 소비자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느냐가 앞으로 큰 화두일 것 같다.

챗봇(ChatBot·채팅봇)과 AI(인공지능)가 접목되면 다른 형태의 개인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혹시 내년 활용 계획이나 다른 트렌드가 있다면 공유 부탁드린다.

▲ 챗봇 활용 사례 예시.

강 부장: 미국 가전제품 사이트인 베스트바이가 2년 전 챗봇을 도입했는데 가장 잘하는 것 같다. 우리도 도입을 위해 솔루션팀과 이야기했더니 한국적 대응이 가능한 알고리즘이 만들어져야 하고, 두 번째는 한국어가 정확히 인식돼야 한다고 했다. 상담하려는 제품에 대한 학습도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서도 도입하긴 한 것 같은데 어느 수준까지 상담에 대한 퍼포먼스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류 대표: 삼성화재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경우 인터넷 연결형이라고 해서 모바일과 PC로 결제까지완료한다. 개인화와 다양성 측면에서 챗봇이나 AI 툴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분명 있다. 물론 금융권의 경우 어뷰징이나 피싱으로 오인지하는 소비자들도 있고.

양 대표: 챗봇이 모든 산업에 다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어떤 유저들에게는 유용하게 쓰인다. 정교화해서 답변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효과가 있을 거다.

닷컴 초창기와 모바일 초기를 생각해보면 아메리칸온라인(AOL) 메신저라든가 카카오톡처럼 통신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일단 성공했다. 지금은 두세 개 업체정도만 살아남았지만, ARS(자동응답서비스)가 흥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챗봇도 21세기의 ARS 정도로 포지셔닝하지 않을까 싶다.

오 교수: 챗봇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맞는 시나리오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여성 속옷에 관심 있는 남성들, 은행권이나 카드사에서 연체와 같은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사람들은 시리(Siri·애플 음성인식 서비스)랑 이야기하는 게 낫지 상담원과 이야기하는 건 꺼림직 하다. 챗봇이 시나리오와 잘 접목돼 사용된다면 효과 있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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