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심는 약속, 도심 속 숲이 열린다
나무로 심는 약속, 도심 속 숲이 열린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6.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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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불문 대표 CSR활동으로 자리잡아…“미래지향적 희망 제시”

[더피알=조성미 기자] 기업들이 나무심기에 빠졌다. 전국 곳곳에 나무를 심고 숲 가꾸기 활동이 이어지는 것. 나무를 많이 소비하는 기업들이 앞장서던 것에서 최근에는 유통·금융·패션 등 업종을 불문하고 여러 기업에서 동참하며 기업들의 대표적인 CSR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4월 5일은 70번째를 식목일로 다양한 식수 행사들이 이어졌다. 롯데마트와 현대해상, HSBC, GS리테일, 진에어, KB생명 등은 임직원 및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 등과 연계해 나무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더불어 신세계조선호텔은 ‘다음세대 나무심기’를 통해 강원도 화천군에 2년생 소나무 1500본을 심었으며, 효성 중공업PG(Performance Group)는 20개 우수 협력사를 초청해 ‘2015년 상반기 동반성장 간담회’를 열고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로 서울 상암동 새누리어린이공원에서 나무 500그루를 심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나무심기를 통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나무 심기에 동반성장의 약속을 담아내는 등 다양한 의미에서 나무와 교감하고 있다.

기업의 숲 가꾸기에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는 유한킴벌리가 있다. 유한킴벌리는 30여년 전, 국토의 65%가 산지이면서도 건강하고 큰 숲을 가지지 못했고 연간 강우량이 1300억톤이나 되면서도 물이 부족한 나라라는 점에서 숲 가꾸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이에 탄생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많은 전문가, 국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며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숲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도록 해왔다.

꾸준함이 진정성 전하는 최선

유한킴벌리는 “이같은 활동이 ‘펄프를 원료로 사용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기업이 친환경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눈가림으로 하는 일시적인 활동이다’라며 사회적으로도 영리적인 목적이라는 오해를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나무를 심고 학교숲과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을 비롯해 자연친화적인 교육과 청소년 대상 체험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동북아 사막화 방지 및 숲 복원 활동 등을 펼치며 그 취지가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30년 넘게 꾸준히 숲을 가꿔온 유한킴벌리와 함께 숲을 통해 사회환원을 실천하는 기업이 있다.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는 식목일을 기념해 산림청과 충북 괴산군에 소나무 3000그루를 식재하며 ‘치유의 숲’ 프로젝트에 나섰다.

치유의 숲은 국민 누구나 산림휴양을 즐길 수 있는 국유림인 ‘국민의 숲’에 치유기능을 더한 것으로, 현재 지역 청소년과 임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숲체험, 숲산책, 숲놀이, 산행체험 등의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 김혜경 본부장은 “숲과 인간의 공존은 나무심기에서 출발한다”며 “풀무원 전사 임직원과 가족은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치유의 숲’ 조성에 적극 나서 괴산이 생태도시, 친환경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다양한 기업들이 숲가꾸기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활발하게 나무를 심고 숲 가꾸기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 김재현 건국대학교 녹지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숲은 이념적으로 중립적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공간”이라며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자체가 환경적으로도 기여하지만, 미래지향적인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 선호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며 “최근 사회·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숲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의적 공간으로 태어나는 각양각색 숲

기업들이 국공유지나 산에 나무를 심던 것에서 최근에는 숲 가꾸기를 도심으로 가져왔다. 힐링이나 휴식이 사회적 화두가 됨에 따라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녹지를 도심에 조성함으로써 숲을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침구전문업체 이브자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시민에게 건강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탄소상쇄숲’을 조성해가고 있다. 기업 활동, 일상생활 등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산림탄소상쇄제도를 이용해 조성되는 숲으로,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는 사업으로 그 흡수량을 산림청이 인증한다.

이브자리는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조성한 2개소를 포함해, 2017년까지 탄소상쇄숲 4개소를 만들 계획이다. 탄소상쇄숲 4개소는 연간 총 34.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 및 각종 지자체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탄소흡수량 증대를 위한 탄소상쇄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금호타이어도 지난 4월 3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 인왕산에서 시민 400여명과 함께 ‘아름다운 금호타이어 숲’으로 탄소상쇄숲 조성에 동참했다.

금호타이어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금호타이어 임직원들과 시민들은 탄소상쇄숲 조성으로 대기오염을 줄이고 시민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청단풍, 산수유 등 1500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시민과 임직원들의 적극적 참여로 아름다운 금호타이어 숲을 조성하게 돼 기쁘다”며 “대기오염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지속적 환경캠페인을 통해 아름다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블에이(Double A)의 경우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나무 심는 사회적 기업 ‘트리 플래닛’과 함께 서울시 전역에 버려진 자투리땅을 찾아 나무를 심고 가꾸는 공공 캠페인 ‘자투리땅, 초록으로 물들다’를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자투리땅 14곳에 심어진 총 8000여 그루의 나무들은 연간 52톤씩 30년간 약 156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투리땅 주변의 환경 개선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더블에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더블에이는 나무 심기뿐만 아니라 버려진 자투리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들을 고민해 실행해 옮길 것”이라고 전했다.

