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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교체’보다 중요한 건 ‘보수 브랜드’ 재건
‘간판 교체’보다 중요한 건 ‘보수 브랜드’ 재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6.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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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지선 패배 후 당명 변경 시사한 한국당,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 당명이 쓰인 현수막이 서울 여의도 한국당사에 설치되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 당명이 쓰인 현수막이 서울 여의도 한국당사에 설치되는 모습.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그리고 새누리당 까지. 대한민국 ‘No.1’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자유한국당의 이전 당명들이다. 그런데 한국당이 5번째 ‘개명’에 나설 조짐이 보인다.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이 지표로 삼는 이념, 철학의 핵심과 더불어 조직 핵심, 정책 핵심도 맞물려가도록 하겠다”며 “그리고 그 마무리 작업을 당의 간판, 새로운 이념과 가치를 담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6‧13 지방선거에서의 실패 이후 나온 수습책 중 하나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은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전통적 텃밭인 대구와 경북에서만 겨우 승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3개 지역 광역단체장을 쓸어 담은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12석에 달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 지난해 2월. 그러나 민심의 심판은 간판만 바꾼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다시 당명변경을 시사한 한국당의 움직임에 의문부호가 붙는 건 이 때문이다.

물론, 당명 변경이 쇄신책의 전부는 아니다. △혁신 비대위 구성 △구태 청산 태스크포스(TF) 가동 △중앙당 해체 등도 김 권한대행이 언급한 혁신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 국민들의 눈에 잘 띄는 대목이라고 보긴 어렵다. 계파별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구상대로 혁신안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간판만 바꾸면 뭐하느냐’는 질타가 나올 법 하다.

게다가 선거에 패배하면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대위를 구성하고 쇄신책을 내놓은 패턴 자체도 한국 정치의 전형적인 클리셰다. 국민들은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단기 수습책에 믿음을 보내지 않는다.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 불신이 이번 선거에 작용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선거 이후 언론지상에 ‘보수 몰락’ ‘보수 궤멸’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당명 변경 같은 단기 수습책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수라는 브랜드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 뉴시스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 뉴시스

진보의 키워드가 ‘변화’라면 보수는 ‘안정’이라는 단어와 연결돼 있다. 그러나 한국당이 과연 국민에게 안정감을 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술핵 배치’처럼 전쟁공포를 심어줄 수 있는 이슈를 부각시키는가하면 틈만 나면 으르렁대는 계파 갈등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상당수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평가절하했다.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인사 문제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야당의 역할이 아무리 정부‧여당 견제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보수의 중요 덕목인 ‘포용력’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한국 보수의 이미지는 점점 추락해갔다.

사기업도 부정적 이슈에 한번 휘말리면 하락한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장기간 뼈를 깎는 노력에 나서야 하는 법이다. 하물며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로 먹고사는 정당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바닥을 찍은 보수의 브랜드를 재건하는 작업은 짐작컨대 상당한 고통이 수반될 터다.

‘새는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건전 보수’ ‘안정 보수’가 바로 서야 한다. 이것이 한국 보수가 지향해야 할 브랜드 가치이고 품격이다. 물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정책과 콘텐츠는 필수적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옷만 바꿔 입는다고 사람의 본질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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