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플랫폼 상생모델, 페이스북은 가능할까
언론사-플랫폼 상생모델, 페이스북은 가능할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1.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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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털과 유사한 비난에 ‘저널리즘 프로젝트’ 시작…전향적 평가에도 갈등 잠재

[더피알=안선혜 기자] “사실상 뉴스 편집권을 행사하는 만큼 ‘언론사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뉴스 콘텐츠 유통을 통한 광고 수익을 올리면서도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피하려 한다”

서로 닮아있는 주장들의 전자는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를 향한 목소리이고, 후자는 글로벌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받고 있는 비판이다. 뉴스 유통에서 대형 플랫폼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자간 불거지는 갈등의 양상이다. 

페이스북은 비난 여론에 대한 조처로 최근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엔 페이스북이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 유통·확산에 기여했다는 데 대한 일종의 책임론도 작용했다. ▷관련기사: [트럼프 캠페인 복기] 소셜미디어 통한 가짜뉴스 확산

페이스북의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뉴스 제품 공동 개발 ▲저널리스트를 위한 교육과 도구 제공 ▲사용자를 위한 교육과 도구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즉석 기사 요약 패키지나 유료 구독을 위한 무료 평가판 등의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페이스북 라이브, 360도 영상 등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위한 도구 및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스 공급자인 기자뿐 아니라 소비자인 이용자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 눈길을 끈다.

이를 놓고 국내 상당수 언론들은 페이스북이 ‘언론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라 해석하면서 국내 포털을 비교 대상에 올렸다. 뉴스 콘텐츠의 유통자를 넘어 사실상 편집권까지 행사하는 포털이 언론임을 부인하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는 오랜 불만의 토로였다.

국내 언론들과 포털 사업자 간의 해묵은 갈등은 향후 페이스북과의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돌출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페이스북과 국내 포털에 가해지는 비판의 결이 같다. 페이스북에 앞서 포털이 뉴스 가치 조작을 방지하고 공정한 노출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자문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알고리즘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번번이 반발이 있어왔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방법론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페이스북이나 국내 포털이나 고품격 뉴스 유통을 위해 시장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방향성은 동일하다고 본다”면서도 “한국 포털은 안 하고 페북은 한다고 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포털과 페이스북의 근본적인 차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부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포털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콘텐츠를 보다 많이 움켜쥐려했지만,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이용자 간 양질의 연결 관계에 포지셔닝을 두고 있다”며 “이용자가 뉴스피드에서 최적의 정보를 제공받는 데 주안점을 두다보니 보다 뉴스 생태계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느껴진다”고 봤다.

가령 대선에서 가짜뉴스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저널리즘의 질적 측면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은 점 등 페이스북의 경우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대응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밖에도 정보 공개 측면이나 수익 배분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매겼다.

▲ 페이스북이 자사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올리는 방안을 소개하는 게시물 중 일부.

다만, 페이스북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놓고 언론의 역할을 인정했다고 보는 것은 과민한 해석이라는 반응이다.

최 차장은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사회적 책임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 미디어 기능 내지 언론 기능 강화로 보는 건 국내 언론의 과민한 해석”이라 꼬집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 역시 “(사회적 요구를) 굉장히 중요하고 어렵게 받아들여 이번 결정을 내렸지만, 우리는 플랫폼이지 언론사는 아니다”며 “플랫폼으로써의 책임감을 알맞게 가져가겠다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페이스북의 일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플랫폼과 콘텐츠 제공자인 언론 사이 갈등은 여전히 잠재된 이슈다.

적절한 수익배분 문제를 비롯해 언론 고유의 기능인 아젠다 세팅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단순히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스 프로젝트 2017’에 따르면 올해 서비스·콘텐츠 개발 등의 투자를 가장 중시할 외부 플랫폼을 묻는 질문(복수 답변 허용)에 약 70%가 페이스북을 꼽았지만, 페이스북이 자사 콘텐츠에 주는 돈이 적거나 언론사에 제공하는 독자 데이터가 부정확하다는 등의 불만도 느끼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언론은 신문·잡지 등 인쇄 매체가 절반을 차지했고 방송사는 34%, 온라인 매체는 11%, 나머지 4%는 뉴스통신사 등이었다. 약 90%가 유럽에 국적을 둔 미디어였으나, 미국·한국 등의 국가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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