▲ 숲을 도심으로 가져온 네이처리퍼블릭의 명동월드점과 ‘도시 속 공원’을 테마로 만든 기아차의 씨티북 <더 파크>의 표지.

사회공헌활동의 성공모델로 부각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은 대한민국 랜드마크이자 전국 최고 공시지가(3.3㎡당 2억6631만원) 자리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 명동월드점을 진짜 자연이 살아 숨쉬는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해 리뉴얼 오픈했다.

‘뷰티풀 그린(Beautiful Green)’을 테마로 5층짜리 외벽 전체 약 500㎡(152평)를 초록빛 생화로 꾸며 숲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외관은 웅장한 규모로 시선을 압도한다. 매장 앞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의자를 설치, 도시인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거듭났다.

숲을 조성해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숲을 함께 즐기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감성·친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에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를 ‘공원’이라는 주제로 풀어 낸 씨티북 <더 파크(The Park)>를 발행했다. 씨티북(City Book)이란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를 선정해 역사·관광명소·교통·숙박·편의시설 등 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생활모습을 감성적으로 엮어낸 책으로, 그 첫 번째로 서울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도심속의 공원’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 일상 속에 녹아 있는 기아차 브랜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획, 서울을 대표하는 공원 7곳을 음악·미술·디자인·건축 등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7명의 스토리텔러가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공원을 거닐면서 느끼고 생각한 서울의 풍경과 사람들, 생활방식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감각적인 이미지와 객관적인 정보와 함께 엮어 도시인들의 삶과 생활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공원’을 소재로 풀어냈다.

▲ 다양한 숲가꾸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유한킴벌리.

또한 그동안 꾸준히 숲 가꾸기 활동을 이어왔던 유한킴벌리는 ‘숲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새로운 30년에 대한 노력으로 ‘우푸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푸푸 프로젝트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줄임말로 2035세대가 숲과 더욱 가까워지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20대가 좋아하는 디자인 제품인 ‘푸르덕트’와 ‘20대가 숲과 친해질 수 있는 20가지 방법’이라는 타이틀로 숲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연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측은 “이제 숲을 ‘멀리에 존재하고 있는 숲’ ‘접근이 어려운 숲’이 아니라 사람에게 가까이 있는 숲, 크지 않으나 친근한 숲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저성장이라는 시대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는 세대지만 가능성 또한 가장 큰 우리 젊은이들에게 숲의 혜택과 함께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의 도심 숲 가꾸기 활동을 정부도 지원하고 있다. 산림청은 최근 도시녹화운동을 활성화하고 기업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시녹화운동 사례집을 발간해 350개 기업에 배포했다.

도시녹화운동은 정부 국정과제로 시민·기업 등이 참여하여 도심지내 자투리 공간 등에 도시숲을 조성·관리하는 범국민적인 녹화운동으로 지난해 시민·기업 등 3만여 명이 참여해 크고 작은 도시숲 170개소를 조성했으며, 이는 76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도시숲 조성을 위한 기업참여 방안과 혜택 등을 안내하고 있는 사례집을 통해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도시숲 조성과 수목기증 등에 동참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림청은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도시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생활권 주변녹색공간은 부족한 실정으로 지속적인 확충이 요구돼 왔다”며 “최근 기업-정부-지자체간 파트너십을 통한 도시숲 조성 성공사례가 사회공헌활동의 성공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많은 기업들이 도시녹화운동에 동참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도 오는 2018년까지 ‘천 개의 숲, 천 개의 정원 조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버려진 땅, 자투리 공간, 활용 가능한 빈 공간을 발굴해 소규모 숲과 정원을 만드는 ‘천 개의 숲, 천 개의 정원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올 한 해 총 524곳을 일상생활과 밀접한 숲과 정원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특히 ‘천만 그루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가동, 시 전역에서 시민 참여와 민관협업을 통해 200만 주를 식재할 계획이다.

▲ 서울시가 테헤란로에 가꾼 도시정원의 전·후 모습
“기업 가치 창출과 연계돼야”

정지용 덕성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숲가꾸기에 동참하는 기업(또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인지되고 그것이 고객충성도를 높이게 된다고 생각한다”며 “티슈나 종이가 나무를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어차피 구매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환경을 지키거나 숲을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의 제품을 사게 되면 조금이나마 스스로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들의 이러한 활동을 ‘마케팅 수단인지, 아니면 진정성 있는 활동인지’에 대한 판단은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책임이 있고, 지속적으로 가치 창출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발생돼야 하므로 기업이 사회를 위해 행하는 활동들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과 연계가 돼야 한다”며 “숲 가꾸기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그것이 기업의 가치 창출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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