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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언론계는 ‘시장 논리’가 통하지 않는 걸까
왜 언론계는 ‘시장 논리’가 통하지 않는 걸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8.10.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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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줄어드는데 언론사 수는 증가…생존 위한 ‘편집국 영업’ 일상화
레드오션 속 언론사 영업은 주로 편집국 차장 이상, 부장급 데스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시리즈 기사를 내보내다 네이버와 뉴스제휴를 맺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오고, 급한 프로모션이 걸렸다며 막무가내로 협찬을 요청해온다. 문제는 이런 매체들이 한두 곳이 아니란 데 있다. 6000여개가 넘어가는 국내 등록매체 가운데 네이버와 검색제휴를 맺은 언론사만 600여곳이다. 레드오션으로 변한 미디어 시장에서 특수한 생존법을 구사하는 언론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광고국에서 요청하면 협상 여지라도 있는데, 편집국에서 요청하면 (거절하기) 어렵죠.”

언론사 협찬에 대한 홍보팀 직원의 토로다. 편집국은 직접 기업을 취재하는 부서다보니 아무래도 기자들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7월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편집국 기자 광고·협찬 영업활동 금지법’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요즘 대한민국 언론 취재권한은 사회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언론사 매출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기자들은 좋은 기사를 쓰는 것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광고·협찬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가, 언론사 매출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고발이었다. 사익을 위해 악의적 편집과 보도로 피해를 입히고도 언론은 고작 정정보도로 갈음한다는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언론사 편집국의 광고영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매체가 늘어나면서 생존을 위한 이전투구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시장의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없는 예산을 빼내오기 위한 ‘협박식 영업’도 성행한다.

A 홍보인은 “일단 악의적 기사를 던지고 관계(광고 집행)하자고 하거나, 데스크랑 얘기하라고 한다”며 “매체가 너무 많다보니 요즘은 더러 무시하기도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관계를 시작했다고 소문내면서 저기는 ‘조지면(악성 기사를 내보내면)’ 나오는 데란 인상을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B 홍보인은 “아마도 홍보팀 임원이나 팀장들은 기사 때문에 기자와 통화하는 것보다 협찬 건으로 통화하는 게 몇 배는 될 것”이라며 “요즘 통화 내용의 70%가 ‘예산 없어요’, ‘살펴볼게요’라며 죄인처럼 말하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언론사 편집국의 영업은 주로 차장 이상, 부장급 데스크(기사 및 취재·편집을 지휘하는 사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 일선 기자에게도 영업 압박이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데스크들에게 할당량이 떨어진다. 최근 몇 년 새 광고국장 자체를 산업·경제부 출신들로 채우는 경우가 일반화되면서 광고국과 편집국 간 공조도 보다 긴밀히 이뤄진다.

국내 일간지 한 관계자는 “각 매체마다 사업부 매출보고를 받고 그달 매출 상황이 괜찮으면 넘어가지만, 아니다 싶으면 산업·경제부장과 조율해서 각 기업에 요청한다”며 “차장급 이상이 되면 회사 매출에 기여해야 하는 면이 있다 보니 그렇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중견 언론인은 “이른바 마이너 매체만 해도 한 개 부서 데스크가 연간 기준 10억원 단위까지 (광고·협찬을) 책정 받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기자들 중에선 데스크로 진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한 언론사 기자는 “올라갈수록 기사보다 경영에 도움 되는 쪽을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언론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기업 홍보인은 “실제 출입처 기자들 중에서 데스크 되기 싫다는 분도 계시다”며 윗선에 가해지는 영업 압박을 가늠케 했다.

광고·협찬 요청, ‘스케일’만 다를 뿐

소위 ‘조지는 기사’로 광고를 얻어내는 방식은 마이너라 불리는 일부 매체에서만 시도되는 접근은 아니다. C 홍보인은 “네이버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된 곳이 제일 심하긴 하지만, 요즘은 메이저나 마이너나 마찬가지”라며 “기본적으로 (금액의) 스케일이 다르고 기사로 리스크가 나갔을 때 충격파가 다르다”고 했다. ▷관련기사: ‘조져야 사는’ 미디어 세상

A 홍보인은 “큰 매체는 신설코너들이 있다”며 “사회적 파장을 줄 수 있는 기획면을 만들어서 주로 안 좋은 기사를 시리즈로 연재하곤 한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사가 해당 면 광고에 참여하면 안 들어갈 수도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건 홍보팀 입장에서 충분히 감내해야 할 일이지만 비난을 위한 비난 기사는 반발심만 불러일으킨다. D 홍보인은 “아무 내용도 아닌 기사에 오너 사진을 무작정 자극적으로 편집해서 넣고 하는 건 못 참겠다”며 “기업이 부도덕하고 정말 잘못한 것에 대해서만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독자들에게나 해당 기업에게나 아무런 영향력 없이 홍보팀만 겨냥한 기사들은 없어져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국민의 알권리와는 상관없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개인 일탈이나 폭로성 기사들이 너무나 많다는 주장이다. 홍보팀이란 부서에 소속된 입장에서 부정적 톤으로 쓰인 기사에는 반응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 섹션지에 실리는 기획물은 억단위 비용집행이 이뤄지기도 한다.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을 밝힙니다)
신문 섹션지에 실리는 기획물은 억단위 비용집행이 이뤄지기도 한다.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을 밝힙니다)

메이저 언론이 발행하는 특집 섹션도 보통 부담이 아니다. 별지로 구성되는 이 섹션들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달리 받긴 하지만, 대기업에선 보통 억 단위 집행이 이뤄진다. C 홍보인은 “이런 특집 섹션의 특징은 아무도 안 보는 것”이라며 “워낙 큰 언론사이니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보다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네이버에 갓 진입한 언론의 횡포가 가능한 건 뉴스 소비가 포털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국내 미디어 환경 때문이다.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독자들이 매체에 대한 변별력을 별로 갖지 않다보니 포털 노출 자체만으로 파워를 갖게 되면서다.

