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거북하시다구요? 현미찹살죽 한번 맛보세요~
속이 거북하시다구요? 현미찹살죽 한번 맛보세요~
  • 최재영 (jychoi@the-pr.co.kr)
  • 승인 2010.04.21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중구 저동 ‘죽향’

“엄마는 그렇잖아. 챙겨주고 싶고 안 그래? 내 자식이면 안 챙기겠어?”

아침 7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죽향’이 문을 여는 시간이다. 죽향이 이른 아침 시간에 문을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침 죽을 먹기 위해 찾는 사람들 때문.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고 숙취로 인해 속을 달래고 몸이 아파서 도저히 음식을 먹지 못해서 까지. 각양각색 이유로 이곳을 찾는다. 만화가 한희작씨는 물론 기업 홍보담당자들과 언론사 기자들이 ‘죽향’을 자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죽향은 ‘죽’전문점이다. 20여 가지 재료로 죽을 쑨다. 죽은 정성이 필요한 음식이다. 죽을 쑬 때는 타지 않게 계속 저어야 한다.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죽을 부드럽게 하고 속이 편안해지도록 돕는 것이다. 이숙정 사장은 “근처에 병원이 많아 죽을 많이 가져가는데 환자들이 먹기 편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저어야 한다”“아픈 사람들이 먹는다면 편안하게 먹도록 만들어 줘야지 대충 만들면 절대 안 된다”고 힘줘 말한다.

죽향은 1993년 문을 열었다. 현재 딸 정명숙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명숙씨는 10년간 검찰청에서 영양사로 활동했다. 그녀는 잘 다니던 회사를 걷어차고 산이 좋아 에베레스트로 향했다. 돌아온 명숙씨는 어머니를 설득했다. “엄마의 맛이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며 죽 집을 해보자고 설득했다. 명숙씨가 어머니를 설득한 이유는 항상 어머니의 할아버지가 죽을 좋아하시고 매일 죽을 만드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열무김치 곁들인 맛과 향 일품

죽향의 모든 재료는 직접 구한 것들이다. 황태는 대관령, 게는 영덕 등에서 직송해 온다. 그래서 각 재료의 향이 잘 살아 있다. 게는 삶아 일일이 손으로 뜯어 조리를 한다. 재료 하나하나 직접 손을 거치지 않은 적이 없다. 반찬 조차도 직접 만든다. 종업원들은 “얼마나 안심을 못하시면 우리에게 조차 맡기지 않는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

이곳 죽의 인기는 열무김치와 함께라서 더욱 그렇다. 열무김치를 만드는 마늘, 고춧가루 같은 재료 조차도 직접 구한다. 고춧가루는 잘 말린 고추를 빻아 만든 것이다. 여러 죽 중 최고 인기 메뉴는 현미찹쌀죽. 위장이 좋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이곳의 현미찹쌀죽을 먹고 싹 나았다는 소문이 나면서 건강식이 아닌 ‘약’ 대접을 받는다. 일본 잡지와 방송사에 잇달아 소개되면서 일본 관광객들이 그 ‘약’을 맛보고 싶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인기라면 당연히 체인점의 관심에도 오를 만 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체인점 제의를 해왔다. 하지만 모녀는 체인점을 거부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죽의 향, 즉 ‘죽향’이 달아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 사장은 “죽의 맛은 향인데 체인점에 그렇게 공급하면 죽의 향과 맛이 사라진다. 죽의 향이 살아나지 않아 조미료를 넣는 경우도 봤다. 우리는 그런 것 못 본다. 우리가 돈 벌겠다고 맛없는 죽을 팔 순 없지 않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죽향’은 1년 중 쉬는 날이 다섯 손가락 안팎이다. 죽 먹으로 왔다는데 문이 닫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쉬지 못하겠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죽은 마음이죠. 엄마의 맛도 어머니의 맛도 아니에요. 정성. 마음을 담은 것이 죽이죠.”

 

 

 

'죽향'의 위치
 

# 을지로 3가 12번출구 아래쪽으로 3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