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방송, “선곡은 누가 하나요?”
대북확성기 방송, “선곡은 누가 하나요?”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01.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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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부터 걸그룹 노래까지…가사에 녹아 있는 대북 메시지

[더피알=이윤주 기자]북한의 핵실험 이후 지난 8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습니다. 일기예보, 인기가요, 남북뉴스 등의 내용을 북한에 전달하는 심리전의 일환인데요.

특히 북한으로 내보내는 대중가요 리스트가 눈길을 끕니다. ‘전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이애란의 ‘백세인생’을 비롯해 아이돌그룹 빅뱅의 ‘뱅뱅뱅’,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등이 그것인데요.

▲ '12시가 됐으니 슬슬 틀어볼까.' 대북확성기를 작동시키는 육군 장병들. ⓒ뉴시스

대북확성기 방송의 이같은 선곡은 과연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는 것일까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방부에 문의했습니다.

정훈공보실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국방부 국군심리전단 작전과가 맡고 있지 않을까”라고 언급하면서도 “대북심리를 이용한 주요 기밀이기 때문에 선곡기준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관계를 알 수 없어 관련 정보에 밝은 언론사 기자로 취재 대상을 옮겼는데요. 국방부에 출입하는 모 일간지 기자는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선곡하는 거”라는 다소 싱거운(?)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이쯤에서 대북확성기를 통해 휴전선 너머 북한 땅에 울려퍼진 노랫말을 음미해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인 지난 8일엔 “육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휴전선에서 들려오는 “빵야 빵야 빵야 다 꼼짝 마라 다 꼼짝 마 오늘 밤 끝장 보자”

추운 겨울 고생하는 군인들에게는 “겨울에도 난 춥지 않아 오빠가 늘 곁에 있어 주잖아 오빠는 날 지켜주는 슈퍼맨 그러니 밤에도 두렵지 않아”

금연을 장려하는 “그대의 담배연기 후후후후 싫어 왜 그런지 나는 싫어 그대의 담배연기 그대 담배를 끊어봐요”

밀당을 하는 “서로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는 너에게로 다가가고 싶은데 하나보단 둘이서 서로를 느껴 봐요”

화해를 암시하는 “내가 뭘 잘못 했니 툭하면 삐지고 삐져서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둘이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

등 저마다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녹아 있는 듯합니다. 선곡 기준은 중부 전선 대북확성기 방송실 관계자만이 아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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