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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은 ‘한방’이 없다”[인터뷰] 김선영 데이터리셔스 한국지사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데이터 분석 기업 ‘데이터리셔스’가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수년 째 강조되고 있지만 가치 있는 정보로 제대로 활용하는 사례는 드문 게 현실.

이런 한국적 상황에 대해 김선영 지사장은 “마케터는 무조건 크리에이티브라는 생각부터 버릴 것”을 역설했다. 데이터 사일로(silo)를 없애면 마케팅도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선영 지사장은...국내에서 유일하게 어도비와 구글의 분석전문가 인증을 동시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분석 전문가이다. 골든플래닛 CMO, 샤우트웨거너에드스트롬(現 함샤우트) 디지털PR 팀장 등을 역임했다. 어도비 디지털 마케팅 공식 파트너사 CNS에서 디지털 분석 컨설턴트로 KT, 삼성카드, 롯데카드, 필립스전자 등의 고객사를 컨설팅했다. 사진=성혜련 기자

데이터 전문 회사라고 하면 왠지 복잡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기는데요(웃음), 데이터리셔스를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세요.

크게 두 가지 부문에서 특장점이 있는 회사에요. 첫 번째, 기업들이 마케팅에 쓴 돈이 얼마나 성과로 연결됐는지 데이터에 근거해 분석합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투입한 비용이 단돈 1원이라 해도 추적해서 세일즈에 기여한 부분을 따지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데, 한국 기업의 대다수는 그렇지 못해요.

예전에 컨설팅한 곳 중 카드사가 있었는데요, 마케팅 예산을 10억 들여서 신규 고객은 겨우 100명 확보했습니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접점에서 모객 활동하는 분의 일당이 5만원이라고 했을 때 500만원이면 될 것을 2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인 거예요. 마케터들이 하등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면 안 되겠죠.

두 번째는 ‘단일 고객 관점(single customer view)’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하나의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웹과 모바일은 물론 이메일과 포털 검색, 소셜 추천 등 수많은 단계가 놓여 있어요. 멀티 채널과 멀티 디바이스를 거치며 고객들의 데이터는 다 산재해 있고요.

그 과정에서 각 채널의 족적을 통합해서 보지 않으면 A라는 사람을 A가 아닌 조각조각으로만 알게 됩니다. 쉽게 말해 A의 행위를 보고도 A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해 한 사람의 A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돕는 게 데이터리셔스의 역할입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들의 예산이 고정 내지 축소되면서 PR·마케팅 등 소위 돈 쓰는 부서는 점점 더 가시적 성과를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비용 대비 성과를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고 하니 의외네요. 이유는 뭔가요?

일단 쓴 돈으로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숫자로 검증하는 윗분들이 많이 없어서예요. 성과를 보여달라 푸시하려면 푸시하는 쪽에서 먼저 데이터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해요. 또 분석 툴이나 기술 등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얘기를 못하는 거죠.

우리나라 마케터의 상당수는 기술에 전혀 상관을 안 해요. ‘마케터는 무조건 크리에이티브야’ 하는 좀 잘못된 프라이드가 있는 것 같아요. 자기 분야에서 새롭게 배워야 할 게 있으면 배워야 경쟁력이 생기는데 그걸 안 하면 앞으로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밖에요.

실상 마케터가 데이터를 알면 훨씬 더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습니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좋은 아이디어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대상인 고객을 관찰해야죠.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공간 속에 있는 수많은 고객의 흔적들, 즉 데이터가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영감처가 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은 백데이터를 주면 더 크리에이티브해져요.

크리에이티브와 데이터를 따로 떼놓고 생각하는 것처럼, 디지털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 흔히 하는 착각이나 오해가 있나요?

대표적인 게 ‘소셜에서 장사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에요. 실제 프로젝트 협업하면서 소셜미디어 전문 에이전시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소셜미디어를 PR이나 브랜딩 관점에서 많이들 접근해요. 물론 맞는 방향이에요.

그런데 소셜미디어가 마케팅이나 세일즈에 1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왜 해야 하는 걸까요? 크든 작든 디지털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마케터들은 자기 활동이 비즈니스에 어떤 임팩트를 주는지 끊임없이 찾아내야 합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시 역할이 바로 그건데, 오히려 소셜은 장사하는 게 아니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듣고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두 번째는 ‘도구가 만능이 아니다’는 사실입니다. 빅데이터가 대세라고 하니 비싸더라도 일단 툴(tool)부터 사놓고 보는 기업들이 있어요. 근데 투자만 하고 그 다음은 ‘소 왓(so what)’이 돼버리기 일쑤입니다.