C 홍보인은 “계속 악성 기사를 쓰다가 광고 담당에게 ‘저희 이번에 네이버와 (뉴스검색) 제휴 맺었습니다’란 문자 하나가 딱 오곤 한다”며 “굉장히 일반적인 일”이라 전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검색제휴 심사 기준이 낮아지면서 제휴평가위원회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C 홍보인은 “얼마 전 퇴출당한 언론사는 그래도 양반인데, 최근 통과시키는 언론사를 보면 어떻게 이런 데가 언론사일 수 있지 하는 곳들이 있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기사: 포털뉴스, 돈 안드는 검색제휴 문만 넓힌다?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온라인 지면’

매체 진입 문턱을 낮춘 대신 불법적 행위에 대한 퇴출을 보다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넘어 포털 제휴를 기반으로 기형적 영업을 벌이는 케이스가 너무나 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포털 뉴스장사’다. 포털에 홍보기사를 노출해주는 조건으로 건당 일정금액을 받는 식의 업태다. 언론이 포털 뉴스검색제휴를 또 다른 부수입 창출원으로 활용하는 현장이다.

'보도자료 배포'를 키워드로 포털검색시 노출되는 광고들. 화면 캡처
'보도자료 배포'를 키워드로 포털검색시 노출되는 광고들. 화면 캡처

이 같은 거래는 주로 대행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업체가 제시한 공식 단가표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주요 종합지는 33만원, 매일경제 28만원, 한국경제 25만원, 경향신문 22만원 등이다. 이밖에 연예·스포츠지는 15~20만원, 인터넷신문은 8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기사 송출 단가는 업체들이 정한 매체 밸류(value) 외에도 기명기사로 나갈 수 있는지, 부동산·병원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받아줄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조정된다.

언론과 제휴를 맺고 포털 지면 판매에 나서는 대행사들은 난립하는 수준이다. 포털에 ‘보도자료 배포’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단에 뜨는 대행업체들의 검색광고만도 줄줄이다.

이들은 2001년 설립이라며 오래된 업력을 자랑하기도 하고 네이버 100% 노출, 100여개 언론사 제휴 계약, 초특가 8만원, 업종 맞춤 기사송출 보장 등의 문구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수많은 대행사가 언론사 공신력을 이용할 수 있는 고급 마케팅 기법으로 이같은 ‘온라인 지면 장사’를 포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보성 기사를 포털에 송출해 주는 ‘게이트(gate)’ 수준을 넘어 아예 돈을 받고 편집권까지 손에 쥐어주는 방식의 영업도 등장했다. 매체사가 연단위로 이용 아이디(ID)를 팔아 고객사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연 350~400만원 선에서 제안서가 오가다 결국 이 매체사는 포털 측으로부터 ‘제휴 중단’ 철퇴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관련기사: 돈만 주면 ‘객원기자 ID’까지…도 넘는 포털 뉴스장사

언론 관계자는 “온라인 뉴스 생태계가 썩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포털제휴언론사’란 타이틀을 내세워 돈벌이에 몰두하는 행위가 미디어 시장을 보다 혼탁하게 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단속이나 제재는 어렵다.

포털에 기생해 영업하는 언론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매체 가운데는 확인되지 않은 음해성 온라인 게시물을 사실 확인 없이 기사로 게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소 자극적이고 황당한 주장이라 다른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는 내용도 이들의 손을 거쳐 소셜미디어에 유통되면서 리스크로 부상하곤 한다. B홍보인은 “SNS 이용자들이 플랫폼에서 자주 본 제호에 신뢰를 갖게 된 것 같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이처럼 ‘돈’을 중심으로 혼탁해진 언론계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돈 버는 걸 목적으로 만들어진 매체들이 있고, 수천개의 언론사가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 언론이라 이름붙인 곳들이 모두 반성하고 개선할 수는 없다”며 “그래도 우리사회를 선도할 언론이라 평가받거나 가능성 있는 곳들이 먼저 (저널리즘 회복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양극화는 어쩔 수 없이 진행될 텐데, 현재의 언론사 수를 시장 경쟁에 따라 크게 줄이는 것은 꼭 필요하다”며 “지자체·언론재단의 ‘한계언론사’ 지원도 언론사 지원이 아닌 콘텐츠 지원으로 전반적 뉴스 생산 기반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틀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협찬 건과 관련해서도 김서중 교수는 “현재 국내 언론사들의 재원에서 협찬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올라가 있다”며 “광고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협찬으로 압박을 가하는 건데, 광고 재원을 확보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없으면 거기에 맞게 활동하거나 사라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적으로 열악하지만 사회적 가치가 있다면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에게서 재원을 얻는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 김 교수는 “협찬이 절대악은 아니”라면서도 “그래도 협찬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을 때는 사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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