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먹고 사는 ‘쇼퍼테인먼트’
놀고 먹고 사는 ‘쇼퍼테인먼트’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2.10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화점부터 아울렛까지…공간형 콘텐츠로 변신

[더피알=이윤주 기자] 옥상에 공룡 테마파크가 들어섰다. 24시간 풋살 경기장과 워터파크도 조성됐다. 드론, RC카, 야구 스크린은 물론 채소를 가꿀 텃밭도 분양해준다. 놀이동산 이야기가 아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변신이다.

쇼핑 기능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쇼핑+엔터테인먼트)’가 오프라인 매장의 새 트렌드로 뜨고 있다. 쇼핑몰·백화점·대형마트들은 공간형 콘텐츠를 앞세워 손님들을 유혹한다.

온라인에 시선을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고객들은 이제 단순 구매만을 위해 쇼핑몰을 찾지 않는다. 직접 만져보고 먹어보는 경험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한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공간을 오래 머무르는 장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쇼퍼테인먼트는 2000년대 중반 홈쇼핑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 용어다. 당시 홈쇼핑 채널이 2개에서 5개로 늘어나면서 각사마다 어떻게든 시청자들의 흥미 끌기에 집중한 시기였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에서 유행하던 리얼리티 예능 콘셉트를 홈쇼핑에 접목, 쇼퍼테인먼트가 탄생했다.

황규란 GS홈쇼핑 홍보팀 차장은 “호스트가 상품에 대해서만 얘기했던 것과 달리, 토크쇼와 예능이 결합되고 연예인이 게스트로 나오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졌다”며 “이젠 상품 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탕수육을 판매한다면 이연복 셰프가 출연해 재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황 차장은 “고객 소통과 공감이 유통업체의 화두가 됐다”면서 “지금 시기를 고객의 변화와 맞물린 새로운 쇼퍼테인먼트 2.0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 'cj오쇼핑 플러스'의 '어쩌다 한끼'(좌)와 gs샵의 '쇼미더 트렌드'는 쇼퍼테인먼트 방송이다.

오프라인 공간의 진화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와 야구장”이라고 강조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말은 쇼퍼테인먼트의 취지를 잘 나타낸다. 신세계는 지난해 국내 최대 쇼핑몰이자 테마파크인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을 개장했다. 입점 매장만 750개에 달하는 대형몰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만 입점한다는 스타벅스가 3개나 있다는 사실은 스타필드의 규모를 실감나게 한다.

주목할 점은 곳곳에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츠 몬스터’ 시설이 대표적인 예다. 농구, 야구, 풋살은 물론이고 워터파크, 암벽등반, 자유낙하, 트램펄린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마디로 쇼퍼테인먼트의 집약체다.

신세계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고객들이 가격보다 구매과정과 체험을 중시하는 선진국형 경험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라이프 셰어(Life share)를 공략할 수 있는 체험형 백화점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웠던 백화점도 이 같은 변화 흐름을 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옥상에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시티팜’을 운영 중이다. 응모를 통해 당첨된 고객들에게 한 달간 일정 평수를 분양해 상추, 쪽파 등의 농작물을 가꾸는 공간을 제공한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야하는 텃밭의 특성상 고객들의 잦은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아울러 롯데백화점은 미니동물원을 조성해 반달가슴곰, 골든리트리버, 거북이, 앵무새 등을 들이기도 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수족관 ‘얼라이브 아쿠아리움’와 정글 콘셉트의 ‘주라지 테마파크’를 꾸몄다. 아이를 동반하는 부모 고객들 입장에선 쇼핑 외 즐길 공간이 많아져 방문이 보다 쉬워진 셈이다.

▲ 대구신세계백화점 옥상에 위치한 '주라기 패밀리 테마파크'.

이러한 현상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대부분 교외에 위치해 멀리까지 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즐길거리로 상쇄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으면 매장 내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물건을 더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쇼퍼테인먼트의 또 다른 장점은 연령·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한 고객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쇼핑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요즘 체험공간은 남성과 아이들을 위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이마트는 ‘남성들의 놀이터’ 일렉트로마트를 선보였다. 매장은 캠핑용품, 자전거, 턴테이블, 야구 스크린, 피규어, RC카 등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으로 체험공간이 꾸려졌다. RC카 체험관에서는 자동차를 그대로 축소한 모델카 등과 함께 전용 트랙이 마련돼 있어 직접 조종이 가능하다. 드론 조종 시연도 시간대별로 이뤄진다. 중년 남성들의 니즈를 파악, 만족할만한 체험을 선사하고 지갑을 여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쇼퍼테인먼트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는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성장세로 기존 유통채널이 빠르게 잠식당하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가성비 시대에 가치소비를 원하다보니 오프라인매장을 잘 찾지 않는다”며 “집객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염려한 브랜드들이 펀(fun)을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즐거운 경험과 행복한 휴식의 결합을 노린 것이다.

여 교수는 “이전에는 쇼핑시 몇 군데를 들르며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즉, ‘하나의 경험(All-in-One Experience)’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