툴은 툴일 뿐이에요. 잘 사용하려면 프로세스를 만들고 R&R(역할과 책임)을 규정하고 사람을 교육시켜서 내부 역량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특히 분석 분야에선 ‘10대 90 법칙’이 유명해요. 즉, 1억짜리 툴을 구입했으면 사람을 교육시키고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문화와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9억을 써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은 나름 비싼 툴 구매해 놓고 담당자는 달랑 1명 지정해요. 그 담당자가 어느 정도 툴을 만지고 익숙해지기까진 최대 1년이 걸립니다. 기업이 기다려주나요? 당장 1년쯤 지나면 돈 들였는데 왜 성과가 없느냐 지금껏 뭐했느냐 하면서 채근하기 바쁩니다. 효과도 없는 툴에 시간낭비하지 말라며 갖다 버려 하게 되는 거죠. 좋은 툴을 제대로 쓰는 법을 몰라 비용과 시간을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요.

   
▲ “마케터가 데이터를 알면 훨씬 더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습니다.” 사진=성혜련 기자

데이터 분석으로 어떻게 마케팅(성과측정)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나요? 쉬운 예를 든다면.

최근 고객사에서 의뢰한 건이 적당한 예가 될 수 있겠네요.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많이 진행했고 성과도 좋았던 회사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북 유입량은 높아지는데 매출은 떨어지는 이상한 그래프가 나온다며 원인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전체 데이터를 놓고 살펴보다 보니 재미있는 포인트가 발견됐어요. 페북 광고 집행을 40건에서 80건으로 늘렸는데 되레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광고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의 매출이 더 늘어난 겁니다. 추측컨대 매출이 떨어지니 조급한 마음에 광고 집행을 확 늘린 거겠죠.

현재 데이터 분석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확답할 순 없지만 기현상의 원인을 일단 광고피로도로 보고 있습니다. 광고피로도가 트래픽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 등 원인분석을 다각도로 진행 중이에요. 정확한 결과가 나오면 비용 대비 효율이 최대치인 지점이 어디인지 통계적으로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이용자 열에 여섯 “광고 많다”)

이런 식으로 결과나 성과에 대해 가설을 수립하고 테스팅을 거쳐 좀 더 정교한 결과값을 도출하는 작업을 반복하면 끊임없이 개선의 여지가 생깁니다. 그만큼 발생하는 로스(loss)를 줄여나갈 수 있어요. 개선의 아이디어는 직관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훨씬 더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브랜드)들이 ‘디지털 마케팅=페북 마케팅’으로 인식하면서 지나치게 페이스북에 올인하고 있는 듯도 한데요. 특정 채널에 대한 과도한 쏠림 현상, 어떻게 보십니까.

얼마 전 페이스북이 또 알고리즘을 바꿨죠. 기업이고 언론사고 트래픽이 뚝 떨어지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관련기사: 또 바뀐 페이스북 알고리즘…언론사들 ‘발등의 불’) 한 군데 올인하면 그만큼 위험해요. 저는 매체 전략은 주식처럼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분산투자해야 돼요. 지금 페이스북이 잘 나간다고 해서 10년 뒤에도 잘 될 거란 보장이 있나요?

우리나라는 특정 채널이 대세라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면서 기존 채널은 흡사 유령도시로 만들어버려요. 기존에 관계 맺었던 고객들을 잘 수렴해서 새로운 곳에서도 계속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과 고민들을 안 해요.

싸이월드 타운에 몰려 있다가 네이버 카페가 잘 된다고 하니 우후죽순 카페가 생겨났고, 지금은 페이스북 갔다가 카카오스토리 기웃거렸다 인스타그램 쳐다보고 있어요. 그런 언드미디어(earned media)들은 빌린 채널인데 말이죠.

실상 언드미디어에서 관계 맺는 고객들은 우리 고객들이 아니에요. 온드미디어(owned media)로 끌어와서 DB로 자산화시켜야 우리 고객이 됩니다. 지금은 채널 운영에만 급급한 나머지 네이버 까페에서 친했던 언니가 페이스북에서 인사하면 못 알아보고 ‘누구더라?’ 하는 식이에요.

