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이통사 700㎒ 줄다리기 향배는?
지상파-이통사 700㎒ 줄다리기 향배는?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0.1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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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통신사 할당 움직임에 지상파 뉴스보도로 일제히 ‘비판’

[더피알=안선혜 기자] 700㎒ 주파수를 놓고 지상파방송사와 이동통신사들의 힘겨루기가 이어져 온 가운데,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서로 간 신경전이 재점화됐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이 대역을 통신용으로 배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지상파방송사들은 뉴스보도로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여기에 여야 의원들 역시 ‘재난망 할당’이라는 변수가 생겼으니 700㎒ 주파수 배분은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상파방송사 주장에 힘을 보탰다. 700㎒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짚어본다.

700㎒가 뭐길래

700㎒는 2012년 1월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면서 회수된 저(低)주파수 대역이다. 저주파수 대역은 전파가 멀리까지 도달해 효용성이 높다.

현재 이 대역에서 사용 가능한 주파수 폭은 108㎒로, 정부는 그중 40㎒ 폭을 지난 2012년 1월 통신 데이터 수요 폭증에 대비해 통신용으로 할당했다.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세운 ‘모바일 광개토플랜’이다.

하지만 방송계는 본래 지상파에서 쓰던 대역이기에 TV의 미래로 떠오른 초고선명(UHD) TV 구현을 위해 이 대역의 절반인 54㎒ 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상파의 반발

40㎒에 54㎒를 더하더라도 94㎒로, 원래대로라면 큰 분쟁이 일어날 이유가 없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째 표류해온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재난망 구축에는 최소 20㎒ 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신용(40㎒ 폭)에다 재난망(20㎒ 폭)까지 배정하고 나면, 남은 48㎒ 폭만으론 원활한 UHD 방송이 어렵기에 주파수 배정을 다시 해달라는 게 지상파 측의 요청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이 모인 한국방송협회가 14일 낸 성명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래부의 주파수 분배안을 비판하는 근거는 700㎒ 대역이 ‘방송용’으로 용도 지정된 현행 전파법과의 충돌이다.

또다른 하나는 미래부가 주파수 분배안의 근거로 제시하는 ‘모바일 광개토플랜’은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의견수렴 과정 없이 졸속 추진에 단 한 차례의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는 설명. 또 계획에 수반되는 행정절차도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방송사들의 주장이다.

방송협회는 미래부가 내놓은 망 배치안은 지상파UHD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재난망의 시급성을 빌미로,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통신 사업자에게 사전 배정하고 특혜로 몰아주려는 데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 지난 10일 방송된 kbs 뉴스9 화면 캡처.

앞서 각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앞다퉈 “미래창조과학부가 말로는 재난망을 우선 배정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이동통신사에 몰아줄 주파수를 먼저 배정한 뒤, 그 사이에 재난망을 알박기 식으로 끼워 넣었다”는 보도로 미래부의 움직임에 비판을 가했다.

KBS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 기술을 이미 개발했지만, 주파수 배정에서 통신사에 밀려 UHD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전달하면서, 통신회사가 700㎒ 주파수 확보에 투자한 엄청난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상반된 입장의 이통사

700㎒ 대역 관련, 이통사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꺼리는 분위기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미래부에서 결정하는 사안이기에 통신사 입장에서 말씀드릴 건 없다”면서도, 정부 결정이 나오는 대로 이의 제기 없이 따를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민간기업 입장에서 언론사인 지상파와 입법에 관여하는 여야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 7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700㎒ 주파수 통신용 할당 결정에 대한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이동통신 용도로 40㎒폭을 우선 배분한다는 기존의 정책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혀 이통사 입장을 간접적으로 대변한 바 있다.

통신사업자연합회는 당시 “이 같은 정책(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배경에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바일 트래픽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통신용 주파수가 절실하다는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서울의 인구밀도당 주파수량은 해외 주요 도시의 1/2 ~ 1/5 정도로(0.042㎒) 낮은 수준이어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많은 추가 주파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외부 시각은?

▲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양희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뉴시스
국정감사 현장을 보면 오랜만에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가 일치했다. 광개토플랜이 세워질 2012년과는 상황이 달라졌기에 700㎒ 대역 할당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들은 주파수 분배표상 700㎒ 주파수에 대한 권리가 방송, 즉 방통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 미래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쳤다.

언론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경제지 및 IT전문 매체들은 여야가 지상파 방송에 노골적 편들기를 한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모바일 트래픽 폭증을 대비해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이통업계 논리에 힘을 보탰다.

방송광고시장을 놓고 지상파와 경쟁관계에 있는 종편을 운영하는 신문들 경우엔 “6.8% 가구를 위해서 국민 전체의 재산인 주파수를 추가로 제공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를 바탕으로 지상파가 정부부처와 통신업자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700㎒ 주파수를 놓고 지상파를 지지하는 측과 통신업계를 지지하는 측은 방송업계의 ‘과욕’과 통신업계의 ‘공공성 부족’을 꼬집었다.

통신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쪽에서는 국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도 내지 않고, 황금주파수를 가져가겠다는 주장은 국가자원낭비라 지적했다. 게다가 국내 방송 환경이 크게 바뀌어 전국민의 93% 가까이가 케이블이나 IPTV를 보는 상황에서 얼마가 될지 모르는 UHD TV 시청자를 위해 귀한 주파수를 쓰는 것 역시 낭비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아무리 비싸게 주파수 사용 비용을 낸다고 해도, 막대한 투자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침했다.국내 가계 통신비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비싼 상황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지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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