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모델, 브랜드 정체성 보다 화제성?
광고모델, 브랜드 정체성 보다 화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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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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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영단기 모델 지코 사례를 중심으로

주입식 교육 sky in seoul 토익토플 어쩌라고
이런 변변치 않은 시스템에 올바르게 반응한 내 반항아적 성향
뻔한 경쟁에 괜한 에너지 쓰기 아까워 힘을 아꼈던 아이


[더피알=브랜디스] 페임 제이(FAME-J)의 곡 ‘자존심’에서 지코가 부른 파트의 일부다. 이렇게 현 교육제도 틀 안에 머물기 거부했던 래퍼 지코가 지난 6월 토익학원 영단기의 모델이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브랜드를 연구하는 관점에서, 또 토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예비) 취준생의 입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광고모델이 전혀 매치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 어학원 영단기의 광고모델인 블락비의 지코.

하지만 놀랍게도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토익·토플의 중요성을 깨달은 지코’ ‘자본주의에 굴복한 지코’ 등 하나의 유머 소재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큰 화제를 일으킨 것. 여기에 그의 팬들은 ‘당장 학원에 등록하겠다’ ‘관련 굿즈(상품) 없나요’ 등 더욱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이러한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지코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브랜딩 이론에 따르면 영단기의 광고모델이 된 지코를 보고 브랜드 신뢰도에 의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교과서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럴까? 적합한 광고모델은 무엇인 걸까?

교과서 속 이론과 너무 다른 현실

광고모델로서 유명인의 특징은 주목도와 신뢰도를 갖췄다는 점이다. 이에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선정하는 데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으로 주목을 이끌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광고를 수동적으로 우연히 접하게 되는데 이때 유명인의 힘이 발휘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나오는 광고에는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듣는다. 즉 주목도로 인해 유명인이 매개하는 메시지는 수용자들에게 광범위한 파급력과 전달 효과를 갖게 된다.

둘째, 신뢰도는 유명인이 얼마나 전문적이고 진실한지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유명인이 구축한 신뢰도가 메시지와 상품에 대한 신뢰로 전이돼 광고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광고 관련 수업에서 숱하게 들어온 광고모델의 조건들을 볼 때 다시 한 번 지코가 영단기에 적합한 모델일까란 의문을 되짚게 된다. 사실 지코는 이 조건들에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코를 통한 광고 화제성은 매우 높았다. 수많은 어학원의 틈 속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충분히 합격점을 받았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브랜드 관리에도 효과적일까.

에센스 빠진 모델전략, 왜?

장기적인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라면 대표 모델을 선정할 때에도 브랜드 타깃과 그들의 니즈, 브랜드의 성격을 잘 파악해서 선정해야 한다. 브랜드와 모델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도 필요하다. 여기서 브랜드 에센스(essence)와 브랜드 개성을 떠올릴 수 있다.

▲ 지코는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광고건에 대해 언급했다.

브랜드 에센스란 브랜드의 핵심을 파악하게 해주는 단일한 개념으로 아이덴티티를 더 명확히 정의해준다. 브랜드가 추구해온 가치와 지속해야하는 가치인 것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학이다’라는 브랜드 에센스를 지닌 에이스침대는 최근엔 배우 지성-이보영 부부 모델을 통해 안정된 느낌을 주면서 편안한 침대를 강조한다.

브랜드 개성의 경우 특정 브랜드에 연합돼 있는 인간적인 특성들의 집합을 말한다.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갖게 되는 나이, 성별 등과 같은 인구통계적 특성과 성격 특질을 포함한다.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숙박앱 ‘여기 어때’는 성적인 표현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개그맨 신동엽을 모델로 내세웠다. 이러한 모델의 이미지가 브랜드 개성으로 연결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단기와 지코 사이에서는 이러한 고리를 찾을 수 없다. 영단기의 타깃은 토익을 공부하는 학생들일 것이다. 그들은 영단기에 대해 토익 콘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적향상이라는 니즈와 이를 충족시킬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토익 공부하자는 지코보다 워터파크에서 ‘하태핫태’를 외치며 워터파크에서 신나게 노는 지코가 더 먼저 떠오른다. 과연 이러한 모델의 이미지가 소비자들이 가진 기대감 혹은 니즈와 매치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광고계는 광고모델과 브랜드 정체성 사이의 상충(Trade-off)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왔다. 이는 배고프지만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 하느냐, 안정적이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 하느냐에 대한 취준생의 고민과 같다.

화제성을 지녔으면서도 브랜드 에센스와 개성을 가져가야한다는 이상은 마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희망사항처럼 매우 어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brandis is...
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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