흩어져 있는 고객 DB를 내부 자산화하기 위해선 데이터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어떤 새로운 디바이스나 채널이 생겨도 플랫폼에 끌려 다니지 않고 고객을 끌고 가면서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PR 업무를 진행하는 실무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데이터 사일로(silo) 현상이에요. 좋은 데이터와 툴을 갖고도 마케팅 시스템으로 흘러들어가질 못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컨설팅 가면 담당자 열이면 열이 다 데이터를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근데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왜 못하느냐 물으면 이 데이터는 여기, 저 데이터는 저기 식으로 부서마다 각자 따로 있어서 가용하기가 힘들다고 해요.

본인들이 몇날 며칠 밤새워 수동으로 데이터 뭉치고 합치고 해야 하는데 그게 쉬울 리 있나요. 마케팅 실행 속도 떨어지고 캠페인 한 번 돌리기도 어렵죠. 개인화든 맞춤형이든 고객 세그맨테이션(segmentation)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분석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니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실무단에선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여전히 큽니다.

   
▲ “작은 성과를 숫자로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 윗선을 설득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사진=성혜련 기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높이고 싶어도 예산 압박 속에서 쉽사리 의사결정을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무자들에 조언할 점은.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작은 성과를 숫자로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 윗선을 설득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당장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종전 방식에 머물러 있으면 결국 마케팅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 채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요. 투자를 설득해서 그 결과물에 대해 튜닝 작업을 해야 합니다.

디지털 마케팅은 한방이 없어요. TV광고는 잘만 하면 빵하고 한 번에 터지기도 하지만, 디지털은 눈덩이를 굴리듯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 합니다. ‘데이터 수집-가설 수립-검증-인사이트 추출-개선’ 등 일련의 활동을 반복, 개선할 때마다 눈덩이가 커져서 일종의 ‘복리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지금도 모바일이 대세지만 앞으론 더욱더 모바일 중심이 될 텐데요, PC와 달리 모바일상에서의 특이점을 짚어주신다면.

PC와 모바일 사용자 패턴은 당연히 많이 다릅니다. 특히 모바일에선 콘텐츠를 소비하는 인내심이 바닥을 쳐요. 그래서 모바일에선 ‘관심도 자원’이라고들 얘기합니다. 그것도 대단히 희박한 자원. 어지간해선 시선 한 번 붙잡아두기도 힘드니까요. 100명을 두고 그래프를 그리면 1초가량 머무는 이용자가 80~90명, 10초까지가 1~2명 정도에 불과해요.

물론 현업 실무자들은 모바일 이용자 행위나 패턴이 변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임원급이 아직 적응을 못한 듯해요. 실무에서 잘 기획해 만들어 놓으면 이것도, 저것도 중요하다면서 좁디좁은 화면에 다 구겨 넣으라고 지시해요. 모바일에다가 백화점식으로 진열해 놓으면 다 볼 거라고 착각을 하는 거죠.

반면 해외는 다릅니다. 웹상에서 보이는 정보만 해도 철저히 선택과 집중할 수 있게끔 배치돼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고객이 놓치지 않도록 미리부터 개인별 맞춤 형태로 설계합니다.

모바일에선 더더욱 타깃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해요. 정보 디스플레이 공간이 한정돼 있고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은 초단위로 짧으니 핵심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어야 승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결국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 뒷받침돼야겠죠.

데이터 분석이나 디지털 마케팅에 있어서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항상 강조하고픈 건 문화에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의 의사결정도 조직의 문화가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디지털 마케팅은 분석 툴을 산다고 뚝딱 이뤄지는 단기 게임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뭐든 빨리빨리이다 보니 길게 보지 못하고 1년 투자하면 곧장 1년 뒤에 결과를 확인하려 해요. 문화는 절대 1년으로 안 바뀌는데 말이죠.

작게 시작하되 끊임없이 성취한 작은 성공들을 보여주는 것,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문화를 바꿀 수 있습니다. 롱텀 게임에서 분석하는 사람은 내부의 ‘체인지 에이전트(change agent)’가 돼야 합니다. 데이터리셔스 같은 외부 컨설턴시는 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부서 간 사일로를 메우는 일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큰 포부지만 우리나라 기업문화를 바꿔보고 싶습니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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