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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캠페인이 지포의 불을 살릴 수 있을까[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포스트-스모킹 시대, 지포의 운명은
  •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 승인 2017.04.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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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① 85년 산 브랜드, 지포의 수명연장 시도
② 소셜 캠페인이 지포의 불을 살릴 수 있을까

[더피알=임준수] 지포는 브랜드 스트레칭 전략 외에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새천년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다가서는 중이다. 2012년 5억번째 지포 라이터를 생산한 그해부터 리브랜딩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개된 지포의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보면 잘 짜진 네 가지 전략을 읽을 수 있다.

'강한 수컷'이 되고 싶어했던 남성들에게 인기 있었던 지포는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 젊은 옷을 입고 있다.

첫 번째, 목표로 하는 대상은 젊은층이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진짜 남자’(real man)를 강조하는 핵심 컨셉에는 변함이 없다. 지포가 미국 드라마 썬즈오브아나키에 헌정하는 제품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터프한 남자, 마초적 남자, 그리고 아예 나쁜 남자까지 진한 수컷의 향을 풍기는 곳이라면 언제라도 명함을 내밀고 싶어 한다. 리브랜딩에 있어서도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해 충성고객층을 잊지 않으려는 자세를 견지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물론 깔끔하고 세련된 남성미를 지향하는 새천년 세대의 취향도 잊지 않는다. 일례로 과거 브룩스 브라더스 브랜드의 카탈로그를 연상케 하는 비즈니스 출장 양복과 벨트, 손수건 사진 위에 살짝 지포 라이터를 얹어놓고 “그를 진정한 남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지포 라이터가 아니냐?”라는 페이스북 포스트를 올렸다. 아주 잘 계산된 메시지다. 

세련된 남성미를 드러내는 지포의 페이스북 포스팅.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와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남자들의 세상에는 늘 왕년의 전설이 따라다닌다. 왕년에 한가락 했던 지포 역시 수많은 전설을 안고 있다. 지포의 탄생신화(?)에 따르면 설립자 조지 블레이스델은 골프를 치던 중 파트너가 바람 때문에 힘들게 담뱃불을 붙이는 것을 목격한 후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라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가 호주에서 먼저 만들어진 비슷한 형태의 라이터에 착안해서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포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성장했고, 60년대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국 병사들이 총과 함께 꼭 챙겨간 물건으로 기억된다. 총알을 막아줬다는 전설은 지포 라이터에 박힌 총알 자국과 함께 당시 인구에 널리 회자했다. 그런 전설을 모르는 새천년 세대에게 지포의 무용담을 들려주는 데 있어 페이스북만큼 좋은 채널은 없어 보인다.

2017년 3월 지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및 두 문장의 포스트 “지포 라이터가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아세요? 어느 경찰관의 심장을 노린 총알은 평소 신뢰하던 지포 라이터에 박혀 그의 생명을 구했습니다”는 이틀 만에 1만6000명 이상의 ‘좋아요’와 649개 공유, 116개 이상의 댓글을 끌어냈다. 

전쟁 중 총알을 막아줬다는 지포 라이터의 전설을 21세기 경찰관 스토리로 연결시킨 지포 페이스북 포스팅.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기 위해 이야기는 필수인데, PR을 위한 이야기가 반드시 서사적 완결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전설로 떠도는 경험을 두 줄로 요약하면서 사실성을 높여주는 생생한 증거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아주 큰 임팩트를 만들어냈다. 

세 번째, 트리거(Trigger)를 이용해 나이든 충성고객에게는 브랜드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고, 젊은 세대에게는 전설적인 브랜드임을 각인시켜주는 전략을 썼다. (사진7 삽입)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를 듣고 인디애나 존스, 다이하드 시리즈를 보며 자란 남자라면 누구나 지포에 관한 기억 몇 개씩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에게 지포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설 수 있을까? 소비자의 삶에 브랜드 관련성이 약해진 후에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도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포는 2014년에 셰어더페인(Share the pain) 캠페인을 전개했다. 소비자들에게 ‘#ShareThePain’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지포 라이터를 잃어버렸을 때 느꼈던 마음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라고 독려했다. 물론 언론을 통한 캠페인 노출에도 공을 들였다.

#ShareThePain 캠페인을 알리는 트리거 사진.

캠페인을 대행했던 디브리즈 글로벌(DeVries Global)은 유사 리서치(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뉴스가치가 있는 결론을 미리 만들어놓고 기획한 리서치)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미국인 1만명을 조사해 미국인들이 가장 잘 잃어버리는 물건 5가지를 공표하면서 ‘68%의 지포 사용자들이 자신의 지포 라이터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ABC뉴스는 이 보도자료를 받고, 지포 사용자 두어 명을 인터뷰해 보도했다. 데브리스 글로벌 측은 GQ매거진, 패스트컴퍼니, 롤링스톤과 ABC뉴스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의 미디어 임프레션을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 버즈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포맨으로 알려진 가상의 캐릭터 ‘잭스 맥플레임’을 등장시킨 유머러스하면서도 마초적인 광고를 제작해 주요 비디오 공유 사이트를 통해 유포시켰다.

