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발 디지털 지각변동
크롬발 디지털 지각변동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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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서드파티 지원 중단…네이버도 블로그 서비스 변화
보안·프라이버시 이슈 고려, 애드테크사 직격탄 맞기도
구글이 자사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제 3자 사이트에 대한 쿠키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업계 파장이 일었다.
구글이 자사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제 3자 사이트에 대한 쿠키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업계 파장이 일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어떤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때 표시되는 ‘암호를 저장하시겠습니까?’란 물음에 ‘예스(Yes)’를 클릭한다면 당신은 ‘쿠키’를 생성한 것이다. 팝업창을 닫으며 ‘오늘 하루 보지 않기’를 선택했다면 팝업이 뜨지 않는 옵션을 쿠키로 저장한 것이다.

우리가 웹을 누비며 알게 모르게 쌓아온 쿠키는 내 취향과 관심사를 기가 막히게 추적하는 타깃팅 광고의 재료가 된다. 그런데, 이 광고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웹 브라우저 점유율 60%를 넘어서는 구글 크롬의 정책 변화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1월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서드파티(제 3자 사이트) 쿠키 지원을 2년 내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사 사이트 외에 타사 쿠키 정보는 끌어갈 수 없도록 막는 조치다. 쿠키는 웹사이트 접속 시 자동 생성되는 임시 정보 파일로 ID나 패스워드, IP주소 등이 포함된다.

많은 온라인 광고회사들이 쿠키 정보를 기반으로 각 사용자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 업체들도 서비스 변경을 예고했다. 대표적 사례가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다.

네이버는 지난 1월 말 공식 채널을 통해 블로그 도메인 정책 변경을 공지했다. 종전에 제공하던 개인 도메인과 blog.me 도메인 지원을 중단하고 모두 기본 도메인(blog.naver.com)으로 통일한다는 내용이다. 유예 기간은 약 1년. 구글 웹브라우저인 크롬의 쿠키 정책 변화를 조치의 이유로 들었다.

▷관련 기사: [Pick&Talk] 네이버 블로그 2차 도메인 지원 중단

네이버는 그간 URL 길이가 짧은 blog.me 주소 외에도 OOO.com과 같은 개인 URL을 네이버 블로그 주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기업의 경우 국내에서 검색 유입 등에 유리한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하면서 별도 개인 도메인을 연동해 자체 플랫폼 느낌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팔도(paldofoodblog.com/)나 롯데호텔(blog.lottehotel.com/) 등이 그 예다. 개인사업자들도 네이버 블로그를 개인 도메인과 연결시켜 사업용 홈페이지처럼 사용하곤 했는데, 이런 시도가 이제 어렵게 됐다.

네이버 블로그, 더이상 홈페이지처럼 못써

이용자 불만이 제기된 건 당연지사다. 따로 비용을 들여 개인 도메인을 연결해 놓았는데 이를 쓸 수 없게 된 데다, 그간 블로그 홍보를 위해 이곳저곳에 남겨 놓은 링크들도 쓸모없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는 네이버에서 개인 도메인이나 blog.me를 쓰더라도 기본 도메인(blog.naver.com/OOOO)으로 이동시켜주지만, 2021년부터는 아예 연결을 끊는다. 그전까지 남겨 놓은 모든 링크를 기본 도메인 주소로 수정하거나 아예 사이트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애써 쌓아놓은 검색결과가 무용지물이 된다.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인 셈이다.

네이버 측은 “웹사이트 간 쿠키 정보가 전송될 때 별도 보안 절차가 없어 불가피하게 도메인 정책을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개인 도메인이 서로 정보를 끌어올 때 필요한 별도 보안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지원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가 지난 1월말 자사 블로그에 2차 도메인 지원 중단 소식을 알린 블로그 공지 중 일부.
네이버가 지난 1월말 자사 블로그에 2차 도메인 지원 중단 소식을 알렸다.

다만, 카카오가 운영하는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의 경우 구글의 정책 변화에도 종전대로 개인 도메인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개인 도메인 사용 시 기본으로 SSL(보안서버인증서)을 적용하게 만들어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측은 “구글 크롬 정책 변경으로 (개인 도메인 지원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2차 도메인 지원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두 인터넷 기업이 서로 다른 대응을 하지만 구글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웹브라우저 중 하나일 뿐인 구글 크롬의 정책 변경에 왜 국내 서비스들이 이렇게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까? 해답은 간단하다. 크롬의 시장 점유율을 보면 된다. 

