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리서치에 대한 흔한 오해와 착각
PR리서치에 대한 흔한 오해와 착각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7.04.13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용 때문에 안된다고? 문제는 동상이몽

[더피알=강함수] PR 일을 시작하던 때 코스닥 기업의 주가와 보도자료 배포 개수, 주요 매체별 기사량을 연간 누적시켜 주가변동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분석해 본 적이 있다. 당시 증권과 산업 지면이 나눠져 있었는데 증권면보다 산업면의 기사가, 조선일보보다 전자신문이 분명한 기울기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뒤로 전자신문에 광고도 하고 산업부 기자 관계를 강화하면서 대표이사 인터뷰, 조직문화, 실적 뒷이야기 등 많은 자료를 개발해 진행했다. 전략 수립 및 실행에 있어 데이터와 분석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리서치 기반의 전략커뮤니케이션 회사’라는 타이틀로 회사를 설립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실행은 안하고 컨설팅일 텐데 수요가 있겠어요? 돈 좀 벌어요?”하고 물었다. 리서치 기반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정말 어렵다. 그나마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기업마다 자체 미디어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리서치의 필요성이 커지긴 했다. 실제 최근 5년간 리서치는 디지털 및 소셜미디어 파트에서 많이 이뤄졌다.

PR 성과측정과 진단을 위한 리서치가 어려운 이유는 대략 6가지다.

1. 조사에 대한 이해 부족
2. 목표설정 부족
3. 커뮤니케이션이론의 이해부족
4. 다양한 분야가 집결된 PR의 특성
5. 다단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
6. 비용제약

많은 이들이 리서치 수행의 걸림돌로 ‘비용제약’을 꼽지만, 1번 즉 ‘이해부족’이 더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15년 넘게 리서치를 수반한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PR리서치의 특징과 현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PR 커뮤니케이션 리서치에서 성과측정은 소극적 기능이다. ‘진단’의 기능이 강화되어 다음(next) 전략이나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

‘리서치=방법론’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1)문제가 무엇인지 구체화시키고 과업을 정하고 2)해당 전략적 선택지를 제시하고 3)실행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데이션(ideation)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명성진단, 위기 사전준비를 위한 이슈진단, 이해관계자 매핑(mapping), 메시지 수용 진단, 부정적 인식조사, 소셜 콘텐츠 진단은 조사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전략’과 연결되어야 한다.

아울러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은 PR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각 부서와 어떤 관련성이 있고 실행 리소스와 내부역량, 의사결정권자의 인식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고급통계를 통한 분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겠냐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지 학술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디지털PR의 시작점에서 리서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체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커뮤니케이션 전체 전략 하에 본질적 역할을 담당하기보다 언론홍보의 부수적 역할이나 마케팅 메시지를 온라인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능만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진화에 따른 공중의 커뮤니케이션 이용형태 변화는 전통미디어의 디지털화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기업의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변화를 줄 것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PR리서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디지털PR의 성과개선을 위한 진단, 다음 전략 수립을 위한 조사 진단으로 확장될 수 있다. 조직 내부 스토리(기사거리) 개발, 콘텐츠 구성 내용, 콘텐츠 유형, 고객의 관심과 이해, 사회경제 맥락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리서치 범위와 방법론이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리더, 홍보(커뮤니케이션)팀, PR회사(에이전시) 입장에서 PR리서치가 각각 다르게 여겨지고 있다.

우선 기업 리더의 경우 마케팅과 소비자 리서치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반면, 커뮤니케이션 리서치는 앞의 것과 중복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심지어 PR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 자체가 언론홍보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리더도 많다. 이 경우 기능적 접근만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홍보팀은 장기적 차원에서 리서치의 필요성, 당위성, 실행방법 등을 고민하고 보고체계를 만들어야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리서치를 컨설팅과 연결시켜야 함에도 내부 설득에 실패하거나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리서치는 실무팀에게 ‘족쇄’가 될 수 있지만 좀 더 큰 관점에서 보면 PR 커뮤니케이션이 전략적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된다. 또 체계적 플래닝 수립 및 실행이 강화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PR회사(에이전시)의 역할은 리서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한 새로운 인사이트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리서치를 너무 기능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학계에서 박사를 채용해 리서치만을 요구하거나 학술적 모델링에 몰두하게 되면 리서치와 전략이 분리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연히 의뢰한 기업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되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리서치를 하지 않겠다는 무용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앞으로 증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접근에 대한 요구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기업과 관계를 맺는 이해관계자의 인식, 행동이 기업 비즈니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PR과 전략커뮤니케이션의 리서치 발전을 위해 학계와 업계가 리서치와 실행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시도와 고민을 더 활발히,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이 글은 지난달 한국PR학회에서 주최한 ‘데이터 드리븐 PR(Date-Driven PR)’ 특별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가해 발표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