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물렀거라! ‘e북’ 나가신다~
‘종이책’ 물렀거라! ‘e북’ 나가신다~
  • 이문종 기자 (roy@the-pr.co.kr)
  • 승인 2010.09.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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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시 봇물…태블릿 PC·스마트폰 가세

멀기만 할 것 같던 전자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을 저가형으로 공급하기 시작했고 출시되자마자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지난 2분기에는 전자책이 종이책의 판매량을 추월하는 이변(?)도 발생했다.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도 무겁고 눈을 피곤하게 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듯 아이패드 사용자가 500만 권이 넘는 전자책을 내려 받았다. 전자책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시장 선점을 위해 움직이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문종 기자 roy@the-pr.co.kr

△ 아이패드

세계적인 미래학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 미디어랩 교수는 종이책의 종언을 예고했다.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주제로 지난 8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타호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에서 네그로폰테 교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종이책은 죽었다”며 “현재 종이책의 소멸이 진행되고 있으며 10년도 아닌 5년 내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책과 종이신문의 위기는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세계적인 미래 미디어 학자가 직접적으로 위기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전자책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이는 출판시장 자체가 축소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요즘 젊은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신세대의 성향을 보는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09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독서량은 연 16권으로 1994년 조사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까운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2009년 11월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도서관을 사용하는 초등학생이 2007년에 빌린 책은 평균 35.9권으로 역대 최고였다.

△ 갤럭시S, 갤럭시

아마존, 전자책-종이책 ‘판매 역전’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은 지난 2분기에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더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이는 전자책 판매를 시작한 지 3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아마존은 지난 2분기 종이책 100권당 전자책 143권을 팔았는데, 전자책을 다운받아 볼 수 있는 킨들의 가격을 259달러에서 189달러로 인하한 6월에는 종이책과 전자책 판매비율이 100대 180을 기록했다. 특히 종이책의 매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전자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눈여겨 볼만하다. 제프리 베조스 아마존 대표는 “15년간의 종이책 판매에 비해 전자책은 고작 33개월”이라며 “2분기 실적은 놀랍다”고 말했다.
아마존에서 출시 중인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아마존은 킨들 및 전자책 판매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판매량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독자들은 킨들을 통해 63만권의 전자책을 다운받을 수 있는데, 81% 이상이 평균 9.99달러 이하이다. 1923년 이전 발행 책은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한데 이는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찍이 온라인 음반시장을 석권한 전력이 있는 애플이 전자책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그것도 전자책 단말기에 비해 무겁고, 컬러 화면으로 인한 짧은 배터리 시간과 눈의 피로함이 지적된 태블릿 PC로 말이다. 태블릿 PC는 전자책 단말기 기능 이외에도 멀티미디어, 게임, 메일확인 등을 할 수 있는 휴대가능한 범용 기기다. 지난 4월 출시된 ‘아이패드’는 지금까지 300만대 이상 팔렸으며, 올해 판매량을 약 700만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구글, 전자책 시장 본격 진출
아마존과 애플이 경쟁하는 사이 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 구글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로 구글북스다. 구글은 전자책 단말기라는 하드웨어가 아닌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검색’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북스는 원래 하버드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게이오 대학교 등이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이들 대학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스캐너로 읽어 OCR(광학식 문자인식 장치)을 통해 텍스트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구간 도서를 중심으로 벌써 700만 종을 디지털 텍스트로 전환했다.
구글은 자사의 ‘구글 책 검색’ 서비스를 통해 이 책들을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절판된 책이나 필자의 허락을 받은 책은 내용 전체를 검색할 수 있고, 시판중인 일반 서적은 책에 대한 정보나 책의 일부분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책 전체 내용의 20%까지 검색할 수 있다. 구글은 이러한 책을 볼 때 검색엔진 광고를 붙여 수익을 발생시킨다는 전략이다. 물론 전자책 판매 서비스인 ‘구글 에디션’을 통해 아마존과 애플과도 경쟁 구도를 갖추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IT업체는 적극적, 유통업계는 관망세
국내 IT업체들은 아마존의 킨들, 애플의 아이패드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실제 태블릿 PC는 아이패드를 겨냥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을 시작으로 KT의 올레패드, 아이스테이션 버디,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 등이 오는 9월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국산 전자책 단말기도 차별성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인터파크도서의 ‘비스킷’은 아이패드보다 눈의 피로감이 덜하고 독서속도도 뛰어난 점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에 나섰다. 북큐브네트웍스는 6인치 전자책 단말기 ‘B-815’를 14만9000원에 출시했다. 이는 아마존의 킨들보다 저렴한 가격이며, 북큐브네트웍스는 저가로 대중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아이리버는 고급화 전략을 들고 나섰다. 아이리버는 기존 ‘스토리’를 ‘커버스토리’로 업그레이드하며 하단 자판을 없애고 크기를 줄였다. 이메일이나 터치스크린 기능을 덧붙이면서 전자책 단말기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자책이 빠르게 전파되는 가운데 국내 서점들은 시장변화를 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추세다. 대형서점 및 인터넷서점들은 전자책을 늘려가며 고객의 수요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각 주요 서점별로 전자책은 교보문고 1만여 권, 영풍문고 1만8000여 권, 인터파크 3만5000여 권(해외원서 포함), 북큐브 3만여 권, 한국이퍼브 1만5000여 권, 예스24 1만5000여 권 정도 구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책 이외에도 이미 국내에는 수십 종의 잡지가 전자책 형태로 판매되고 있지만 종이책과의 차이는 크지 않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하고 전자책 단말기나 스마트폰 또는 PC로 구독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한편 각 서점들의 월별 전자책 판매량은 수백에서 수만 권 정도로 국내에서 전자책 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전자책을 선보인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매출 면에서 종이책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아마존의 전례도 있는 만큼 전자책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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