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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_비로소_보이는_것들 +1[브랜드텔링1+1] 발라내는 것도 기술이다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버리면_비로소_보이는_것들 1에 이어

[더피알=원충렬] 어릴 때 밥 먹으면서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어째서인지 그러면 밥맛도 꿀이고, 책도 더 재미있게 읽혔다. 바람직한 습관은 아닌지, 어른들에게 여러 번 혼났다. 실제로 나도 아이를 키워보니 같은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지금은 멀티태스킹이 자연스러운 시대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두세 가지 일들을 섞어서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생긴다. 과업이 혼재된 시간은 언뜻 풍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접시 가득 섞어 모은 뷔페처럼, 결국 무엇을 맛본 시간인지 알 수 없게 될 때도 많다.

기업의 브랜딩 활동에도 그런 경우는 많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그 브랜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포트폴리오. 오롯이 한 접시에 정선된 맛을 담기 위해서는, 사실 버리는 작업의 선행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않기

얼마 전 주말에 서울 근교의 대형 쇼핑몰을 가족과 함께 들렸다. 모 자동차 브랜드가 프로모션을 하며 긴 대기줄을 만들고 있었는데, 마침 아이가 그것에 꽂혀버렸다. 인형 뽑기였다. 간단한 서베이를 하면 동전을 주고, 그 동전으로 인형 뽑기를 하는 이벤트였다. 그토록 긴 줄을 만들어냈으니 이벤트 담당자는 뿌듯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 만큼은 그 프로모션은 실패했다. 나는 오랜 대기시간에 마침내 짜증이 났고, 아내는 불필요한 신상정보를 담은 서베이에 화가 일었으며, 심지어 아이는 인형을 뽑지 못해 울상이 됐다. 빈손으로 영혼까지 털린 채 이벤트 장소를 떠나며 앞으로 저 자동차 메이커만큼은 카탈로그조차도 눈길을 주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어쩌면 그날 나 같은 안티팬은 더 많이 양산됐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브랜드와 전혀 상관없는 참여 이벤트에, 코인과 신상 정보를 교환하는 듯한 인상, 게다가 그 보상마저도 고객 개인의 컨트롤 센스에 기대야 한다는 것. 이런 것도 문제지만 정작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목적했다는 문제가 가장 커 보인다. 신차도 알리고 고객 데이터도 모으고 주목도 끌고 싶으니 참여형 이벤트를 계획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분 좋게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시간과 공간, 상황에 대한)는 고려했어야 한다. 그 바쁜 사람들이 굳이 소중한 시간을 내서 모처럼의 주말 나들이를 계획해 찾아온 곳이라는 걸 생각해봤다면, 신차에 대한 체험이나 특징요소를 부각하는 브랜딩이든 가장 충실하고 효과적인 것 하나에 집중했어야 한다.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유사한 문제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비일비재하다. 의외로 공급자 쪽 내부 기획은 풍성하다. 늘 하고 싶은 말은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하지만 그걸 다 담거나 행하면 고객과의 짧은 접점에서 제대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하나의 기획에 여러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관성에 가깝다. 하지만 고객 측면에서는 좀 더 세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설계돼야 한다. 상대방 입장도 고려 좀 해달라는 얘기다.

마치 아직 이성친구 없는 이의 버킷리스트와도 같다. 애인이 생기면 주말에 같이 영화도 보고, 일 끝나고 만나서 어디에 가고, 도시락 싸서 또 어디에 가고, 커플티도 입고 커플반지도 끼고 등등등. 워워워~ 다 좋다. 다만 한 번에 하나씩 해야지 그 모든 걸 연애 초기에 다 쏟아내면 다들 기겁하고 도망가 버릴 것이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도 상대방으로선 선택장애를 줘서 곤란하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것들만 가득 채우는 것도 부담이다. 정리 좀 하자.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기 좀 쉽게.

잘 하는 것에 집중하기

긍정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대표 강점(signature strength)’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사람들마다 호기심, 친절, 자기통제력 등 각자가 지닌 가장 대표적인 강점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의외로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 강점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자신의 약점이나 없는 능력에 대한 노력에 집중한다. 하지만 셀리그먼 교수는 약점을 고치려는 데 쏟는 시간과 노력을 대표 강점 연마에 쓰는 것이 더 행복할 뿐 아니라 효율적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같은 딜레마가 기업에도 있다. 공급자의 욕망 중 자주 일어나는 상황은 확장이다. 어느 영역에서 하나의 성공을 이루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외연을 넓히고 싶어진다. 사실 당연한 욕망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키(key)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선택을 해야 한다. 이미 이룬 성취에 여전히 더 고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 가능성이 남은 상태에서 다른 영역으로 외연만을 키우고자 했을 때는, 비즈니스의 문제 뿐 아니라 브랜딩의 문제가 되곤 한다.

의외로 외연보다 내연 확대를 통해 브랜드를 강화한 사례는 많다. 대표적으로 다이슨을 들 수 있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가 주력 품목이다. 그리고 그들 기술의 요체에는 ‘원심력’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애초에 다이슨의 탄생은 소리만 요란하지 먼지는 제대로 흡입하지 못했던 진공청소기를 대체할 기술에 기반했다. 

먼지로 너무 자주 막히는 먼지봉투 구멍과 필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원심력을 통해서 먼지를 공기로부터 분리하는 기술인 ‘싸이클론 테크놀로지(Cyclone Technology)’이다. 이후 날개 없는 선풍기나 소리 없는 헤어드라이어도 동일한 기술 혁신의 DNA를 유지한다. 공교롭게도 모터 기술의 활용이나 먼지봉투, 날개, 공기 집진부와 같은 요소의 제거가 눈에 띄지만, 사실상은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는’ 기술의 고도화라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이슨의 독창적인 디자인조차도 이러한 기술에 근거한 결과물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다이슨의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좋은 디자인은 보이는 심미성이 아니라 작동하는 기능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며 엔지니어 중심의 디자인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다이슨을 좋아하는 것은 그들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풍성해서는 아닐 것이다. 그들만의 기술력을 근간으로 제한된 제품군에서 빛을 발하는 명확한 존재감에 열광하는 것이다. 다이슨이 무턱대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려나가면 그 열광은 계속될 수 있을까? 오히려 기존 충성고객들의 반감이 커질 수도 있다. 성공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하지만 그 무수한 가능성 중에 무의미한 것들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는 필요하다. 다이슨은 오직 자신들의 강점을 중심으로 집중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브랜드가 돼간다.

언젠가 수영 강습 때 강사분이 해준 얘기가 있다. 수영을 잘 하려면 힘을 빼는 것부터 잘 해야 한다. 그래야 몸이 뜨고 앞으로 나아간다. 진짜 수영 고수들은 힘들이지 않고 한다. 중요한 동작의 그 순간에만 힘을 주기 때문이다. 브랜딩도 마찬가지겠구나 싶다. 버려야 할 것을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요소는 추진력이고 어떤 요소는 마찰력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잘 발라내자. 그래야 더 적은 힘으로도 길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원충렬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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