지포의 용역을 받은 잭스 맥플레임은 캠페인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포 라이터 분실을 알린 소비자들에게 직접 답변과 위로를 전했다. 셰어더페인 캠페인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홍콩, 중국, 한국, 일본 등 9개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됐고, 잭스 맥플레임으로부터 오는 답변은 모두 해당 국가의 언어로 올려졌다. 캠페인의 마지막은 뉴욕에서 기자들을 모아 소셜 캠페인 기간 동안 공유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질의응답을 갖는 이벤트로 장식했다.

셰어더페인 캠페인을 통해 지포가 노린 것은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가졌던 아픈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지포 라이터가 소비자의 삶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베트남전 등 참전 용사들에게 지포는 라이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쟁 당시 총과 함께 자신의 분신과 같은 물건이며 고통스러운 경험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새천년 세대에게 이 캠페인은 지포가 미국의 현대사의 모든 순간을 담고 있는 전설의 브랜드였음을 알려주는 효과를 냈다. 다시 말해 지포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에 얽힌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지포를 모르거나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포는 남자들에게 분신과도 같은 물건’이라는 연상 작용을 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네 번째, 소셜미디어를 통한 지포의 캠페인은 새천년 세대의 삶에 끊임없이 연관성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브랜드로서 지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노베이션을 통한 제품의 기능 향상이 일어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매년 다른 기능과 혁신을 더해 소비자들의 구매 충동을 계속 자극하지만, 지포 라이터는 지난 85년간 똑같은 기능과 평생 애프터서비스로 한 번 구매하면 잃어버리기 전에는 재구매율이 지극히 낮은 제품이다. 특별 한정판 라이터를 만들거나 주문 맞춤형 이미지와 글자를 새김으로써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것 외에는 기능 향상을 포함한 제품의 혁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지포 라이터는 포스트 스모킹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젊은 세대의 삶에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까?

지포가 내린 결론은 PR을 통해 사용자에게 지포라는 브랜드의 차별적 범주를 확장해주자는 것이다. 단순히 담뱃불을 붙이는 데 쓰는 라이터라는 연상을 깨고 소비자들에게 지포의 연관성을 높여주는 시도다. 브랜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아커 교수에 따르면 브랜드 연관성을 만들어내는 원칙 중 하나는 브랜드의 차별적 분야 혹은 하위 범주(카테고리)를 창출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가 들어와 초를 태우지 않아도 되는 요즘도 사람들은 여전히 양키캔들을 산다. 향을 내서 실내의 냄새를 좋게 만들거나,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 사용하기 위해서다. 브랜드의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제품 범주에서 그 브랜드의 존재감(visibility)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 광고와 PR은 결국 브랜드의 연관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지포의 경우, 최근 불꽃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캐나다의 미술가 스티븐 스파주크를 캠페인에 등장시켜 젊은 세대들에게 지포 라이터의 불꽃은 담배를 붙이는 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런 불꽃 예술(플레임 아트)이 제품의 하위 범주를 구성할 만큼 많은 수요를 창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포사 웹페이지 개설된 스파주크 캠페인 웹페이지 사이트. (클릭시 이동합니다)

다만 젊은 사람들에게 바람이나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는 지포 라이터의 특징을 각인시킴으로써,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스위스아미 나이프처럼 하나 장만해두면 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을 높여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스티븐 스파주크의 작업 사진을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배경화면으로 삼고, 회사 웹페이지에 스파주크 캠페인 웹페이지를 따로 만든 것을 보면, 지포가 이번 캠페인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포가 지난 2월 22일 #ZippoFlameArt와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스파주크 캠페인 비디오는 약 59만명이 봤고, 약 4700번의 페북 공유와 10만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함으로써 높은 인게이지먼트를 이뤄냈다. 

지포는 이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제품 판매도 늘려보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지포는 웹사이틀 통해 스파주크의 불꽃 미술 작품을 새긴 지포 라이터를 36.95달러에 판매 중이다. 

흡연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세계 각국의 담뱃세 인상이라는 적대적 시장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지포가 최근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전개했던 주요 캠페인을 분석했다. 새천년 세대에게 브랜드 연관성을 높이려는 이같은 PR전략이 주효해서 지포가 21세기에도 명품 브랜드로 계속 살아남을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지포 사례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맺으면서 브랜드의 연관성을 높이려는 왕년의 전설적 브랜드들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PR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장년을 지나며 쇠락기에 든 브랜드를 살리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PR인들과 좋은 PR캠페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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