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출신 PR인/기고]“홍보맨은 이슈 메이커가 돼야…”
[기자출신 PR인/기고]“홍보맨은 이슈 메이커가 돼야…”
  • 염지은 기자 (senajy7@the-pr.co.kr)
  • 승인 2010.10.15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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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원 (주)윈컴피알 대표(前 매일경제신문 기자)

무슨 직업이든 항상 좋기만 하겠는가. 또한 항상 나쁘기만 하겠는가. 2000년 기자생활을 접고 홍보대행사를 한 지 10년으로 접어든다. 당시 벤처 붐이 확산일로에 있을 때다. 필자도 경제적 풍요의 유혹과 취재를 하면서 보고 배운 것을 활용하면 누구 못지않은 사업가가 될 것 같은 꿈에 12년의 기자생활을 접었다. 벤처기업에서 부사장이란 직책을 달고 일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직업을 뭘로 바꿀 지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 닷컴열풍이 끝자락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였다. 깊은 고민 끝에 내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이왕 사업하러 나왔으니 한 번은 해봐야 후회없는 인생이 될 것 같았기에.
그로부터 인생유전이 시작됐다. 속된 말로 ‘갑’이던 기자에서 홍보대행사라는 ‘을’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대단한 갑도 못되었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4군데 직장을 다녀봤지만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다. 먼저 선택한 직장은 뒤에 선택하는 직장의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언론사 생활이 홍보를 하는 데 유용한 면은 많다. 매체별 특성과 발행주기, 취재형태, 보도 타이밍 등을 경험해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라이언트 관련 이슈를 사진, TV 기획프로, 라디오 대담 등으로 연결시키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 가장 기본적인 보도자료 작성에서 기사화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스트레이트, 기획, 피처, 기고, 인터뷰,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언론홍보 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교육하고 지도하기도 한다.

홍보맨은 ‘글발’ ‘ 말발’ ‘면발’로 승부
특히 직원들이 고생하는 기획기사란 인터넷에서 잡다한 내용을 모아 짜깁기한 정보가 아니라 현상을 분석하고 방향을 예견하는 심미안이 있는 기사여야 한다고 퉁을 주는 일도 기자 생활의 한 편린일 것이다. 요즘같이 특종이 매체의 차별성을 좌우하는 시대에는 통조림 같은 캔 형 보도자료는 인기가 없다. 홍보담당자 입장에선 one source multi use가 바라는 바이겠지만 온라인에 노출된 정보를 오프라인으로 활자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기에 홍보담당자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색다른 이슈의 보도자료를 매번 찾아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AE라는 직업이 얼마나 ‘애타는’ 직업이겠는가. 또 미디어 릴레이션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홍보담당자는 ‘글발’ ‘말발’ ‘면발’ 등 ‘3발’로 먹고 산다고 한다. 여기서 면발이 바로 그것이다. 온라인시대에도 대면접촉은 신뢰를 증폭시키고 언론노동에 가치를 부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싫어하는 금기사항도 있다. 이메일에 매체별 기자 이름을 연기명해 동보메일로 보낸다든지, 마감에 임박해 내는 자료, 진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모호한 자료, 물어볼 곳도 없는 정체불명의 자료, 데스크를 통해 내려오는 하향식 자료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홍보라는 직업은 고객사(클라이언트)와 언론을 오가며 정보를 중개하다보면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날마다 계속돼야 하고, 날마다 긴장하는 삶이 때로는 무척 피곤한 것이다. 그래서 홍보대행사 이직률이 높은지도 모르겠다. 물론 제안서 작업에 밤새워 준비하지만 홍보분야의 경쟁과다로 그다지 승률이 높지 않을 때의 허탈감도 있다. 반면 공들여 만든 이슈와 자료가 언론에 번듯하게 자리잡을 때의 희열도 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처럼 길은 항상 선택을 요구한다. 무슨 일이든 좋기만 한 일이 있겠는가, 또한 나쁘기만 한 일이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 그 길이 더 풀이 적은 길일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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