글로벌 점유율 70% 바라보는 크롬

구글 크롬의 전 세계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시장 데이터 취합 전문 서비스인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크롬 점유율은 올 1월 PC 기준 70%를 넘어섰다.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는 14.77%로 격차가 크다. MS조차 이제 IE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고 있는 실정. 심지어 IE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자사 다른 웹브라우저인 엣지(Edge)의 신버전을 크롬 기반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에서도 크롬은 국내에서 39.74%로 점유율 1위다. 이어 삼성 인터넷이 25.19%로 2위, 애플의 사파리가 20.9%로 3위다. 글로벌 차원에선 PC, 모바일, 태블릿 등을 종합해 크롬이 64.1%, 사파리가 17.21%, 파이어폭스가 4.7%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처: 스탯카운터 2020년 1월 기준
출처: 스탯카운터 2020년 1월 기준

스마트폰 이용 빈도가 PC를 넘어서면서 자연스레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기본 웹브라우저인 크롬과 사파리 이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의 절대다수가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플랫폼 정책 변경이 여러 인터넷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왜 서드파티 쿠키 막나

크롬이 제 3자(타사) 쿠키 지원을 중단한 건 크게 보안과 프라이버시 이슈 때문이다. 지난 1월 크롬 엔지니어링 총잭임자 저스틴 슈(Justin Schuh)가 자사 블로그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데이터가 이용되는 방식 전반에서 투명성, 선택권, 통제권을 포함한 더 강력한 프라이버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제 3자 쿠키 차단이 더 안전하면서 사용자에 보다 정확한 통제권을 주도록 할 것”이라 진단했다.

제 3자의 쿠키 수집이 허용되는 환경은 보안에 취약하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 A사이트에 로그인했던 사용자가 해킹사이트인 B에 접속할 경우 이 해킹사이트가 사용자의 A사이트 로그인 정보를 빼내 결제나 송금 등 피싱으로 연결되는 케이스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가 이런 위험성이 높았는데, 우리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애증’의 액티브X나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방식 덕분에 피해가 덜했다. 동시에 이용자 불편도 높은 탓에 점점 퇴출되는 추세다.

구글이 보완책으로 내놓은 제 3자 쿠키 지원 중단은 A사이트는 A사이트 쿠키만, B사이트는 B사이트의 쿠키만을 끌고 가라는 지침이다. 만약 B사이트가 A사이트 쿠키를 요한다면 별도 보안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환경도 구글의 결단을 불러왔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 등으로 촉발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이같은 변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서드파티 쿠키 지원은 인터넷 광고업계가 성장한 주요 자원 중 하나였다. A사이트에서 검색한 상품을 B사이트에서 광고로 노출하는 등 쿠키를 기반으로 이용자 성향과 관심사를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면서 광고 효율을 높여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공유하는지 모르기에 규제 당국과 사용자들의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여타 웹브라우저들도 쿠키 사용에 제약을 거는 등 조치를 취해왔기에 구글의 이같은 변화도 자연스런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미 파이어폭스나 사파리 등은 추적방지 기능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크롬보다 앞서서 제3자 쿠키 전송을 막아왔다.

어떤 변화 예상?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하더라도 점유율 70%에 육박하는 크롬의 변화는 아무래도 체감도가 큰 모습이다. 구글 발표가 있자마자 관련 업계에서는 곧장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여러 분석이 오갔다.

대표적으로 전미광고주협회(ANA)는 광고회사들이 주축이 된 미국광고대행사협회(4A)와 공동으로 “구글의 행보는 웹 경제 인프라 일부를 파괴할 것”이라며 “업계가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크리테오 최고기술경영자(CTO)가 크롬 정책과 관련해 자사 입장을 담은 칼럼을 게재했다.
크리테오 최고기술경영자(CTO)가 크롬 정책과 관련해 자사 입장을 담은 칼럼을 게재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웹 쿠키를 기반으로 타깃 광고를 진행해오던 애드테크(Ad tech) 회사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리마케팅기업인 크리테오의 경우 구글 발표 직후 주가가 16% 급락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상 최저치 마감이었다. 크리테오는 즉시 자사 홈페이지에 미리 이런 변화를 준비해왔다는 발표문을 올렸지만 다음날 7%의 추가 주가하락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디아무드 길(Diarmuid Gill) 크리테오 최고기술경영자(CTO)는 관련 칼럼을 추가로 게재해 시장의 우려를 다독였다.

길 CTO는 “크리테오는 진작에 웹에서 맞춤화된 광고 타깃팅이 쿠키를 대신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는 방식으로 쿠키를 뛰어넘어 진화하고자 하는 업계 차원의 노력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퍼스트파티(자사) 쿠키 이용은 여전히 유효하고, 완벽하진 않아도 인터넷 광고는 생각보다 훨씬 개인정보가 잘 보호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리테오 관계자는 광고 타깃팅 방식을 묻는 <더피알>의 문의에 “우리는 쿠키 아이디 외에도 모바일 광고 아이디, 암호화된 이메일 등 온라인상 익명화 정보를 사용해왔다”며 “비쿠키 식별 기술을 통해 오디언스를 개인화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고도화시켜왔으며, 세계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매체사와 리테일러를 통해 대규모 퍼스트파티 데이터에 접근 가능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쿠키 시대 종말에 대비하는 법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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